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독일의 소설가 페터 바이스의<저항의 미학, 2016>(탁선미 외 역, 문학과지성사/ 전 3권)을 읽게된 계기부터 말해야겠다. 사실 페터 바이스는 최근 그의 대표작 <저항의 미학>을 읽으며 비로소 알았지만 작가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중앙일보사에서 '오늘의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한 권으로 간행된 소설 <부모와의 이별>이 오랫동안 서가에 비치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희곡 <마라/사드>도 일찍이 국내 연극계에 잘 알려졌는데, 이 작품의 제목 역시 낯익었지만 원작자가 페터 바이스라는것은 <저항의 미학>을 읽으면서 알았다.
두 달 전 어느 TV프로에서 한국인 남편과 사는 독일 여성 부부를 소개했다. 남편 이희원씨는 미학을 전공하고 현재 대학에 출강하고 있고 그의 독일인 아내는 한때 원주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쳤던 전직 교수였다. 그렇잖아도 평소 미학에 관심이 많았던터라 이희원씨의 프로필이 궁금했다. 혹시 번역서나 저서가 있을까 검색해보니 <무감각은 범죄다, 2009>(이루)라는 저서가 출간되었다.
그러니까 페터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은 다름아닌 이희원씨의 저서 프로필을 통해서 알게된 셈이다. 프로필에 따르면 이희원씨에게 <저항의 미학>은 상당한 영향을 끼쳤나보았다. 나는 처음에 이희원씨의 전공이 미학이고, 페터 바이스의 작품 제목이 <저항의 미학>이라고해서 당연히 미학서인줄 알았다. 그러다 뒤늦게 소설임을 알고 더욱 호기심이 끌렸다. 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미학자에게 그토록 큰 영향을 주었을까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이희원씨의 저서보다 그가 소개한 책을 먼저 읽게된 셈인데, 말 꺼낸김에 <저항의 미학>이 언급되는 이희원씨의 프로필을 잠깐 소개한다.
(<무감각은 범죄다>의 저자 이희원은)독일 유학 초기, 브레히트 문학을 중심으로
유물론 미학의 다양한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 “『자본론』 이후 최고의 책” 혹은 “20세기의 책”이라고까지 칭송된 『저항의 미학』을 접하게
된다. 미학적 문제제기는 물론이거니와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문제들이 ‘변증법적 종합’을 이룬 채 논의되고 있는 이 책에
매료된 순간, 저자의 기나긴 유학 생활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저항의 미학』이 제기하고 있는 미학적 측면의 문제, 즉 ‘왜
예술(활동)은 저항(행위)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주제를 탐색해 2000년 브레멘 대학에서 『예술, 앎 그리고 해방―페터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에 대하여』로
박사 학위(미학 전공)를 받았다. 이 논문은 브레멘 대학의 학술총서 제35권으로
출간되었다.
귀국 후, 짧은 기간의 강사 경험을 뒤로하고 귀향했다. 현재는 미학과 관련된 저술 작업을 통해 독자와의 직접적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저술 작업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미학적 차원에 대한 성찰과 서구에서 ‘삶의 요소로서 저항’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필독서로 인정받는 『저항의 미학』을 소개하는 일이 될 것이다. - 이희원 <무감각은 범죄다> 저자 프로필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