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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스레이 네앙은 캄보디아 난민 출신으로 일곱 살에 늙은 여자에게 팔려 왔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나서는 그 아들에게 상속되어져 궂은 일들과 구타를 받아왔으며, 열두 살이 되었을 때는 소반나를 만나 탈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소반나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그 아내는 스레이 네앙을 술집에 팔아버린다. 그 아이 나이, 고작 열다 섯이 되었을 뿐인데 스레이 네앙은 성 노예가 되어 살아가야 했고, 고달픈 그 아이의 인생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하갈 쉼터를 만나고나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하갈은 노예제 폐지론자들 사이에서 사후 관리 시설로 불리고 있다. 학대와 성 노예로 살아온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여성들을 하갈은 상담도 해주고 취업 교육도 해주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희망까지 안겨주는 그런 사후 시설은 우리들에게 안도감을 안겨주어 가시방석같은 마음을 그나마 위안해주는 것 같다.
가난 속에서 숙식이 제공되는 일거리를 얻는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라얀은 동생 마야 부부와 다른 친척들을 바수가 운영하는 벽돌 가마 공장에 취직시켰다. 하지만 그곳의 일은 폭력에 무방비이고, 강제적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노예의 생활 이상이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은 무시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지만 그 노동의 대가는 전혀 가질 수 없는 자유가 묶여진 노예의 생활을 하게 된 마야.
동아프리카의 반군 단체는 20년을 넘게 어린이들을 노예로 삼아 소년병이나 성 노예 혹은 짐꾼 노릇을 시켰다고 한다. 베티의 맏아들 찰스 역시 반군에 끌려가 소년병이 되었고, 마거릿은 마을을 습격한 반군에 끌려가 열한 살이 될 때까지 군사 훈련을 받기도 했으며, 반군의 아내가 되어 성 노예로 살아가야 했다.
이런 일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만이 아니었다. 동유럽의 고아들은 인신매매되어 국제 아동 포르노그래피 산업으로 흘러간다고 하니,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울부짖고 있음이 아니겠는가. 동심 속에서 아름다운 날들을 살아가야 할 어린 아이들이 인신매매되어 성 노예가 되고, 소년병이 되고, 강제적 노동력의 착취를 당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 이런 노예제가 있고, 그런 환경 속에서 멍들어가고 있는 아이들이 있음에도 우리들이 외면하고 있다면 정의라는 단어를 어떻게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영국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량한 사람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이다.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며 세계 곳곳에서 학대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는 단체들이 여럿 있다. 이 책에서도 우리는 그들의 활약을 보게 되며, 그들에게 힘을 얹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강제 노역을 당하고, 인신매매되어 폭력에, 성 노예로 학대당하는 세계의 어둠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문제에 눈을 찔끔감고 외면하기 보다는, 두 눈 부릅뜨고 그들의 상황을 인식하며서 그들을 도와줄 손길을 내뻗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케이 벅처럼 노예제 폐지와 인신매매 발생률을 낮추는 일에 손길을 보탤 수도 있고, 캄보디아에 본부를 둔 하갈 쉼터의 피에르 타미같은 마음으로 주변의 노예제에 묶여 있는 사람들을 보살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에 나와 있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은 이 책 속에 나와 있는 아이들과 강제 노동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읽으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일에 정의를 곁에 두는 걸음과 손길들을 행할 다짐을 가져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