[eBook] 윤아
서은송 지음 / 다향 / 2018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작가의 이전글 [갈래길]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갑작스런 불행에도 삶에 적극적인 그녀가 인상적이었던 글.   사랑이란 말 하나로 타인에게 모두 의지하고 제3자가 되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꼬여있는 매듭은 스스로 풀고, 적당히 계산적이기도 한 그녀가 좋았던 가상시대의 사연 이였기에 정말 부담없이 즐겼었다.  

그 기대감으로 보게된 [윤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에 비해 다소 묵직하다.  

즐기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함께 우울했고 처졌으며, 그시대 여인들의 실상이 가슴을 내리 누르며, 가볍게 즐기고 넘겨버리는 얕음보다는 전체적으로 '여자의 일생' 같은 느낌을 주는 스토리 중심의 현실적인 글이였다.   대신, 달달함은... 글쎄.

 

 

옛시대에는 그랬단다.

너와 나.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서 일가를 이루는 것이 아닌, 집안 대 집안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해가며 또하나의 세력을 일궈가며  얼굴도 모르고 부모가 정해준 이와 혼인하고, 낯설은 곳에 단신으로 떨어져 물위에 겉도는 기름처럼 쉽게 어우러질 수 없었던 삶을 보냈던 이들이 있었다.   운이 좋으면 무난한 인생길이 되고, 꼬일대로 꼬이면 팔자려니 했던 시대에 오로지 '나'로 존재할 수 없었던 윤아가 있었다.  

 

뜬금없이 사랑이 생겨나는 것은 안된다는듯 신행길 사건으로 서로의 가슴에 스며드는 계기를 보여주며 시작되는 글은 온통 지뢰밭 투성이다.    그냥 소설일 뿐이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한숨도 커졌던 할머니들, 어머니들의 인생 기록 같았다.

대문을 넘기전부터 시작되는 고단한 여정에서 윤아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행동이 없는 '착한'말로 다독이는 그녀의 남편이 가장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던 글.   그래서 남의 편이라던가.

그 자신 짓밟힌 을로 살아왔으면서 오늘은 철저히 외면하는 갑으로 행동하는 시어머니가 딱했고, 핏줄이 뭐라고 맘고생하는 가희가, 그저 자신의 인생없이 물건처럼 휘둘리는 여금이 안타까웠다.   윤아의 친정 이웃집 그녀의 사연이 아팠고,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되어 윤아에게만 눈을 반짝이던 준이 애틋했다.    또한 귀머거리,장님,벙어리로 살아야 했던 그녀들 때문에 덩달아 가라앉았던 [윤아].

그녀들의 깊게 패여버린 상처가 과연 잘 아물고 있을까?  

 

 

사랑의 완결은 '결혼'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보듬어주는 진화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외로움에 떨리는 손을 잡아주고, 소소한 푸념에 친구처럼 어울려주고, 등 기댈수 있는 가슴을 열어주는 이가 있다면 잘 살아가고 있는 것 이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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