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왜 기적이 안일어나?"
아이가 내게 한 질문이다.
절에 가기 며칠 전, 침대에 누워서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숙 학원 겨울 캠프에 가기 전에 삼천배를 한 번 하고 싶다고 했다. 아빠가 뉴질랜드 트래킹에 가는 날이라 배웅을 할까 싶어 백련암에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죽은 삼촌과 비슷한 병에 걸렸는데 절해서 많이 나은 보살 이야기를 하면서, 그 보살을 보면 삼촌 생각이 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절에 다니면서 가끔은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아이가 듣더니 내게 저렇게 물었다.
아이는 아직 모르겠지.
기적을 바라며 사는 것보다는, 기적이 일어날 일 없이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정말 기적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아파서 기적적으로 낫는게 좋겠니? 그냥 안아프고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사는 게 좋겠니? 우리가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기적이란다."
그러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러고 보니 엄마 말이 맞는 것 같네."
지금은 어린 마음에 무언가를 바라고 원하는 기도를 하러 엄마를 따라 오겠지만, 이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결국 자신을 바로 보는 것이 삶을 제대로 사는 근간이 됨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자신을 바로 본다는 것이 양파 껍질 벗기듯 아무리 벗겨내도 똑같은 모양이 계속 나오듯, 어렵고 공한 것이란 것도. 자신이라고 집착할 것 또한 없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무명과 아상이 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아이는 깊이 잠들어 있다.
어제 목욕을 하면서, 무릎 위에 안고 머리 감겨 주던 그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컸나 ,하니 하하 웃었다.
공부 못 해도 니 존재 자체를 엄마는 사랑한단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잘해 보려는 그 마음이 고마워.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너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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