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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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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독고준>은 최인훈 작가님의 [회색인]과 [서유기]에 등장하는 인물 독고준의 그 미래 이야기를 저자가 덧붙여 담아낸 책이라고 한다.   실은 위의 언급된 책을 읽어내지 못한 나는 독고준이라는 이름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것이니 익숙함에서 이미 아는 인물이 아니라 첫 대면이라는 낯설음에서 오는 인물 이해도를 부족한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최인훈 작가님이 그려낸 독고준의 젊은 날들을 뛰어넘고 저자가 그려낸 독고준의 모습을 먼저 대면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회색인]에서의 독고준은 어린시절과 대학시절의 이야기이고, [서유기]에서의 독고준은 이유정이라는 여성 화가의 침실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가지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최인훈 작가님의 [서유기]이후의 궁금한 독고준의 모습을 이어 그려낸 것이다.  

 

  노년의 독고준은 그의 현실상의 존재로가 아니라 그의 자살이라는 소식으로 먼저 다가오고 만다.   그것도 하필이면 전임 대통령이 고향의 언덕배기의 바위에서 투신을 한 그날에 독고준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를 어디에서 만나야 하는 것일까.   친절하게도 그는 일기를 적어오고 있었고, 나는 그의 딸을 통해 그 일기를 볼 수 있게 된다.

 

   참여문학파와 순수문학파에서 회색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문학인인 독고준의 일기는 1960년 4월 혁명 즈음에 시작하여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에 멈추어져 있다.   유품으로 남겨진 47년간의 내밀한 이야기, 거기에는 당대의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일기와 문화와 읽은 책에 대한 비평 혹은 서평들 그리고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에 대한 붙이지 못한 편지를 적어내린 일기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문화비평가인 딸 독고원은 .아버지 독고준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생활과 관념 속에서 그를 다시금 되새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한때는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고생을 하기도 한 독고준 그의 일기는 대한민국의 반세기 역사를 들춰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그리고 언제나 소수자들[장애인, 감옥의 수인, 혼혈인, 동성애자 같은 이들]을 옹호했던 그는 자신의 사랑하던 큰 딸 독고원이 이성이 아닌 동성의 애인을 데려왔을 때도 호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소설에서 민중은 추상적으로 등장하지만 소수자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가졌다는 독고준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하고 있다.

[독고준은 제 뜻에 반해 자유의지를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윤리성과 책임감을 드러낸 것이다./407쪽] 자유를 부르짖었지만 방종의 자유가 아닌 절제의 자유 속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했던 그의 의지는 곧 극단의 검정도 흰색도 아닌 회색의 모습으로 그 중용을 지키는 삶이었던 것이다.  

 

  극적인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신 자살한 한 소설가의 일기를 통해 우리의 반세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최인훈 작가님이 이미 만들어낸 인물 독고준에 대한 그 궁금한 미래를 채워낸 저자의 <독고준>은 술술 넘어가는 책장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그 손길을 멈출 수는 없게 만든다.   최인훈 작가님이 그려낸 젊은 날의 독고준 그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 속에서 독고준의 이어지는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언제나 못다한 이야기들에 궁금함을 가지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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