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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이 있듯이, 하루키를 좋아하세요 라는 소설도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책을 읽으면서 문득 해보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 독서에 입문한 분이 많을 것이고, 또 작가를 꿈꾸었던 분들도 몇분 알고 있다. 그만큼 살아 있는 분이긴 하지만 책을 통해 많은 영감을 불어 넣어 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고는 치하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나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이 소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오마주 격이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그 책속의 세계에 빠져든 네 남녀가 한 도서관에서 만난다는 설정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도서관과 책에 대한 향취를 느낄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몇년전에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는 상하권으로 되어 있지만 한번 손에 들면 끝이 궁금해 손을 놓을수 없게 만들었던 마력의 책이었다. 판타지에 가까운 소설이라 현실과 괴리감은 있지만 그런 매력에 흠뻑 취해 볼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일본의 지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가 일본에 사는 국민이라 해도 그 책을 읽고 실제로 등장인물들이 지나쳤던 도시와 장소를 찾아 다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것 같다. 해변의 카프카 주인공 열다섯살의 카프카는 어느날 자신도 잘 모르는 낯선 도시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생활하게 된다. 이책의 주인공도 대학시절 도서관에서의 생활에 대해 회상하는 부분이 나온다.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이나 읽었으면 하는 소망을 지닌 직장인이 있을텐데 그런 소망을 직접 체험하여 본 소설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신비롭게 진행이 되어 간다.
18 그 특이한 열람석이 밤에는 내 침실이 되었다. 비바람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한밤의 도서관은 널찍하고 쾌적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36 내게 달빛 아래 다다미가 깔린 공간은 뭔가 신비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삼촌이 꼭 마술을 부려 평범한 도서관안에 내 잠자리를 반듯하게 마련해준 것 같았다. 어둠 속이라는 으스스함도, 공공시설에서 몰래 잔다는 불안감도 잊고 나는 그 장소에 푹 빠져들었다.
44 어둠 속, 책꽂이 안에 얌전히 잠들어 있는 책들의 호흡을 느껴보는 것도 해볼만한 경험이었다.
52 올해는 짧은 여름도 끝나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그 서점 안에는 에어컨을 놓아 보송보송한 공기 속에서 책 향을 만끽 할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테마를 잘 살펴보면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1Q84>에서도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의 여행, 즉 이 세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어떤 욕망을 저 세상에서 이루어 보고자 하는 갈망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어떤 통로를 통해 들어가게 되는 것이 공통점이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주요 단어가 되는 <입구의 돌>이 이 소설에서도 하나의 중심 매개체가 된다. <해변의 카프카>에 나오는 지도를 만들어내고, 입구의 돌처럼 생각되는 장소까지 찾아 가는데, 그들에게서 그 <입구의 돌>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소설의 가장 중심 장소인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메세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주인공 카프카가 입구의 돌을 연 사에키 상을 만났듯이 고마치 다케도라는 주인공도 자신이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든 미와 미즈키를 만나게 된다. 인연을 만들어 내는 장소로 도서관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책의 가장 궁극적인 인연의 매개는 <해변의 카프카>라는 책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많이 등장시키는 매개물 중 하나가 <우물>인데, 이 우물의 의미를 찾아 보려는 등장인물들의 시도가 신선하다. 우물이 곧 작가의 글쓰기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가는 창작의 과정으로 표현되고 있다.
200 " 저는 문장을 쓰는 행위가 자신이 내딛는 발 언저리에 깊이파 내려가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 우물이라는 모티브는 그것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요."
" 작가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비유하자면 땅속에 묻힌 광맥이 아닌가 생각해요. 아주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이야기를 힘있는 작가가 깊이 파 내려가 결국 발견하고 끄집어 내는 거죠."
213 " 자신의 내부로 깊이깊이 침잠하는 것만이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밖으로 넓어져 간다고 생각하는데....어떠세요?"
"물론 그야 작가에 따라 작품에 따라 다르겠죠."
스토리를 구성하여 소설이라는 창작물을 통해 자아 개발을 해야 하는 작가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물에 비유되고 있다. 우물을 파고 들어가 이야기를 발견하여 끄집어 내는 창작의 고통을 그곳에 비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책으로 인연을 만들고 , 또 책의 총집합체인 도서관에서 인간과 책이 인연이 되어 이어지고,결국 인간과 인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오늘도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에서 책의 향취를 느끼며 책에 몰입하는 이들의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214 "도서관이라는 곳은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장소니까요."
새롭게 시작한 방학동안 도서관에서 책과 인연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 그러니 우리는 도서관에서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