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의 전략 -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투자법 24
장진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대한 경영사상가들의 업적과 이론은 학문적 영역에서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비즈니스맨들에게 경영 지침을 제공해 줍니다. 흔히 경영인이라면 "탁월한 감"으로 기업을 이끌어간다고도 하지만, 또 그런 직감적 요소를 특정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막연한 감만으로 큰 조직체(작은 사업체라도 마찬가지입니다)를 경영할 수는 없습니다. 관리와 시장 개척에는 체계적인 준비와 실행 과정, 그리고 피드백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즉흥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룸살롱 사장도 낮에는 도서관에서 필요한 학문적 정보를 검토한다며 자랑하던데, 얼마나 그 정수를 새로 깨닫고 자기것으로 소화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론 없는 실천이 엄청난 맹목임은 두 번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CEO 선까지 갈 것도 없이, 일반인이 자신의 인생을 "경영"할 때에도 어떤 비전과 철학에 기반해야만, 실패와 좌절을 가능한 한 적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마이클 포터의 정립된 이론 그 핵심 중, 경영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요긴하게 참고할 수 있는 유익한 명제만 모아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제가 삼 주 전쯤 피터 코틀러의 이론 중 중요한 부분을 풀어 주거나, 동아시아의 현실에 맞게 잘 개량해서 학계와 일반에 제시한 어느 일본인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필립 코틀러나 마이클 포터나 사실 일반 독자가 읽고 바로 무리 없이 소화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론에 정통한 다른 학자가 이 큰 간극을 요령 있게, 솜씨 좋게 메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권으로 읽는 피터 드러커도 누구를 위해서건 필요하듯, 마이클 포터도 시간에 쫓기는 여러 수요층을 위해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지요. 요약본이 나와도 되도록이면 학문적 권위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분의 솜씨면 더 좋겠죠.

저자 조언 마그레타는 현재 하버드 경영대 소속의 Senior Associate이며, 역시 현직으로 HBR의 편집자 위치입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서문에서 "왜 (이런 성격의 책에, 그리고 마이클 포터 같은 세계적 권위자의 업적을 요약하는 작업에) 내가 집필자로 나서야 하는가?"를 두어 단락 정도 분량으로 따로 설명합니다. 그녀는 HBR의 핵심 필진 중 (당연히, 그리고 여전히) 한 명인 마이클 포터와 오랜 시간 동안 필자와 에디터 사이의 관계로 교감했으며, 본인 자신이 이 분야 이론에 정통한, 전미 범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빼어난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녀는 마이클 포터의 독보적 업적이 구축된 영역인 "경쟁"과 "전략"이라는 주제에 대해, 포터의 본령에 충실하면서도 실천적 의의가 훼손되지 않게, 최대한 쉽고 최대한 실제 적용에 도움이 되게끔, 평이한 언어와 풍부한 실례를 들어 서술합니다. 학문적 자격과 독자의 이해 편의,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만한 역량을 갖춘 저자가 확실히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론이건 개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잡지 않고서는 출발조차 할 수 없습니다. 조언 마그레타, 그리고 마이클 포터는 이 점에서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며, "전략"에 대해 매우 간명한 정의를 내립니다. "전략은 곧 탁월한 성과를 내는 방법이다." 실제로 이 정의는 마그레타 편집장만의 의견이 아니라, 그 세련되고 주도면밀한 이론 전개가 정신의 특질을 이루는 포터 교수 본인이 직접 마련한 문장입니다. 다시 말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전략은 이미 전략도 아니라는 뜻이죠.

여기서 우리는 책의 편제를 다시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었는데, 1부의 주제가 "경쟁", 2부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위 문단에 소개한 "전략"의 정의는, 2부가 아닌 이 1부에 벌써부터 등장합니다. 왜일까요? 책의 목적도 실용에 있고 경영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현실에서 성과를 내기 위함인데, 책의 내용을 전개할 때 구태여 형식에 얽매일 건 없죠. 이처럼이나 실용적으로 "전략의 정의를 경쟁 논의에서 벌써 내세우는" 이유는, 경쟁에 대한 논의부터가 전략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략 없는 경쟁은 토대 없는 건축이며, 이런 이유에서 저자(들)은 전략이 무엇인지부터 독자에게 제시하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명제가 또 하나 등장합니다. 경쟁은 반드시, 라이벌들을 제압하고 경쟁력을 상실시켜야 승자, 최고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마이클 포터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경쟁은 결국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지, 라이벌의 제압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가 대뜸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의 실용적이고 간단한 정의"를 이처럼 책의 앞부분부터 가르치는 것도 다 이런 고려가 작용해서입니다.

자 그러면, 포터 교수와 마그레타 여사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보다 현명한, 그리고 실용적인 경쟁"은 무엇으로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는 걸까요? 이건 문제 제기 단계에서 암시된 바와는 달리 그리 달달한 컬러는 아니고, 오히려 더 살벌한 제안입니다. 혹 실망할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밝히는 건데요, 이분들이 제시하는 "성과를 내는 경쟁"은 결국 객관적, 절대적(다른 업체와 비교할 게 아닌)인 경쟁력 강화에 중점이 놓여 있네요. 고객,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기업은 백날 "경쟁"을 해 봐야 손해이며, 설령 시장에서 선두 주자라 한들 허울뿐인 점유율만 높을 뿐, 수익, 성과가 안 납니다.

여기서 저자들은 (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으나) 애플의 예를 들며, (전통적 경제학 용어를 빌리면) "독점적 경쟁 시장에서 대체되기 어려운 상품, 서비스를 생산하라"고 합니다. 이 역시 제가 저 위에 잠시 언급한 어느 일본분의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상통합니다. 라이벌을 제압하기보다, 라이벌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키우라는 뜻입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탑 독이 되라는, 더 독한 충고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역시, 라이벌에 대한 (소모적 구태를 통하지 않은, 진정한 선제적, 본원적) 제압임도 우리는 다 눈치챌 수 있죠. "도전의 불씨"마저 근절해 버리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지혜가 요구됩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조건 생산 단계에서 후려치기만 하면(내부 공정이건 외부 하청이건) 다 되는 걸까요? 이번 갤럭시노트 7 사태에서도 새삼 이 점이 주목 대상이 된 적 있죠. 마이클 포터는 이런 비용 절감 문제에 대해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어떤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이, 최종 생산되는 상품에 어떤 가치를 추가하는지를 잘 살피라고 합니다. 책에 나오지는 않으나, 이 점은 경영학보다 순수(협의의) 회계학에서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이슈입니다. 특정 이벤트를 비용으로 계상(計上)할 것인가, 아니면 거꾸로 자산(의 일부)에의 평가를 할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논의를 거치는 딜레마입니다. 물론 가치 평가를 허술히하면 기본적으로 보수성이 지배하는 회계 원칙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포터는 좀스럽게 "절약"에만 매달리는 기업가가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합니다. 제4장이 제2부("전략" 논의의 본격 전개) 처음에 자리하면서 "가치는 모든 전략의 시발점"으로 부각되는 건 마그리타 여사의 탁월한 센스입니다.

연속성은 장기 전략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미덕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흔히 전략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최초의 프레임을 너무 고집하면 이미 전략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도 하죠. 저자는 이에 대해 반대합니다. 디테일에 변화를 주되 그 뼈대마저 교체되는 전략은, 이 전략을 접하는 외부(고객 혹은 라이벌)에 혼란을 주며, 끝내는 전략의 설계와 집행의 주체인 조직에게마저 타격을 입힌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시어즈(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의 예를 들며, 실제로 저는 삼전의 최근 15년을 보면 마케팅 부문에서 뭔가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특히 전략의 연속성은, 지금 그 조직이 무엇을 내세우고자 하는지, 그 "핵심 가치"의 설정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회사, 조직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유지되는 한, 가치의 전달 방법은 보다 유연한 모습을 띨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단기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대세를 그르치기가 참 쉽습니다. "방법 이슈"가 아니라 온존해야 할 핵심 가치의 침훼(侵毁)에 이르는 실패가, 어느 기업에서건 비일비재한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전략의 얼개를, 그리고 특징들을 제시하면 "아 이건 마케팅에 관한 논의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특히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 뛸수록)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포터 교수는 "전략은 마케팅보다 (개념상, 그리고 실제 적용상) 고차원의 개념"임을 강조합니다. 이런 차별점을 분명히 부각하기 위해, "전략"을 논의하는 파트에서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그렇게나 강조한 것입니다. 조직이 생산하고 창조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기업의 생존 전략에서 중핵에 놓여야만 하며, 마케팅 섹터란 이에 비하면 그저 지엽말단의 비중이고, 위에 쓰인 용어를 다시 끌어들이자면 "전달 방법"의 variation에 지나지 않습니다.

책은 말미에 포터 교수와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특히 일반 독자에게 난해했던 개념과 이론 구조에 대해 본인의 명료한 육성으로, 다소나마 친절하게 "전달, 소통"이 이뤄져서 그를 존경해 온 독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권말부록으로는 용어 해설, 그리고 (에디터다운 꼼꼼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참고 문헌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