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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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을 빌자면 우스갯 소리 , 즉 유머를 통해 작가 베르나르는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가 즐겨읽었던 <개미>의 초판본을 처음 집필하고 나서 지인들에게 읽으라고 했을때 , 대부분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결과를 자신이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러던중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우스갯소리를 지어내는 게임을 한적이 있는데, 한 친구중에 어쩌구니 없는 결말을 지어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 그 속에서 이야깃꾼의 기법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나이가 들어 요즘을 덜 이야기 하지만 우리도 <참새시리즈> 등의 우스갯소리를 많이 하면서 컸던 세대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썰렁 개그>시리즈가 되겠지만 그 당시에는 참 재미있었지요. 그런 유머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고 불행을 극복하고, 현재의 고통을 참아내는 효과를 볼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소중한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는 역사속에 나오는 희극 작가들이나 여러 철학자들을 유머 기사단으로 소속시켜 그들이 지켜 내려고 했던 <살인소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유머는 경제적인 무기, 정치적인 무기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농담삼아 상대방을 조롱하는 신문의 만평속에도 유머가 들어 있지요. 이 시대의 대세인 국민엔터테이너 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유머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제적인 무기도 될수가 있지요. 유머는 권좌에 앉아 있는 위선자들보다 그들을 조롱할수 있으므로 그들에게 맞설수 있는 힘도 되는 것입니다. 사실 유머는 저속한 표현에서 시작되기도 하지요. 음담이나. 분뇨담이나 모든 금기에 대한 도전이 유머라고 할수 있답니다. 그러므로 유머는 반사회적이고 기성질서를 뒤흔들수 있는 혁명으로도 작용할수 있는 셈이지요. <개그 콘서트>의 최효종과 국회의원의 한판 말씨름을 우리는 지켜 본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최효종의 인기가 더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 왔지요.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속에 유머를 끼워 넣어 자신의 역사지식을 한껏 더 발휘시키고 있습니다. 성전기사단의 패러디로 보이는 유머기사단을 등장시키고, 예수님의 성배가 아닌 솔로몬의 보배, 우리의 성스러운 보물, 진정한 왕으로 인정받게 해주는 엑스칼리버, 우리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고 우리를 3천년의 유구한 역사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성배를 <살인소담>으로 패러디 하는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인소담>즉 사람을 죽게 만들수도 있는 우스갯소리를 지키기 위해 유머기사단의 활약은 끊임없이 지속되어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인이 가장 존경하는 코미디언으로 알고 있던 다리우스의 실체를 밝히는 모험이 되어 버립니다. 코미디언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대위에서의 유머와 태도에 매료되지만 그들의 사생활에서 코미디언의 본성적인 삶과의 대비가 다리우스라는 코미디언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403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인간의 현재 모습이 아닌 것으로 인간을 보완하기 위함이요. 유머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인간의 현재 모습에 대하여 인간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헥터 휴 먼로

 

상상력과 유머를 인간이 가질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유머를 통해 자신의 나약함과 고통을 이겨 낼수 있고, 삶에 대한 위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랑의 에너지인 에로스와 죽음의 에너지 타나토스를 우리는 베르나르의 소설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세번째인  가장 중요한 웃음의 에너지 "겔로스"를 통해 우리는 삶에서 많은 것들을 극복할수 있을 겁니다. 고아였던 여주인공 뤼크레스가 자살 직전에 다리우스의 유머를 통해 삶의 희망을 찾았듯이 우리에게도 불행을 극복하고 희망을 볼수 있는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역사적인 인물과 역사적인 사실들이 쭉이어져 현대의 유머기사단의 역사 까지 읽어야 하는 고단함을 줄수 있는 소설 <웃음>이지만 , 이 소설을 통해 웃음에 대한 진실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텔레비젼에 나오는 드라마보다 책이 더 재밌어 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습니다. 책속에서 얻는 지식과 공감과 감동도 크지만 읽기라는 노동이 필요한 만큼 스트레스가 쌓일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는 과감히 전 예능 프로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 버립니다. 그래서 책속의 주인공 다리우스 처럼 우리나라의 유재석, 이수근 등이 일상에서 소중한 개그맨이 되는 셈이지요. 저만의 공감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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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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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황금가지에서 나온 셜록 홈즈 시리즈 전집을 몇권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추리 소설의 맹점이 읽을 때는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읽고 나서 여러권의 이야기가 섞이면 기억을 잘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 매니아 분들이라면 주인공 한사람 한사람을 다 기억하고 그들의 모험담을 생생히 기억할지는 모르지만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의 섭취는 더 망각으로 빠져 버리들게 만들더군요. 그런 셜록 홈즈 시리즈 였는데, 이번에는 아서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가 아니라 현시대를 사는 <앤터니 호로비츠>라는 작가에 의해 100년만에 다시 부활한 셜록 홈즈 이야기를 들을수 있어 신선했습니다. 본래 어떤 주인공이 인기를 끌면 아류작들이 많이 나오는 터라, 넘쳐나는 홈즈의 모험담 중에서도 <코난 도일 재단>에서 인정해주는 작가만 진정한 셜록 홈즈의 작가가 되는 제도가 영국에서 생겼더군요. 그렇게 당당하게 인정받은 호로비츠의, 새롭게 100년만에 등장한 셜록 홈즈의 충격적인 이야기속으로 빠져 들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왓슨 박사의 서문에 의하면 (왓슨 박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셜록 홈즈의 전기작가로 나오고 있어요.) 100년전 셜록 홈즈가 겪었던 여러 모험담 중에서 그 당시에 발표하기에 감당할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이라 개인 금고에 넣어 두었던 이야기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고 있어요. 그 당시의 정치계에 연류된 여러 사람들의 비리를 겸하고 있어 사회적인 파장을 두려워 하여 오늘날에(100년뒤의 세상) 이르러서야 추문과 타락상에 좀 더 면역이 되었을지 모를 일이므로 세상에 내어 놓고 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어요. 그러한 컨셉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지요. 배경은 역시 셜록 홈즈가 활약하던 19세기 후반입니다. 왓슨 박사가 이야기를 집필하는 형식이고, 셜록 홈즈의 주변인물들이 다 나옵니다. 홈즈의 하숙집 베이커가 221B번지의 주인 허드슨 부인에서 부터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강력한 라이벌이면서 냉혹한 범죄자였던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까지 등장하고 있어요.

 

홈즈는 관찰과 추리로서 사람의 이력을 다 파악하는 관찰력을 지녔으며, 내어 몰릴대로 몰려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도 무시무시한 능력을 발휘하는 엄청난 정신력과 체력의 소유자로 나옵니다.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홈즈의 내면을 묘사 하는 것도 , 홈즈가 변장하는 기술이나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이 코난 도일이 쓴 작품과 많이 흡사합니다. 제 2의 코난 도일 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문체를 자랑하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깊이 빠져 들게 됩니다. 하지만 좀 아쉬운 점은 코난 도일의 여러 작품에서 보았던 패턴이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어, 범인이 누구인지 어느정도 어떻게 연관이 될지 미리 내다 보이는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 추리력이 졸렬한 저에게도 대충 이렇게 전개 될 것 같다는 유추가 되고 있다는 점이 재미를 반감 시킬수도 있습니다.

 

홈즈가 허드슨 부인의 하숙집에서 왓슨과 지내고 있을때, 윔블던의 어떤 화상이 찾아와 고민 거리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부랑아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 홈즈가 그 소년의 죽음과 화상의 집안 가족사가 얽혀 <실크 하우스>라는 단체의 비밀을 밝혀 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 당시 영국 정치계와 유력 인사들의 추문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어느정도 필연성이 부여 되도록 사건을 흥미롭게 연결시켜 나가는 결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홈즈가 자신이 살인자로 몰리는 극한 상황이 닥쳤어도,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는 장면은 요즘 상영되고 있는 영화에서도 볼수 있지요. 천재 탐정이 지닌 영웅적인 행동을 묘사하고 싶은 작가의 심리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도 느낄수 있습니다. 홈즈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는 음모와 충격적인 결말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이라면, <실크 하우스>의 엄청난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이 책과 함께 해보는 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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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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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집착하던 세계가 바뀌고 있음을 <웃음>이라는 소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개미>라는 곤충세계에서 차원을 늘려 가다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신에 이르기까지... 1차원,2차원, 3차원, 4차원으로 넓혀 가는 세계인식의 전환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그의 관심사가 <웃음>이라는 소재에 꽂힌 것입니다. 저자의 관심사에 걸맞게 웃음의 역사적인 기원을 찾아 나서는 것이 유명 코미디언의 죽음의 실체를 파헤쳐나가는 모험으로 전개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사, 신화 등을 섭렵하고 있던 지라 새로운 역사 창조에도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라는 두 기자의 모험을 전개하는 동시에 세계사의 흐름에 맞춰진 유머의 역사를 픽션화하여 기술하고 있고, 정말 역사의 기원이구나 싶을 정도로 상세하게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을 유머와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두 이야기의 접점은 죽은 유명 코미디언 다리우스 옆에 발견된 <파란목갑>에 이어져 있습니다. <BQT><절대로 읽지 마십시오>라고 적힌 <파란목갑>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지 ,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웃음의 소재를 이전에 <파라다이스 2권>에서 <농담이 태어나는곳>이라는 단편으로 펼쳐보인 바가 있었습니다. 트리스탕 마냐르라는 코미디언이 웃음의 기원을 찾아 나서고, 어떤 결사집단속에서 벌어지는 <먼저 웃으면 총맞기>의 잔혹한 게임이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가 단편에서 장편화 된 것이 이소설 <웃음>이라고 보여집니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은 저자의 또다른 작품이었던 <아버지들의 아버지><뇌>에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가는 모험을 펼쳐보입니다.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는 인류의 기원에 감춰진 진실에 대해 나오는데,  그 진실이 참 기가 막힙니다. 읽어 본 분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뇌>에서는 유명 체스 기사가 아내와 섹스를 벌이는 도중에 변사하게 되는데, 이 사건도 심장마비가 아니라 어떤 모종의 살해동기가 있다는 이야기로 나옵니다. 소설이 픽션이라서 다행이기도 하지만, 베르나르의 상상력 속에 있는 세계는 정말 어느 정도 과학에 기원하고 있어 있을 법하다는 것입니다. 잘 따져보면 정말 있을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픽션과 현실사이에서 교묘하게 줄다리기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는 새로운 세계에 한 걸음 걸쳐 놓는 , 재미를 맞보게 되는 것이 베르나르 소설의 묘미라고나 할까요.

 

댄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 보면 프리메이슨이라는 자유석공의 집단이 만든 비밀 결사조직이 기독교에 미치는 음모가 나옵니다. 그런 프리메이슨 같은 , 유머 기사단 총본부라고 하는 비밀 결사 집단이 이 소설속에 나옵니다. 그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는 전쟁, 빛의 유머와 어둠의 유머 간의 싸움이 그 배경이 되는 것이지요. 발상 자체가 프리메이슨의 데자뷰처럼 보여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역사속에 비쳐진 유머의 새로운 이면을 파헤쳐 가다보면 다리우스라는 코미디언을 죽인 살인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아직 1권까지 밖에 읽지 못해 그 살인자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농담이 태어난 곳을 파헤쳐 간 트리스탕 마냐르 처럼 유머의 기원을 밝혀 나가다 보면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그 살인자를 밝혀내게 될 것입니다. 유머는 즉 웃음은 우리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혈액순환을 활성화하여 젊게 만들어 주고, 스트레스 지수를 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그리고 유머불행을 소화해 내기 위한 수단이자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진통제 같은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유머중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웃음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옵니다. 작가는 어떻게 그 결론을 풀어낼지 사뭇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습니다.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하거나 힘이 든다면 요즘 인기있는 <개그 콘서트>를 켜놓고 한바탕 웃어 보라고 하고 싶네요. 웃음이 우리 몸에 약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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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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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세번째 읽게 되었다. <요노스케 이야기>< 도시 여행자>에서는 사소한 일상을 편안하게 써 내려 가면서 그 당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악인>에서는 또다른 요시다 슈이치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일단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추리소설에 버금가는 심리 소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단 살인자와 피해자는 발단부분에서 미리 밝혀두고 시작한다. 읽다보면 그 살인자가 악인으로 진짜 살인자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결국 가서는 그 살인자가 살인자이지만 그 살인자를 동정하게 되고, 그들의 애절한 애정과 도망 행각에 동조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만든다.

진정 악인이 누구일까 헷갈리기 시작하고,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 할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이코패스>같은 진정한 악인의 유전자를 타고 난 살인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살인자는 적흥적이고 흥분에 치우쳐 살인의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용의선상에 떠오른 용의자들은 참 평범해 보이는 토목공과 대학생이다.

토목공 시미즈 유이치는 불우한 어린 시절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소통할줄 모르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를 진정 인정해 주고 사랑했던 한여자가 나타났으니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자수를 해야할 시점에 만나게 된다. 그들은 한시라도 같이 있고 싶어 도망하면서 서로에 대해 미안해 한다.

또 한사람의 용의자였던 마스오 게이고는 부유한 도련님으로 대학생으로 평범한 신사같은 사람이지만 또다른 모습의 악이 그속에 자리잡고 있어 피해자 요시노를 마쓰세 고개에 무참히 발로 차 내버려두고 온다. 그때 그는 악인이었을 것이고, 요시노 아버지 요시오가 그를 찾아 갔을때 피해자 요시노와 그녀의 아버지 요시오를 비웃는 모습에서 마스오는 진정한 선한자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현대 시대에 서로 정을 나누는 깊은 만남은 사라져 가고 <만남> 사이트 같은 즉석 만남이 아무 죄책감없이 이루어 지고 있는 세태에 대해서도 작가는 비판하고 싶어한다. 그것의 결과물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것으로 보여지게 만들고 있다.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의 솔직한 독백의 형식을 띠고 있는 부분도 있고,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그들의 심리를 공간적인 묘사로,체온과 감정의 냄새에 이르는 오감으로 느낄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통해 작가는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독자에게 일임하고 있다. 살인자 시미즈 유이치가 진정한 악인이었을까? 이시바시 요시노가 진정한 선인이었을까?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들의 평가는 달라 질것이다.

 

흥미진진하게, 세밀하게 다가오는 주인공들과 작가의 독백 때문에 결말부분에 이를때까지 손에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내쳐 읽어 내려 갔던 오랜만의 작품이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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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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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칼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 영화로도 개봉되었다는데, 이런 내용을 영화화 한다면 원시적이고, 본능적이며 야만적인 인간성을 표현한 종말 영화에 가까울 것이다. 이 세상이 차츰 눈이 멀어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눈이 멀게 된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생각해보면 끔찍할 것이다. 이 눈머는 현상이 전염성으로 간주된다면 눈먼 사람들의 인권은 유린당하고 격리되어 버릴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세상은 무정부상태가 될 것이며, 인간의 문화도, 예술도, 과학도 소용이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러 가장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얼마나 무참하고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인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소재를 두고 과감하게 <주제 사라마구>가 이를 묘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을 뜯어 보자면 일단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안과의사, 의사의 아내,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검은 색안경을 꼈던 여자 등으로 특징적인 모습을 두고 인물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눈이 멀어 가는 상태에서는 이름조차도 필요없는 혼란스러운, 그리고 인권이 무시되는 상황을 미리 복선에 깔고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의 대화 부호인 따옴표가 다 생략이 되어 있고, 단락 바꿈도 생략하고 있다. 작가의 실험적인 문학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단순한 한 현상으로 여러 상황을 상상해 내어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런면에서 주제 사라마구는 '환상역사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해 그 실험정신을 높이 사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것이다.

 

'눈이 멀다'라는 사실을 단순한 물리적인 장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장애로 표현해 현대 사회의 윤리성과 정체성 상실을 꼬집어 내고자 하는 사라마구의 주제의식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461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세상은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만 아니라 소유를 위해서는 인간성 조차도 쉽게 버리는 정신적인 장님임을 강조하고 있다. 무책임한 윤리의식과 붕괴된 가치관 , 만연한 폭력을 정신적인 장님에 비유하여 실제 격리된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만연한 폭력성과 비인간적인 모습속에 우리의 퇴폐한 정신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현대의 사회에서도 지진이 일어나거나 쿠데타가 일어 났을때 약탈의 모습을 쉽게 볼수 있듯이 법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약육강식과 적자 생존의 법칙이 고스란히 나타나게 마련인 것이다. 약자인 노인과 어린이, 여자들의 인권에 철저히 무시되고 유린당하는 현상을 보면 잘 알수 있다. 격리 수용소에서 총으로 무장한 깡패 우두머리가 굶주림을 빌미로 여자의 성상납을 강요하는 장면은 적나라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 주는 한 장면이라 할수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의사의 아내'는 혼자 눈이 멀지 않고 볼수 있는 입장에 놓이지만 현대에서 일어나는 가장 무서운 장면들을 생생히 보게 된다. 오히려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고 보는 것이 더 괴롭다고 토로하고 있다.

 

214 내 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눈 때문에 그녀는 도저히 상상할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아야 했고, 이럴바에야 차라리 눈이 머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의사의 아내야 말로 연대의식의 축으로 인간의 선한면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성인의 역할이 의사의 아내가 아닐까 한다. 눈을 뜨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우매한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끌어 주는, 깨어있는 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대의식은 인간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공존할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진정한 휴머니즘이라고 볼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고 있다'는 허상에 빠져 진정한 사랑과 헌신의 모습을 볼수 없는 아이러니에 빠져 있지 않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상에서 벗어나 우리는 사랑과 자비로 진정한 눈뜬 자들의 도시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임을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통해 지적해주고 있다. 눈을 떳다고 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니 , 밝은 정신으로 다시 한번 우리의 눈꼽을 떼어 내어 현상들을 바라보자. 그러면 보이지 않던 어떤 것들이 환히 보일 것이다. 진정 눈먼 자들이여. 눈을 크게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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