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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지키는 아이
마야 룬데 지음, 리사 아이사토 그림, 손화수 옮김 / 라임 / 2023년 11월
평점 :
태양을 지키는 아이
책을 고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은 높은 비율로 '책이 아름다워서' 끌린 사람이 많을 듯 하다. 짙고 옅은 초록으로 가득한 표지 속 노란색 포인트들이 시선을 한참이나 휘어 잡는데, 책의 무게, 판형 사이즈 등 책을 이루고 있는 물성 중 어느 것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릴리아는 해가 사라지고, 저 멀리 보이는 들판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천개의 물방울이 되어 튀어오르는 빗물만 있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없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봄도 없는 세상! 심지어는 낮과 밤도 없이 새벽이나 초저녁처럼 어스레한 시간만이 계속되는 세상입니다.
비가 내리고 구름이 낀 날이 계속되어 식량이 부족했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연약하고 창백했습니다. 릴리아의 할아버지는 온실에서 채소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수확한 채소를 사흘에 한 번씩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죠. 그러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온실에서 드실 빵을 두고 가셨습니다. 릴리아는 할아버지께 빵을 가져다 드리기 위해 온실로 향하는데...
도착한 온실에서 할아버지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 온실 안을 들여다 보는데, 그 안의 풍경에 놀라고 맙니다. 사흘에 한 번씩 채소를 수확하려면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야할텐, 눈 앞에 보이는 온실 속에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식물들 뿐이었으니까요.
다음 날. 릴리아는 할아버지 몰래 온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온실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온실 뒤편에서 '비밀의 숲'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발견합니다. '만약 할아버지가 이 길을 지나 숲으로 들어갔다면?' 릴리아는 잠시 생각한 뒤 오솔길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그 오솔길 끝에서 릴리아가 마주한 것은,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
'멍멍!'
릴리아는 그 곳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금발머리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년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기 마을에서 해가 사라진 이유를 알게 됩니다. 릴리아는 눈 밑에 거뭇거뭇한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마을사람들을 떠올리며, 해를 되찾아 오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려고 결심합니다.
판타지스러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소설책보다도 직설적으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방치했을 경우 예상되는 환경에서 우리가 직면하게 될 문제들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기후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그간 제가 보았던 '사회 이슈'를 담은 책들은 대부분 '지식 전달'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차갑게 정보 나열에 치중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양을 지키는 아이>는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름답지만 강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아주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후 위기라는 메세지를 걷어내고 보아도 멋진 이야기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