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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문지 푸른 문학
김도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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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십 년 만에 만나게 되는 중학교시절 담임 선생님은 삶의 시간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태였다.   병환중인 선생님을 찾아 병원에 들어섰고, 그분에게 듣게 되는 이야기, 삼십 년 전에 제출하지 못한 반성문을 적어오라는,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만드는 말씀이었다.   제출하지 못한 반성문이라니 기억도 나지 않는데...아니다, 실은 정치인들의 청문회처럼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얼버무려 과거의 잘못을 덮어버리려 했던 변명의 삼류 연기였을 뿐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잊고싶었으나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일이었음에, 다시금 삼십 년 전의 일을 끄집어내는 선생님이 못내 당황스럽다.

 

  삼십 년 전의 반성문이라니 그것도 중학생에게 500매나 되는 분량을 적어오라고 했었다고 한다.   반성문치고는 너무 과하지 않은가 싶은데, 도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길래 그런 과한 반성문을 쓰게 하신 것일까 궁금해진다.   여하튼 선생님의 병문안을 다녀온 그는 삼십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때 적어내지 못한 반성문을 한 장씩 끄적이게 되는 것이다.   검사인같은 아내를 옆에 두고 말이다.   반성문이라고 했지만 실은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였다.   소설가인 그가 단 한번도 적어내리지 않았다는 어린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어린시절 그는 백일장에서 장원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글은 그의 글만이 아니었다.   그 글은 어느 학생잡지에서 보았던 글의 일부를 데려와 살을 붙이고만 글이었고, 그 표절의 글이 백일장에서 장원을 거머쥐게 만들었으며 현재의 그는 소설가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500매의 반성문을 제출할 것을 죄에 대한 벌로 내렸고, 그는 삼십 년이 지나서도 그 반성문을 끝내 내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제 죽음을 앞둔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그 제출하지 못한 반성문을 적어내라고 말했고, 그는 어린시절의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그의 아내는 반성문이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말했지만 고백을 통해 자신을 휘감고 있던 그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것이 변명으로 가득찬 반성문이었을지라도 우리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통해서 채워져 가는 그 반성문을 읽으며 삼십 년 전의 일에 대한 침묵의 종지부를 목격하게 된다.   침묵하려했던 과거의 실수를 고백함으로 비로소 평화를 찾게 되는 그를 말이다.   실은 읽는내내 그의 아내처럼 그가 표절했다는 사람의 행방이 궁굼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물론 책에서 밝혀주고 있다.  

 

  이 책은 이외에도 [진부의 송어낚시]라는 단편도 함께 실려 있다.    시험장에서 수능을 포기하고 나선 정미의 송어 낚시 이야기로 송어 축제장에서 송어가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송어의 마음을 낚기 위한 정미의 송어 낚시는 이어진다.

  

  감추고 싶은 실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를 반성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음 또한 알지 않던가.   책에서처럼 삼십 년이 지난다고 해도 반성문을 써야 하는 일이 있다면 더이상 숨어 버리고 도망쳐버리지 말고 반성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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