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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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에 이어 또하나의 매력적인 소설을 만났다. 너무 헤프게 점수를 많이 주는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별 다섯을 주지 않고는 매겨 내지 못하겠다. 제 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어 더 관심이 간다. 일단 이 소설은 작가의 입심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천명관 작가가 만들어 내는 스토리 텔링의 마력에 독자들은 쏙 빠져 들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몇년전에 베스트 셀러 되었던 작품을 이제야 접하게 된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천명관 작가에 대해 주목하게 된 것이 요즘 떠오르는 작품 <고령화 가족>에서 였다. 아직 이 작품을 읽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작품의 서평을 보고 천명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고래>의 하나의 이미지를 밝혀 나가는 과정을 읽어 내려 가다보면 주인공 금복의 거칠것 없는 욕망과 꿈,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의 복수극이라고 작가는 결정을 내리고 시작하고 있어 그 복수극이 어찌 전개 될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밥집 노파-금복-춘희 라는 삼대에 이르는 여인들의 삶을 전설과 설화적인 차원에서 , 줄줄이 엮어 내려 가는 유창한 입담 같은 문체로 독자의 감정을 매료 시키고 있다.

절정에 이르는 부분인 금복이 지은 고래 극장의 대화제 사건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해 내고 있다.

 

p.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셩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 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위의 삶은 국밥집 노파의 돈으로 펼치고자 했던 금복의 굴곡졌던 삶을 한 문장으로 잘 나타내 주고 있는 부분이다.

 

또다른 한 주인공인 금복의 딸 춘희의 이야기는 더욱 기구하다. 거구의 몸으로 태어난 그녀는 벙어리, 정신박약아로 태어난 죄로 방화범으로 몰리게 되어 징역까지 살게 되고, 그녀가 사면되어 벽돌공장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되고 있다.

 

이 소설을 혹평하는 평론가의 한사람은 이소설이 기존형식의 소설과 달리 기승전결의 전개 방식과 다름을 꼬집고 있지만 작가의 입심의 위력에 헤어날수 없어 결국 당선작으로 결정했다는 평을 하고 있다.

그렇듯이 이 작품은 어떤 판소리를 듣고 있는 느낌이고, 어떤 반복의 장단에 휘말려 들어가는 기분이 생겨난다.

 

소설의 전개 방식이 기존틀과 다르던, 너무 설화적이라 비현실적이던 재미와 흥미를 주면서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형상과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성공한 것이므로 다른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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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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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이 있듯이, 하루키를 좋아하세요 라는 소설도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책을 읽으면서 문득 해보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 독서에 입문한 분이 많을 것이고, 또 작가를 꿈꾸었던 분들도 몇분 알고 있다. 그만큼 살아 있는 분이긴 하지만 책을 통해 많은 영감을 불어 넣어 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고는 치하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나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이 소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오마주 격이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그 책속의 세계에 빠져든 네 남녀가 한 도서관에서 만난다는 설정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도서관과 책에 대한 향취를 느낄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몇년전에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는 상하권으로 되어 있지만 한번 손에 들면 끝이 궁금해 손을 놓을수 없게 만들었던 마력의 책이었다. 판타지에 가까운 소설이라 현실과 괴리감은 있지만 그런 매력에 흠뻑 취해 볼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일본의 지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가 일본에 사는 국민이라 해도 그 책을 읽고 실제로 등장인물들이 지나쳤던 도시와 장소를 찾아 다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것 같다. 해변의 카프카 주인공 열다섯살의 카프카는 어느날 자신도 잘 모르는 낯선 도시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생활하게 된다. 이책의 주인공도 대학시절 도서관에서의 생활에 대해 회상하는 부분이 나온다.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이나 읽었으면 하는 소망을 지닌 직장인이 있을텐데 그런 소망을 직접 체험하여 본 소설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신비롭게 진행이 되어 간다.

 

18 그 특이한 열람석이 밤에는 내 침실이 되었다. 비바람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한밤의 도서관은 널찍하고 쾌적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36 내게 달빛 아래 다다미가 깔린 공간은 뭔가 신비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삼촌이 꼭 마술을 부려 평범한 도서관안에 내 잠자리를 반듯하게 마련해준 것 같았다. 어둠 속이라는 으스스함도, 공공시설에서 몰래 잔다는 불안감도 잊고 나는 그 장소에 푹 빠져들었다.

 44 어둠 속, 책꽂이 안에 얌전히 잠들어 있는 책들의 호흡을 느껴보는 것도 해볼만한 경험이었다.

52 올해는 짧은 여름도 끝나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그 서점 안에는 에어컨을 놓아 보송보송한 공기 속에서 책 향을 만끽 할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테마를 잘 살펴보면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1Q84>에서도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의 여행, 즉 이 세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어떤 욕망을 저 세상에서 이루어 보고자 하는 갈망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어떤 통로를 통해 들어가게 되는 것이 공통점이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주요 단어가 되는 <입구의 돌>이 이 소설에서도 하나의 중심 매개체가 된다. <해변의 카프카>에 나오는 지도를 만들어내고, 입구의 돌처럼 생각되는 장소까지 찾아 가는데, 그들에게서 그 <입구의 돌>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소설의 가장 중심 장소인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메세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주인공 카프카가 입구의 돌을 연 사에키 상을 만났듯이 고마치 다케도라는 주인공도 자신이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든 미와 미즈키를 만나게 된다. 인연을 만들어 내는 장소로 도서관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책의 가장 궁극적인 인연의 매개는 <해변의 카프카>라는 책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많이 등장시키는 매개물 중 하나가 <우물>인데, 이 우물의 의미를 찾아 보려는 등장인물들의 시도가 신선하다. 우물이 곧 작가의 글쓰기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가는 창작의 과정으로 표현되고 있다.

 

200 " 저는 문장을 쓰는 행위가 자신이 내딛는 발 언저리에 깊이파 내려가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 우물이라는 모티브는 그것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요."

" 작가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비유하자면 땅속에 묻힌 광맥이 아닌가 생각해요. 아주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이야기를 힘있는 작가가 깊이 파 내려가 결국 발견하고 끄집어 내는 거죠."

 

213 " 자신의 내부로 깊이깊이 침잠하는 것만이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밖으로 넓어져 간다고 생각하는데....어떠세요?"

"물론 그야 작가에 따라 작품에 따라 다르겠죠."

 

스토리를 구성하여 소설이라는 창작물을 통해 자아 개발을 해야 하는 작가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물에 비유되고 있다. 우물을 파고 들어가 이야기를 발견하여 끄집어 내는 창작의 고통을 그곳에 비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책으로 인연을 만들고 , 또 책의 총집합체인 도서관에서 인간과 책이 인연이 되어 이어지고,결국 인간과 인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오늘도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에서 책의 향취를 느끼며 책에 몰입하는 이들의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214 "도서관이라는 곳은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장소니까요."

 

새롭게 시작한 방학동안 도서관에서 책과 인연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 그러니 우리는 도서관에서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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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여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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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선생님의 신작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민음사 에서 출판한 작품이라 눈여겨 보아 두었던 <리투아니아 여인> . 이 소설의 내용에 대해 전혀 문외한 수준으로 처음 겉 표지를 열기 전 , 소설의 내용을 온갖 상상으로 채웠다. 이문열 선생님이 리투아니아 여행을 다녀왔나? 아니면 리투아니아 여인을 알고 있나? 도대체 유럽의 조그만 나라 리투아니아가 왜 등장해야 하는 것일까?하는 여러 의문에 휩싸였다. 그런데 막상 읽고 보니 앞 부분이 <무릎팍 도사>에 나왔던 <박칼린>씨의 어린 시절에 너무 비슷했다. 더 읽어 갈수록 이 소설은 이문열 선생님이 아마도 <남자의 자격>에서 지휘자로 급부상 했던 우리 시대의 아이콘 <박칼린>씨를 모델로 한 작품이구나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여인에 대한 이문열 선생님의 보도 기사나 작가의 말에서는 꼭 그사람이라고 지칭하여 같은 인생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작품 구상의 모델이었긴 하지만 소설이 그 사람의 일생과 같지 않은 허구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한국계 아버지와 미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줄 알앗는데, 어머니가 리투아니아계 였다. 소련 제국주의 당시 식민지로 핍박을 받으면서 살아야 했던 발트 3국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중 한 나라 ,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으로 오기 까지의 한가족의 이민사와 이산가족의 아픔이 서려 있었다. 코카서스 인종의 외모를 지닌 이 소설의 주인공 김혜련에 대한 혈연과 지연에 의한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굵직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작품이었다. 단 한번의 결혼, 한국인 과의 결혼에서 두 정체성의 알수 없는 불협화음과 마지 못해 인내하면서 살아야 했던 결혼생활의 종결을 보면서 말로 표현되지 않은 주인공 혜련의 아픔이 서려 오기도 한다.

 

163 그 사람이 한 말을 내편에서 좀 더 절실하게 말한다면 아무래도 두 정체성의 불협화음이겠지요. 어느 날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억지스러운 인내이고 관용이고 자기 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때 느끼는 섬뜩함 말이에요.

 

화자로 나오는 '나'도 연극 연출 감독으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늦은 결혼생활 속에서 아내의 연극적인 삶이 진실성의 결여로 보이면서 파탄을 맞이 하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는 도리언이 사랑한 시빌이라는 연극배우의 연극 때의 화려한 모습과 연기 할 때 당시의 예술품으로 모습을 사랑했다가 시빌이 도리언을 현실적인 사랑으로 받아 들이면서 연극배우로서의 연기가 잘 되지 않자 도리언은 시빌을 버리게 된다.이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화자인 '나'는 부부 생활속에서도 연극속의 연기를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가식적으로 보여 힘들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기자들의 삶이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연기에 몰입을 하게 되면 현실과 연기가 구분되지 않게 살아가지는 연기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들을 떨쳐 버리지 못해 자살로 마감하는 배우도 있듯이 말이다.

 

143 나는 배우자가 아니라 우리 결혼 생활에서 아내 역을 맡을 배우와 결혼 한 것이었고, 스스로는 원관념이 되는 삶을 함께 할 남편이기보다는 우리 결혼을 성공적인 연극을 이끄는 연출자이기를 바란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대의 명사, 아이콘으로 떠오르다 보면 대중들의 구설수에 오르기 쉽고, 질투와 비난 어린 인터넷 악플과 의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혜련도 그런 도마위에 놓여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정체성의 문제일수도 있다. 이국적인 외모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음악을 작곡하여 대중화하려는 시도가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말로 민족주의 아첨하는 성향으로 변질될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혜련의 다국적성과  혼합성을 무슨 중요한 문화적 흠결인 양 몰아가다가, 눈 한번 깜짝 않고 혜련의 음악적 재능과 성취를 '튀기의 곁눈질'로 폄하하기도 해 상처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혜련은 이에 굴하지 않는다. 정체성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스스로 정의 하기도 한다.

 

"저는 정체성이란 돌아보는 게 아니라 앞을 바라보는 개념이고,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아가기 위해서 가다듬어 보는 자기 파악의 노력이라고 봐요."

 

이보다 더 긍정적인 정의가 있겠는가? 혈연과 지연에 바탕하는 정체성이란 무의미함을 다시 한번 피력하고 있다.

 

혜련의 혈연의 정체성은 꼭집어 정의 하기 어렵다. 자신의 조국이 어디인지 정확히 말하기도 어렵다. 한국, 미국, 리투아니아....

하지만 많은 고민끝에 그녀는 자신의 조국이고, 동족은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 문학적 노마드(유목민적인 생활)를 향해 떠나는 목부처럼 자신의 음악을 찾는 새로운 소비자를 위해 찾아 나서는 그녀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지금도 그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리라.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왈가 왈부하는 사람들의 말을 외면한채 자신의 정확한 정체성과 조국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녀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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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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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자살을 하는 인물이 꼭 있고, 주인공인데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이야기가 해피앤딩은 아니므로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처럼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도 많이 있다. 하지만 비극과 절망이 가득해 보이는 이 세대에서 좀 더 긍정과 희망이 필요한 시대임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은 절망속에 있지만 희망과 긍정이라는 대리만족을 느껴보고자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성공지침서나 자기 계발서 가 요즘 베스터셀러가 되는 이유일 것이다. 독자로서의 나도 긍정의 메세지를 주는 책을 좋아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 속에 든 긍정의 에너지를 누구보다가 강력하게 느껴보고 싶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 해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아니 한번 정도는 모두 해보았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고쳐지지 않는 자신의 성격때문에, 혹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때문에, 돈이 없어서, 직장을 잃어서 아니면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는 경우 자살을 생각하고 직접 자살을 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을 우리는 쉽게 보아왔다. 이 소설 속에서도 등장인물의 독백으로 자살은 순간 마음의 평정이 깨져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했다. 마음의 평정이 깨졌을때 자살을 생각해보기는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말짱한 정신으로 많이 생각해본뒤 자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살을 하고자 12월 31일 영국 런던의 토퍼스 하우스 옥상에 네 사람이 모인다. 이들의 자살동기중에는 정말 개인적으로 인정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살하고자 하는 10대 소녀도 있다. 제스는 교육부 장관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언니의 행방불명으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고, 그 사랑을 남자친구에게 몰입하다가 실연당하게 된다. 10~20대의 젊은 시절에는 이런 이유가 죽고 싶은 절실한 이유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조그만 멀찍이 떨어져 생각해본다면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면 되는 것이고, 부모와 깊은 대화를 시도해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깨달음이 없는 한 이런 시도를 하기가 쉽지는 않다.

 

50대의 중년여인 모린은 젊은 시절의 순간 적인 실수로 중증장애아를 낳게 되고 그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집안에만 갇혀 살아 꿈도 희망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가련한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아들이 죽었으면 좋겟다고 바라기 때문에 더욱 슬퍼지고 비참해 했다. 하지만 이 모린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를 낳자마자 포기하고 입양 보내거나 기관으로 보내버리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모린은 20년동안 그 아이에 대한 부모의 역할을 열심히 해온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이 모린이 작가 닉 혼비의 투영 인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닉 혼비의 아들 중에 중증 자폐를 앓는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아빠가 바로 작가이기 때문이다. 모린은 수줍어하고, 말이 많지도 않은 연약해 보이면서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여인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가장 강인한 심리를 가지고 가장 객관적으로 네명의 상황을 판단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리고 가장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처럼 보이는 제스도 네명의 동질의식을 갖게 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네명의 가족 모임까지 주선하는 등의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가장 능력있어 보이는 유명 토크쇼 사회자였던 마틴도 본능적인 성욕을 이기지 못하는 남자로 나오지만 자살학자의 말을 내놓고 90일만 더 살아보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음악을 사랑하여 록 밴드가 해체 되는 날, 여자 친구도 떠나간 제이제이는 결국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동안 자신에게는 음악이 없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길거리 연주가로 나서 새로운 삶을 모색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좀더 능력있어 보이는 길거리 가수 때문에 힘들고 포기 하고 싶어 지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게 된다. 90일 동안 많은 일들이 이들 네명한테 일어나고, 좀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식의 일의 진행이 유치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가벼움'을 소재로 삶아 작품활동을 해오던 닉 혼비가 무거운 소재를 적절한 위트와 유머로 가볍게 자살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374 90일이 거의 다 끝나가고, 마틴이 말한 자살학자에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상황이 바뀌었다. 상황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았고, 그렇게 극적으로 바뀌지도 않았으며, 우리가 상황을 바꿔보려고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니었다.

 

네 등장인물의 상황이 90일이 지난후 크게 변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계속 실패한 삶처럼 보일지라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변화될 거 같지 않은 시간과 상황들이 보이지 않게 천천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383 우리는 그걸 확인하게 위해 런던아이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마틴말이 옳았다. 움직이고 있지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을 것 같았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일 외에는 관심이 없다. 현대인의 무관심과 비정함의 문체화가 바로 작가 닉혼비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서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우연히 토퍼스 하우스에서 만나 공감을 느끼고, 슬픔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삶외에 다른 이의 삶에 참견을 하는 일이 이 소설의 주된 스토리인 것이다. 그러니 남에게 참견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참견이 어떨때는 무척 고마운 충고로 받아 들여져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378 우리는 참견할수 있어요. 참견하는 것도 과정의 일부라고요. 우리가 해야 할일은 자살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런 다음에는 어떻든 상관없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말린다면 신들의 말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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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냥을 떠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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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의 곰에 대한 정서는 두가지 인듯 합니다.

하나는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질때와

맹수로서의 곰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수 있겠지요.

큰 곰을 잡으러 가는 우리는 정말 하나도 무섭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물론 무섭겠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모험을 떠나 보는 겁니다.

이 구절은 계속 반복 되고 있어 운율을 느끼게 해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반복에 의해 편안함을 가질수 있어요.

첫번째 관문은 풀밭이예요. 풀밭을 지날때의 소리는

사각 서걱! 이런 의성어로 표현되면서 아이들의 여러 표현법을 읽힐수 있어요.

물을 건널때의 재미가 느껴 집니다.

곰을 잡으러 가기 보다는 물에서 덤벙 텀벙! 물놀이를 하고 싶어지는데요.

신발이 젖지 않게 신발을 벗어 손에 쥔채 열심히 물을 건너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진지해 보입니다.

세번째는 진흙탕이군요 . 진흙마시지를 하는 축제도 있듯이 진흙 놀이는 돼지들만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처벅 철벅! 하지만 곰을 잡으러 가야 해요.



네번째 지나야 할곳은 숲이군요. 커다랗고 컴컴한 숲을 뚫고 가는 동안

바스락 부시럭 ! 하는 소리가 들려 와요.

좀더 섬세하게 바스락 부시럭 소리를 내면서

아이의 긴장감을 조성시켜 주면 더욱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긴장감속에 은근한 재미가 있는 탐험놀이를 아이와 해보면 아이가 더욱 좋아할것 같아요.

곰 사냥을 가는 동안에 만난 다섯번째의 장애물은 눈보라예요.

휭 휘잉! 아빠와 엄마도 아이도 옷을 꼭꼭 여미면서 지나가야 해요.

곰사냥을 하러 가기가 녹록치 않는군요.

눈보라 다음에는 어떤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바로 동굴이네요.

좁고 어둠침침한 동굴속에 무엇이 있을까 살금살금 조심해서

들어가 봐요.

캄캄한 동굴에서 어떤 큰 것이 어른어른거리는데 ~

바로 곰이 나타났어요.

무시무시하게 큰 곰이었어요.

아담하고 이쁜 아기곰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오산이예요.

반들반들하고 촉축한 코가 하나 !

털이 덥수룩한 커다란 귀가 둘!

크고 번들거리는 눈이 둘!

곰을 피해 도망가야 해요.

동굴을 빠져 나와 눈보라를 헤치고, 숲을 뚫고 , 진흙탕을 밟고,

다시 강물을 헤엄쳐 , 풀밭을 헤치고

집으로 도망쳐 왔어요.

문을 꼭꼭 잠그고, 침대의 이불속으로 쏙 숨었어요.

다시는 곰잡으러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곰사냥 갔던 모험만은 정말 긴장되면서도 즐거웠을 거예요.

가족들을 잡으로 쫓아 왔던 곰이 뒤돌아 가는 모습이

서글퍼 보이기도 하고, 우스꽝 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곰사냥을 떠나는 모험속에서 여러가지 의태어와 의성어를 익히면서

즐겁게 언어공부와 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이 될수 있겠어요.

살아 있는 곰은 무섭지만

아이 옆에 있는 커다랗고 하얀 곰인형은 너무나 포근해 보여

아이가 꼭 안고 자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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