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게 카톡을 보낼까 싶어 문자 창을 열었는데,

갑자기 조카의 카톡 프로필이 보인다.

딘딘의 음악을 배경으로 넣어놨던데 (카톡에 배경 음악이 되나? 암튼 난 처음 알았음...)

너무 놀랬던 거다.

요즘은 초등학생(3학년)도 딘딘 같은 가수의 음악을 듣나?

딘딘 같은 가수가 뭐냐고?

어, 그냥, 좀, 뭔가 설명하기 좀 애매한 어떤 느낌인데,

음...

 

나는, 초등학생은 동요를 듣는 거로 알았던 걸까?

지난번에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같이 이동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그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하면서 막 노래를 부르더라.

이런 노래를 불러? 하고 물었더니,

자기 아빠 차 안에서 계속 흘러나오던 노래라,

아이들이 이동하면서 귀에 익숙하게 들었었나 보다.

그때 어느 정도 느낌은 있었는데,

아, 요즘 아이들은 이런 노래도 듣고 부르는구나...

그러니 이 꼬맹이가 딘딘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놨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는데...

 

아마도 나는, 아... 이 아이가 자라는 게 슬펐던 것 같다.

아이들은 귀여울 때, 딱 그 나이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나?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면 사랑해주는구나 하고 좋아하는 마음만 아는 그런 때로 남아있으면 안 되나?

해가 바뀌었으니 곧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이 됐다.

아기 때부터 키가 큰 편이 아니라 아이 부모는 걱정을 계속 했다.

키가 안 자라면 어떡하지?

아이 부모가 둘 다 키가 큰 편이 아니라...

그런데 조금씩, 혹은 많이, 이 아이가 자라는 게 너무 눈에 잘 보이는 거다.

통통해지고, 키가 자라고, 옷과 신발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나는 그걸 보는 게 너무 슬펐다.

볼 때마다 꽉 끌어안고 몸부림을 치는데,

빨리 와, 이모 좀 꽉 안아줘~ 하면서 오동통한 그 얼굴을 마구 비비곤 했는데,

너무 좋은데 참지 못해서 얼굴 여기저기에 막 뽀뽀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오랜만에 만난 이모가 끌어안고 뽀뽀하고 그러려고 폼 잡는데,

‘아이~ 이모~ 이제 이런 것 좀 하지마~’ 하면서 거부하면 어쩌지?

갑자기 막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거지?

카톡의 음악 때문에?

아니면, 전송된 사진 안에서 두 달 사이에 커버린 모습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통화하면서 들었던 변한 말투 때문에?

 

아........ 너무 싫어.

예쁠 때, 너무너무 귀여울 때, 딱 끌어안기 좋을 때,

내가 안아줘도 그냥, 마냥 좋다고 하는 그런 때로,

그런 상태로 머물러 줄 수는 없어???

 

 

 

 

 

 

 

 

 

 

<내일을 위한 책 세트>를 보면서 이 꼬맹이가 생각이 더 나는 거다.

어느 정도의 연령에 소화 가능한 책인가 살펴보다가, 딱 맞는 나이구나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고,

이 책으로 이 아이가 배우고 말할 이야기들이 막 기대되고...

추운 겨울, 엄마 아빠를 따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사진을 보내왔던 모습도 생각나고...

 

그러고 보니 명절 연휴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명절은 싫은데, 너무너무너무 싫은데,

이 녀석을 볼 생각을 하니까 또 막 기다려지고...

빨리 와~ 빨리 와~ 니가 좋아하는 젤리를 몽땅 사다놨다니까!!!

그래도 그 젤리를 그냥 먹으면 안 돼!!!!

이모를 꼭 안아주고, 막 뽀뽀해주고, 그런 다음에 먹어야 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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