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적인 것이든 도상적인 것이든 디테일은 한계 내지 경계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그림으로서, 이미지로서 그림을 구성하고 해체하는 한계이자 동시에 침투할 수 없는 것으로 제시된 내밀성의 한계다. 디테일이 회화적으로, 즉 색채의 얼룩이나 필치나 흘림의 형태로 보여질 때, 이 구성 요소들의 무분별하며 홀린 듯한 나열에 의한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디테일은 명명할 수 없는 것이 됨으로써 소통의 한계를 넘어 선다. 디테일이 털이나 주름이나 사물 표면에 생긴 변형 등으로 인식될 때, 디테일이 외관에 행한 미세한 묘사는 그것이 재현하는 신체의 한계 자체의 묘사다. 즉 디테일은 넘을 수 없는 한계, 내면성의 경계를 드러낸다.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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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는 미술의 미적 가치나 의미 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론하면서 반박할 것이다. 명작이 태어날 때부터 명작이었는지, 작품에 대한 양식 분석과 도상학적 해석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던 것인지 한번 냉정히 따져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사실 작품의 작품성이나 학술적 분석은 많은 경우 작품이 만들어지고 난 후 추가로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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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모나리자 - 노성두의 미술이야기 1
노성두 지음 / 한길아트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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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의 알레고리 여인을 뒤러의 정신적 초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예술가의 정령이 어두운 돌계단에 혼자서 턱을 괴고 앉아 있다는 것이다. 박쥐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길짐승과 날짐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주변적 존재다. 박쥐는 빛을 등지고 날아오른다. 빛을 등진 건 무지와 맹목 속에 빠져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박쥐의 운명은 필멸의 존재인 예술가의 인간적 약점과도 닮은 데가 있다. 또 제 몸을 부수며 밤하늘을 떠도는 혜성은 궤도 없이 헤매는 예술가의 나그네 운명을 예시한다고 생각했다.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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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 - 신화를 역사로 만든 화가들, 아르테마 001
노성두 지음 / 한길아트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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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격정 양식을 대표하는 라오콘 구상의 로마의 에스킬리노 언덕에서 발굴된 것은 1506년, 영웅적 행위의 대가로 신의 저주를 받고 죽어가는 프로메테우스의 전형은 다름아닌 트로이아의 신관이었다. 플랑드르 화가의 그림과 헬레니즘 조각을 하나하나 비교하면 도상적 유사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벌거벗은 남성 인체의 당당한 재현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티질 듯이 부풀어오른 흉곽을 내밀로 상체를 힘겹게 비틀어 꺾은 자세, 고통으로 경련하는 복부의 풍경과 머리를 젖힌 모양이 고대의 조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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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훔친 화가들 사계절 Art Library 7
노성두 글, 황지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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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7세기에 발리오네와 벨로리가 극찬했던 <예수 매장>에서 죽은 예수는 화가의 자화상이다. 르네상스 이후 성서 역사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그림에다 제 모습을 등장시키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붓의 능력을 빌려서 글로 전해지는 ‘진리‘를 가시화하고, 과거의 사건에다 상상의 빛과 색채를 더해서 현재형으로 옮기는 화가는, 마침내 그림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이 체험한 기적을 증거하고 증언한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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