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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 제12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1
조우리 지음 / 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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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의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는 영화가 있을 만큼 스무 살이 자신에게 미래든, 과거든 청춘의 정점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무 살을 앞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스무 살. 되기 전에는 간절했고 이후에는 그리워한다. 십대들은 스무 살의 자유와 낭만을 꿈꿨고 어른들은 스무 살을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스무 살은 미화되어왔는지도 모른다. 나의 스무 살을 들여다보면 빛나는 모습 아래로 길게 늘어지던 그림자가 있다. 바쁘지만 외로웠고 미소지으며 실망했다. 스무 살의 나는 사실 그랬다. 그럼에도 솔직하지 못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성인이 되어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땐 그랬지, 라는 과거 생각을 하며 등장인물들을 아이 보듯 바라보는 것은 존재에 대한 기만이다. 나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의 양적 개념일 뿐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삶과 그 생각의 깊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재경, 김하연, 이수영, 천현준, 연보라, 최민기. 소설의 소제목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그들에게 책장을 열며 가볍게 인사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그들의 이름이 내 마음에 내려앉는 무게는 예상과는 달랐다.

여섯 명의 비밀은 나의 십 대를 추억할 만한 그저 그런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부끄러운 비밀이 일파만파 감당할 수 없이 사건의 연쇄를 만들어나가는 재경이의 이야기. 재치 넘치는 요즘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집과 학교에서 지쳐가는 하연의 이야기. 삶의 고단함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간절한 하연의 목소리가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엄마와의 하루가 담담한 감동을 주는 수영이의 이야기. 모녀의 연대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비밀로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야하는 현준이의 이야기. 가장 강렬하고 소설적 재미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현준의 단단한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실연의 아픔과 가족의 해체 앞에서 의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보라의 이야기. 가장 십 대 같은 매력이 넘치는 주인공과 나름의 해결방식에 지지를 보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악플러가 된 비밀을 아빠와 공유하는 민기의 이야기. 유쾌함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부자의 이야기가 즐거움을 준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장은 한줄 한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아이를 위해 써온 것이기도 하다는 담담한 고백을 한다. 아이를 위해, 라면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것으로 아이를 이끌기 보다는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고 아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지금의 청소년을 보는 시선은 믿음직스럽고 또한 그러한 시도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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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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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님의 소설에는 시간이 경과된 사건울 인물의 목소리로 개성적이고 선명하게 그려내는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사건 이후이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몰입감을 준다, 일부를 읽어봤지만 강렬한 인상이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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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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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이 책의 제목은 아일린일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소도시에서 자기혐오와 불행에 대해 분노하지만

불순하고 의미없는 공상으로 삶을 견디는 젊은 여자.

그녀는 떠나고 싶다는 갈망 앞에서도

현실에 대한 냉소와 막연한 두려움으로

제자리에 머물러버렸다.

12월 말의 일주일, 그동안 진정한 아일린이 완성된 것이다.

 

p. 32

시계 초침이 멈칫 떨리다 앞으로 휙 나가는 모양이, 처음에는 불안해서 겁먹었다가 절망으로부터 힘을 얻어 절벽에서 뛰어내렸으나 결국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만 사람 같았다.”

 

p. 86

천국은 믿지 않았으나 지옥은 진짜 있다고 믿었다. 정말로 죽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항상 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자살할 생각은 없었다.”

 

아일린은 삶에 대한 의지와 죽음에 대한 확신,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현실 속의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그것을 무너뜨릴 수 없는 불안 또한 있었다.

X빌이라는 소도시에서 알콜 중독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청소년 교도소에서 사무를 보는 아일린의 삶은 지긋지긋할 뿐이다.

불만은 쌓여 분노가 되고 격렬한 감정의 파도는 그녀의 정신만을 덮칠 뿐이다.

현실에서는 그저 자신의 삶을 개선 없이 수긍할 뿐이다.

자기 혐오와 자기 연민이 섞인 날카로운 내면의 목소리는

섬세하게 드러나 유리처럼 투명하게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유리라고 믿었던 벽은 때때로 거울이 되어 나의 내면을 비춘다.

분노는 내면을 폭발할 만한 힘으로 자신을 뒤흔든다.

그 철저한 고통의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나 또한 아일린일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아일린의 서술로 이어진다.

특히 초반은 특별한 사건이 없다.

지루함을 예상할 수 있지만

아일린의 목소리와 내면의 일관됨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몰입감을 준다.

그리고 무언가 터지리라는 기대는 후반부에서 폭발한다.

아일린이 사라지는 이야기. 혹은 스스로 떠나는 이야기.

그녀의 뒷모습은 단호한 내면을 보여준다.

마치 그림자마저 벗어두고 가는 것처럼.


“시계 초침이 멈칫 떨리다 앞으로 휙 나가는 모양이, 처음에는 불안해서 겁먹었다가 절망으로부터 힘을 얻어 절벽에서 뛰어내렸으나 결국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만 사람 같았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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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성시인이 남긴 편지의 서두를 기억한다. ‘내 상처를 이해해 준 그대에게.’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불행과 불안에 대해 고백한 장문의 편지를 남긴다. 그 편지의 끝은 저는 지금 저 강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바라보는 것에 멈추지 않았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고 강물로 들어간다. 그녀의 강물 속에서 물의 흐름과 깊이를 빌려 시의 마지막 연을 완성했는지도 모르겠다. 버지니아 울프. 1941328일 그녀는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신영배의 기억이동장치1’의 시적 정황은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을 목격한 바 없으므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2002년 작 디 아워스에서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버지니아 울프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 것이다.

시의 화자는 비가 내리는 날 창밖을 응시한다. 섬세한 눈길은 유리창에 묻은 지문마저 본다. 그 흔적에서 누구의 것인지 기억을 더듬는다. 관찰의 대상이 지문은 상상으로 전이되어 그녀를 붙잡는 손이 된다. 그녀는 강가를 거닐고 휘청거린다. 수면에 그녀의 그림자가 떠 있다. 발이 빠지고 죽은 이들의 얼굴을 아마도 본다. 여기까지의 정황은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 장면과 닮아 있다. 화자는 섬세한 시선으로 대상을 보고 마음의 불안으로 휘청인다. 결국 강가로 이끌리고 죽음의 순간까지 따라가려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시의 정황에서 그녀는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 손의 지문도 그대로다. 다시 집의 일상으로 그녀는 자리를 잡는다.

그녀가 돌아왔기 때문에 비극의 강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가혹은 생의 인력이 그녀를 붙잡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녀의 상상이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서 새로운 슬픔이 파생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도 그 사정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화자를 애절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녀가 지문에서 손을 불러냈다면 우리는 시의 화자에게서 묘사되지 않은 얼굴을 비춰본 셈이다.

그녀, 즉 화자를 형상화에 집중되기 보다는 화자를 안고 있는 배경과 분위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비가 오는 날, 강가로 가는 그녀. 유리창의 지문마저 드러나는 습기가 찬 날이다. 물은 어디서나 내리고 흘러가고 고인다. 그녀의 눈물 한 방울 떨어진다 해도 그 이유를 묻기보다는 그 얼굴이 마음에 남을 것이다. 신영배가 구축한(구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지만) 이미지는 내리고 흘러간다. 신영배의 화술은 물의 목소리와 닮아있다.

물은 흘러간다. 신영배의 물은 시어들을 적시며 행과 연을 타고 흘러간다.

의식도 흘러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은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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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에서 타인의 세계라는 벽에 부딪힌다. 이때 문학은 견고한 벽이 문이 되는 시도다. 문을 열고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소설을 통해 세계와 갈등하는 인간을 만나고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진다. 그러면 문득 등장인물이 독자인 나와, 혹은 무의식 속에서 잠재하는 나의 욕망과 닮아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문을 열고보면 그것이 거울인 것을 깨닫는 것이다. 소설을 통해 나와 무관한 세계로 들어가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갈등의 진폭을 느끼며 현실에서의 균형감각을 돌이켜본다


소설의 세계는 인물이 등장하고 세계가 구축된다. 세계는 인물의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승패없는 전장이 되기도 한다. 인물과 세계 사이에 민감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극이 전개되고 갈등이 고조된다. 구축된 세계는 인물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그러나 세계에 안착했다고 해서 해피엔딩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역동적인 세계에서 쏟아져나오는 문제적 인간들과 세계를 공유해야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정체성을 위협하며 우리의 일상과 허상을 전복시킨다. 우리의 방법적 회의는 자아의 심연에까지 미친다. 그렇게 우리는 소모되고 마모되며 의도를 배반한 나를 만나게 된다


구병모의 이창은 주인공인 '' 자체가 문제적이다. 만인에 대해 집요하게 신경쓰는 일명 오지라퍼로 등장한다. 나의 정의감은 언제나 정도를 넘어선다. 나의 사정권에 들어온 그녀는 예상과 달리 의연하며 연출된 것처럼 준비된 변명으로 나의 오지랖으로부터 방어한다. 나는 그녀의 아동학대에 관한 단서를 잡아나가고 그녀는 나의 시도를 무화시킨다. 나와 그녀의 대결은 치열하다. 나와 그녀는 각자 자신의 세계를 방어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세계를 침입한다. 진술의 신뢰도를 의심받을 만한 문제적 주인공과공격과 수비의 역동성있는 전개가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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