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막내 이모가 왔다.

3년 전에 봤을 때보다 살이 많이 쪘더라.

 

"이모, 이제 사는 게 괜찮아? 살 많이 쪘어요."

 

그냥 웃으신다. 사는 게 괜찮다고도 하신다.

올 때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가방에서 커피와 초코바를 내놓으신다.

받자마자 초코바를 하나 까먹으며 말했다.

 

“이모, 이런 거 동네 마트에서도 파니까, 무겁게 들고 오지 마시라니까요.”

 

올 때마다 나도 같은 말을 한다.

 

“그래도 이게 맛있어.”

 

끝까지 물 건너 직접 들고 온 게 더 맛있단다.

 

“그래, 맛있어요. 하나만 더 먹을게요. ^^”

 

 

원래 미국에서 자리 잡았던 큰외삼촌이 한국에 남은 형제 셋을 데리고 미국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엄마의 형제 반은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막내 이모는 이십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사십 여년을 그곳에서 살았다.

먹고 살기가 쉽지 않았을 터였다.

그래서 오십대가 되어서야 한국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한국에 한번 다녀갈 때마다 많은 돈이 들 텐데 3~5년에 한 번씩은 꼭 다녀가신다.

 

이미 오래 전, 친정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제 중 절반은 미국에 다 살고 있는데도...

한국에 남은 형제들이 그리워, 친정이란 이름으로 언니 오빠를 만나러 오곤 했다.

 

2년 전에 돌아가신 작은 오빠(나의 작은 외삼촌)를 못 본 게 내내 마음에 걸렸나보다.

외삼촌의 납골당에서, 반갑다고 인사하고, 울면서 인사하고,

이제 언제 또 다시 올지 몰라 아쉬워서 인사하고...

 

외삼촌도 안 계신 외삼촌댁에 있는 기분이 참, 묘하다...

한번 왔다 갈 때마다 기약 없는 약속을 한다.

또 보자고...

물리적인 거리가 만든, 이민자의 삶을 들을 때마다 그 약속이 무슨 소망 같아서 살짝 눈물이 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