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 활동 종료 페이퍼

 

짤막한 변 : 신간평가단 모집이라는 문구를 어디선가 보고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학교생활의 연장선상에 있던 저 자신의 처지를 뒤돌아보면서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지요. 결국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의 진정한 어려움을 저는 터득하지 못했던 것이죠. 결국 저는 대뇌를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책들은 쌓여만 갔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오독과 오해의 계절을 겪으며, 그렇게 벌써 봄이 찾아와 버리고 말았네요. 물론 지난 시간들에 관한 책임을 저는 지고 갈 수 없습니다. 그럴 힘이 없거든요. 

무엇보다, 저는 지난 신간평가단의 운영방침보다 이번 8기의 변경된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깜냥의 비루함과는 별개로 일종의 객기 비슷한 것을 보이며 활동해왔던 것 같습니다. 뭐, 여하건 제가 신간평가단이라는 어려운(?) 조직의 내부에서 이렇게 한 '시즌'을 보내왔다는 것에 대해선 저 자신보다 아무래도, 시스템의 '공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담당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인문/사회/과학)신간평가단 활동하면서 좋았던 책 Best3 >

1. 책을 읽을 자유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통해서 이현우씨에 대한 간략한 '인상'을 접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위치(스탠스)'를 가늠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어쨋든 필자로서는 그를(그러니까 그의 '책읽기-노동'을) '본받아먄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꽤 자학적인 독해의 한 장 한 장이었다.  

여담이지만,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를 출간했던, '박가분'(박원익)이라는 또 한명의 젊은 '인문학도'가 (1세대 블루커(Blog+book+er)인)로쟈만큼 소개되지 않은 것은 약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2.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참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필자의 '추천'은 신간평가단 다수의 '취향'과 그다지 상관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거의 유일하게 선정된 추천도서인데, 물론 그 때문이 아니라 '도스또예프스키' 라는 인물만으로도 충분한 Best임에는 틀림없다. 

E.H.Carr가 그려내는 그의 삶과 문학, 그리고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란, 마치 프루스트의 기호를 탐구하는 작업처럼, 일종의 '영원-회귀'로서 기능한다. 필자는 그의 문학이란 비단 하나의 작품론으로써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독해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그를 읽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 '세대'와 '사회'의 맥락들을 짚어나가는 작업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그'를 읽자!

 

 

3. 대칭

 마지막 도서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어쨋든 나는 '대칭'을 골랐는데, 그건 앞으로도 과학분야가 약간 골고루 평가단의 취향 속에 '분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섞인 것이다. 

대칭에 대한 '리뷰'도 쉽지 않았다. 일자무식의 수학꽝에게, '자연은 대칭이다.'라는 선언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다른 차원의 얘기인것만 같았으니. 하지만 인간이 가진 최후의 무기는 '호기심'이었으니, 그것은 오만과 아집을 넘어서는 '이해'를 구축하게 해 주었다. 어느 정도의 이해력을 통해 읽었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어쨋든 필자는 이 분야에 대한 넘쳐나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를 '조금 달리' 바라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도저언~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신간 평가단에 건의하고 싶은 이야기> 

건의사항은 별로 없지만 약간의 사족이라면, '도서 선정'시에 다수득표한 도서부터 순위를 개시하고, 담당자분이 출판사와의 협의와 설득과 권유와 협상(?)의 '인내어린' 시간을 거쳐 선정된 두 도서를 제외한, (우선순위였던) 상위랭크의 도서들이 왜 선정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짤막한 '공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건 (선정되지 않은 도서의) 출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음미하고 고취시키겠다는 의도는 물론 아닙니다.(^_^) 다만 다수득표 도서와 '선정 도서' 사이의 '거리' 속에는 담당자분의 노고가 있을 테고, 결과 이전의 '과정'이 있을 텐데, 그걸 약간 구체화해보자는 뜻이지요. 

뭐, 그리고 저는 9기에도 함께하게 되었지만, 8기로 마무리하시는 평가단 분들께는 좋은 글 읽게 되어 즐거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참,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건의사항이 있었네요. '건강'인데요, 책도 건강해야 제대로 읽어내려갈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건강을 건의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슈슈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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