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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 (개정판) ㅣ 청소년을 위한 역사 교양 13
도병훈 지음 / 두리미디어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역사를 세분하여 공부하자면 많은 영역이 있지요. 역사적 사실만을 대륙별, 나라별로 기록해 놓은 역사가 있는가하면, 예술 분야의 역사도 있기 마련이지요. 미술, 음악, 철학, 의학,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알아 두어야 할 사람들은 한분야에 몰입하여 연구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전 그냥 일반인으로서 미술에 대한 역사를 알아 보기 위해 이책을 선택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인간들은 의식주가 해결되면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공연, 전시등을 관람 하러 다니다 보면 그것에 대한 유래, 역사, 이론을 알지 못하면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말아 버려 더이상 깊이를 알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기가 일수 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예술의 전당과 미술관을 위주로 다양한 전시회가 진행 되고 있는 만큼 이런 미술사적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다분하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사를 공부하려고 하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다양한 화가와 다양한 시대, 다양한 미술 기법과 그 용어들이 워낙 생소하여 섣불리 접근하기가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두리미디어 출판사에서 청소년을 위한 역사교양시리즈가 출간되었는데, 그 중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는 고대 그리스 미술부터 20세기 현대 미술까지의 미술사에 대해 상세히 논하고 있습니다. 미술도 다 그 시대의 반영이므로 그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미술사에 처음 접근하는 분들은 이 책도 그리 녹록하지 않는 책이 될수도 있습니다. 19세기 초까지 인상파들의 작품까지는 우리가 많이 접해 본바라 어느정도 접근이 용이합니다. 하지만 20세기로 넘어가는 현대미술시대가 되면 반 예술 운동과 그 운동의 저변에 깔린 철학적인 화가의 사상을 알지 못하면 이해 불가능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추상미술로 접어 들면서 사진과 같은 사실주의 표현위주의 미술과는 다른 사조라 추상미술의 그 이념을 상세히 알아 낼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 미술같이 보이던 <피카소>그림도 피카소같은 대가가 그린 그림이었고, 그속에 담긴 사상과 철학이 있었기에 대작으로 평가되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일반인이 잭슨 폴록 같은 <뿌리기 기법>으로 화폭에 어떤 그림을 담고자 했다면 그 그림의 값어치가 매겨 질리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더욱 현대 추상미술은 어렵게 평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구문명의 기원은 아무래도 4대문명과 그리스로마를 기원으로 삼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그리스의 미노아 문명 양식에서 로마시대의 비잔틴 양식, 그리고 로마네스크 양식, 고딕 양식을 거쳐 르네상스 양식, 바로코,로코코양식, 매너리즘양식까지.. 그리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로, 변화되면서 양식에서 <이즘>으로 사조가 변화되어 집니다. 고흐, 세잔, 고갱으로 대표되는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으로 야수주의 같은 표현주의가, 피카소를 중심으로 한 입체주의,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으로 대표되는 추상주의, 전쟁의 허무가 초래한 다다이즘, 그리고 현실세계를 벗어나는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미술, 네오다다아 팝아트, 누보레알리즘, 개념미술, 미니멀아트, 미디어 테크놀로지 예술까지 진화와 진화를 거듭해 옵니다.이런 사조들의 화가들이 재 평가받고 각광받는 기준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예전 시대의 양식을 답습하고 순종하여 그리던 화가들은 이름도 그 작품도 서서히 사라져 버리게 되는데 반해, 그 세대의 양식을 벗어나 새로운 모색을 시도한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기법을 선보인 화가들의 작품이 역사에 길이 길이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들은 그 시대에는 졸작이라고 평가받고, 별 관심을 받지 못하기가 일쑤입니다. 하지만 몇십년 후에 재평가 되어 그 화가들의 영향으로 새로운 사조들이 등장하는 예가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르네상스 미술 이후 낭만주의로 대표되는 화가 <들라크루아>의 작품 <민중을 이끄는 여신>입니다. 이 그림의 부제는 <1830년 7월 28일>로 왕정복고에 반대하는 7월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르봉 왕가를 무너뜨리고 루이 필립을 국왕으로 삼았던 역사적 사실을 깔고 있습니다. 들라크루아는 이 그림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해 나가는 프랑스의 역사적 현실에 맞서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전면에 나타나 있는 여인은 들라크루아의 고양된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극적으로 대변하는 공상적인 여인의 모습입니다. 낭만주의의 주요한 요소로서 비현실의 진리를 이 여인을 통해 대변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주의를 이끌어 간 구스타브 쿠르베의 대표작인 <화가의 작업실>입니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후 상업의 발달로 새로운 계급인 시민 계급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대립이 나타나 그 시대의 미술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두사조 즉,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시대착오적 성향과 비현실적인 경향은 제 3의 사조인 사실주의에 의해 사회의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출현하게 됩니다. 그 대표주자가 쿠르베입니다.
<화가의 작업실>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의의 심사위원들로부터 출품 거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지금은 주목받고 잇는 쿠르베의 작품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폭이 6미터에 가까운 대작으로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왼쪽에는 절망적인 삶에 찌든 서민들과 주검을 배치하고, 오른쪽에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거나 지지해주고 있는 지식인들을 그렸습니다. 화면의 중앙에 나체의 모델을 등 뒤로 한 채 커다란 캐버스 앞 의자에 앉아 풍경을 그리는 쿠르베 자신과 어린아이, 그리고 개 한마리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상황를 드러내는 알레고리입니다. 알레고리란 눈으로 볼수 있는 이미지로 존재할수 없는 것을 눈으로 볼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쿠르베는 이런 비현실적인 알레고리화를 통해 <사회>를 그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먼제 캔버스 바로 곁에 있는 성 세바스탄의 석고 나체상 앞에서 발을 뻗고 앉아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여자는 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바로 그 뒤 해골이 얹혀있는 신문은 나폴레옹의 어용신문으로 해석됩니다. 그 뒤에서 옷감을 팔고 있는 유대인 상인은 상업활동을, 그 상대를 하고 있는 남자는 시민계급으로 보입니다. 그들 주위에 무덤을 파고 있는 이눕, 창부, 어릿광대, 농민, 실업자 등은 빈민을 뜻하고 있습니다. 왼편 제일 끝 쪽에 있는 유대교 박사와 그 안쪽의 카톨릭 사제는 종교계를, 앞쪽에 개를 데리고 있는 사냥꾼은 '여가'을, 앞바닥에 떨어져 있는 챙이 넓은 스페인 모자와 기타, 단검은 낭만주의 예술의 쇠퇴로 해석됩니다. 한편 오른쪽에는 쿠르베의 예술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조와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다 한꺼번에 이해해 나가기는 힘든 일이니 차근차근 읽어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책을 읽기 전에 어린이용 <한국 헤밍웨이 전집>시리즈인 교과서에 나오는 미술작품의 동화책을 가지고 정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용이지만 완전한 미술사 초보자들에게는 유용한 동화책이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를 어느정도 습득했다면 EH 곰부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어야 합니다. 700쪽에 달하는 두꺼운 미술사책이라 한번 손을 대기가 어렵겠지만, 꼭 읽어야 할 인문도서라고 생각됩니다. 미술작품과 함께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할 지식을 한번 가져보도록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