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의마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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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 나무의 마음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되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그리고 중독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고 과감하게 다룰수 있었던건 작가가 가진 '의사' 라는 직업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솔직히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는 나와는 먼 주제라고만 생각했다. 뉴스,신문기사 ,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루머들...정말 사실이라고 믿을수도 없는 일들이 이 책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다시금 전해졌을때 그 충격은 읽는 내내 무겁게 내가슴을 짓눌렀다.

 

[ 털복숭이 공주 ] 라는 동화를 독서치료의 일환으로 함께 소개하고 있는것도 조금 특이했는데 , 아버지와의 결혼이 싫어 도망친 공주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분석하면서, 작가는 피해자들의 심리나 처한 상황을 폭넓게 이해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 모든 사례가 그 털복숭이 공주 동화와 일치하는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독서치료가 효과가 있음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것 같다.

'성폭력'하면 떠올렸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단순하게 느껴졌던 스토리가, 폭력의 모습이 이렇게도 다양하고 고통의 모습도 저마다 다를수 있다는 사실에 이 책을 읽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일 자체만으로도 나 또한 같은 세상에 속해 있다는 강한 소속감을 느꼈다. 

 그들이 부족하거나 뭘 잘못해서 그런 고통을 겪는다고 말하지 않는 작가의 따뜻함을 이곳 저곳에서 느낄수 있어 더 위로받았던 책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루어졌지만, 젠더의 문제를 떠나 약자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푸는 이기적인 사람들에 대한 분노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느낄것이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 다행이다 가 아니고 나도 언제든 당사자가 될수 있다는 것 . 그러니까 우리는 '성'에 대해서 그리고 '폭력'에 대해서 더 많이 터놓고 이야기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가해자를 법에 따라 처벌하는것도 중요하지만 ,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피해자들이 그 고통과 대면할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그래서 그 고통이 조금더 가벼워질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숨기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닌, 어떤 편견도 없이 똑같이 치료받아야할 대상으로 바라봐 주는것. 아프면 누구나 해당하는 과에 진료를 보러가니까 우리는.

그들의 심연 저 깊은 고통을 차마 내가 공감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부정한다고 해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잊혀지고 없던일이 될수 없다는걸. 이 책에 기술한 그들의 고통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

이제 막 용기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최초의 고통이 제 2, 제 3의 몰락으로 가는걸 막는길은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부터 인정하고 당당해지는 일일것이다.

인간 관계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 , 그리고 심리치료에 관심있는 분 , 독서치료의 효과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라면 읽어도 좋을 책 ! 내가 가진 조건을 떠나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음을 외치는 책 ! 한번의 아니 여러번의 상처로도 여전히 당신은 아름답고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함을 말해주는 책,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로 모든 일이 시작됨을 알게해주는 책인것 같다. 읽는 내내 무겁게 가라 앉은 마음이 그들과 함께 치유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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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토론! - 경제, 정치, 사회의 최첨단을 가로지르는 15가지 논쟁 토론하는 10대
박정란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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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란 지음 / 북트리거 출판사

'토론'하면 일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찬반 입장을 정해야 하는것도 막막한데 , 상대방의 논리에 말려들지 않고 끝까지 처음의 의견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입장을 똑부러지게 밝히는 친구들을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날 닮아 그런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아이들을 보면 꼭 교육적인 토론은 아니더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연습은 분명 필요해보였다. 그 시점에 이 책을 만났다 ! 강렬한 표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에너지는 왠지모르게 토론이 재미있을것만 같은 인상을 풍겼다 ㅎㅎ

그런데 꼭 표지때문만은 아니었다. 목차부터 쓱 훑어보았는데 토론 주제들이 모두 요즘 핫한 이슈들, 누구에게나 친근한 주제라 접근하기도 쉬웠다. 책을 다 읽어본뒤로는 진짜 쉽게 쓰였다는거 그리고 찬반 입장 모두를 각각의 시선에서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어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 앞에 토론할 상대가 없다해도 모의토론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지점이다.

그리고 냉철한 토론에 들어가기 전, 생각해보는 코너가 있는게 맘에 쏙 든다. 이 논쟁이 왜 중요한지 미리 환기시켜주는 준비운동이 되어주었으니까 . Yes 를 할지 No를 할지 아직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QR 코드를 통해 배경지식을 쉽고 빠르게 얻을수 있다니 ! 확실히 긴장감을 떨어뜨려주었다 ㅎㅎㅎ

여러주제들 중에 코로나 이익 공유제 도입 문제 , 재난기본소득 지급 문제, 여성 징병제 문제등에 대해y서는 아이들과 서로 찬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도 갖아보았다. 논리적인 근거까지 대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지만 , OX 로 의사표현함에는 망설임이 없어보였다. 여러가지 주제중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해야 할까 ' 였다. 솔직히 사람의 창작물에 대해서만 생각해봤지 인공지능의 창작물이라니 ! 요즘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졌고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분쟁의 소지가 될만한 다양한 의견들을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봄으로써 아! 이런 시선으로도 해석할수도 있구나 하는 통찰의 순간엔 재미까지 덩달아 쑥쑥 ㅎㅎ

결국 토론은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다양한 시선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자세가 아닐까

이 책은 토론이 어색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기 힘든 아이들이나 청소년에게는 재밌고 쉬운 훌륭한 첫 가이드북이 되어줄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이번엔 심도깊은 대화까진 역부족이었지만 , 이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수 있는 기회를 갖은 것만도 너무 감사한 기회였다. 흥미로운 주제, 접근하기 쉬운 주제 , 그러면서도 현실과 밀접한 열다섯가지의 주제 ! 야무지게 토론할수 있을때까지 옆에 두고 틈틈히 토론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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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이 된 세 친구 - 8·15 광복절 기념 에디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 2021년 3차 문학나눔 선정作 파랑새 사과문고 95
이규희 지음, 김옥재 그림 / 파랑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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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광복 76주년이 되던 날 이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작가님께서 쓰신 헌사처럼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책을 읽는 내내  상기해봅니다.  청소년 동화이지만 , 실제에 기반한 사실감 넘치는 배경과 스토리 전개가  초등 저희 세 아이들도 귀 쫑긋하게 만들었어요 ㅎㅎ



이 책의 무대는 실제로 우리 독립군이 활동했고 의병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연해주 , 지금의 러시아 블로디보스토크 입니다. 구한말 더 이상 이땅에서 살수 없어 도망치듯 몰래 타국으로 건너가야 했던 수많은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주인공 경수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 할아버지가 의병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고향을 등져야 했던 죄인아닌 죄인 . 척박한 땅에서 낯선문화와 차가운 시선에  버티기도 힘들었을텐데 그들은 고려인의 후손이라는 걸 한순간도 잊지 않고 강인하게 적응해갑니다. 그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과연 얼마나 와 닿았을까 ..어쩌면 너무 먼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을것 같아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자포자기하고 현실에 적응합니다. 하지만 또다른 누구는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두려움과 현실감으로 가득찬 경수가 독립투사들을 가까이에서 겪어보며 독립의 의지를 다져가는 과정이었어요 . 


  우리는 생각합니다. 독립투사들은 뭔가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태어났고, 충분히 강인하기 때문에 그 일을 지속할수 있었던거라고요. 하지만 그들 모두 처음엔 경수처럼 작고 나약했을지 모릅니다. 


경수와 경수친구 최재봉 , 윤담 모두 제겐 진정한 영웅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상황에서 깜냥에 맞게 할수 있는 일을 하는것이 애국이라는 말에 깊이 동감합니다.  제 눈엔 여전히 어리기만 한 아이들인데 이렇게 꿋꿋하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니 어른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했던 부분이었어요. 



몇일전 기사를 보니 안중근 의사 가족의 거주지 표지석이 철거가 되고 , 이 책에도 등장한 헤이그특사  이상설 선생님의 기념비도 뜯겨져 4년째 방치가 되고 있다고요. 목숨을 건 그분들에게 후손들이 건네는 위로가 고작 이것인것이 너무 한탄스럽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후손들 세대에 이르르면 흔적없이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그 발자취를 지금 챙겨야 합니다. 그들의 용기와 희망이 우리 후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니까요 . 



함께 책을 읽은 세 아이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막내는 모두가 목숨걸로 독립운동을 하니까  자기도 목숨걸로 독립운동을 함께 했을거라고 하고요  둘째는 용감한 모습이 멋져보이지만 재봉이 형 최재필의 앞잡이 행동은 너무 나쁘다고!!!. 첫째는 독립군이 되기로 결심한 모든분들이 모두 너무 용감해보인다네요... 아이들과 함께 지도도 함께 찾아보고 어떤 기분이 들지,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었을까 이야기 나눠봤어요 ^^ 



폭력과 죽음이 만연하고 비상식적이었던 시대의 이야기를 아이들과 어떻게 나눌지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역사동화를 읽고 이야기 나눠보니 잃어가던 (?) 애국심도 뜨겁게 올라오는 기분이 들고요 미래에서 부끄럽지 않을 나의 역사를 부지런히 써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큼직큼직한 글씨, 차분한 그림이 잘 어우러진 그림책입니다. 글밥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들과 편하게 읽고 이야기나누기 딱 좋은 역사동화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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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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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심리스릴러물 같기도 하고, 페미니즘 소설 같기도 한 이 소설은 모든 여자들의 삶은 피할수 없는 어떤 것 , 즉 엄마가 되는 일련의 과정이 모성애라는 장치로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서 시작한다.

블라이스 라는 한 여성이 있다.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 폭스코너를 만나 결혼을 한 블라이스는 아주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한다. 나는 정말 아기를 낳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 나는 아기를 위해 진정 사랑만 줄 준비가 되 있는가 ?

블라이스는 자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무방비로 아기를 낳게 되고 , 큰 혼란에 빠진다 . 왜 ?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낳은 딸 "바이올렛 " 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엄마가 아니었던 것이다. 모성애로 차고 넘치는 그런 부류의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에 블라이스는 자신을 닥달하고 자책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상황은 나아졌을까 ?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그럴뿐이라며...남편도 주변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지만 , 딸 바이올렛과의 관계는 갈수록 더 악화되고 남동생 '샘 ' 이 태어나고부터는 블라이스와 바이올렛과의 거리는 마치 폭풍전야처럼 한장면 한장면이 어뢰와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이 뒤엉켰다. 둘중에 진짜 진실은 뭘까 ?

엄마 블라이스는 주변인들이 묘사한것처럼 그냥 너무 지친 나머지 친자식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 모성애가 부족한 여자가 있고 그 여자는 자신의 부족한 모성애를 감추기 위해 , 딸 바이올렛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말하고 있는건 아닐까 ?

아니면 블라이스가 묘사한 대로 딸 바이올렛은 정말 그 어떤 사랑으로도 자신의 엄마를 사랑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을 갖고 태어난 악마인걸까 ? 세상에는 이런 악마인 아이들도 태어나는데 , 우리는 블라이스에게 너는 왜 더 노력하지 않는거니 , 왜 모성애가 부족한거니 하는 차가운 시선을 던지고 있는건 아닐까 ?

독자로 하여금 , 엄마와 자식간의 너무나 단단한 사랑이라는 연결고리가 부단한 노력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는 위태로운 구조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걸 보면, 작가는 이 세상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성애로 인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양육자들의 목소리도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들에게 보내는 사회의 비정상적인 시선!

언제나 늘 '갑'의 입장일것 같은 엄마와 언제나 늘 '을'의 입장일것 같은 연약한 아이를 겉으로는 묘사하고 있지만 , 실제로는 늘 을의 입장일수 밖에 없는 엄마라는 존재가 더 눈에 들어온다.

너가 힘들어서 , 단지 너무 지쳐서 그런걸거야. 너와 아이의 관계에 잘못된건 아무것도 없어, 아이의 저 눈을 봐. 너가 낳은 너무나 사랑스런 아이잖아. 저런 천사가 어떻게 악마일수 있겠니 하는 주변의 시선속에서 블라이스는 홀로 투쟁한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 더 채찍질하고 , 더 노력해보지만 스스로 낳은 딸에게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점점 파멸해가는 블라이스. 그 누구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블라이스의 고충이 허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닿자 그녀에게 연민의 감정이 폭발한다. 어쩌면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모성애라는 틀에 갖혀서 늘 더 좋은 엄마로 비춰지길 원했던 순간이 나 또한 왜 없었을까 .

엄마가 스스로 뜨거운 커피를 쏟게끔 만들고 , 잡고 있던 유모차를 놓치게 하여 남동생을 사고사로 죽게 만든 영악한 아이 바이올렛 . 새엄마와 아빠가 낳은 남동생 '제트'는 바이올렛 옆에서 과연 무사히 성장할수 있을까도 의심을 품게 되는 으시시한 결말이다. 블라이스와 바이올렛과의 숨막히는 거리는 외줄타기하듯 불안하기만 하고 , 엄마 세실리아와 할머니 에타의 불행했던 삶은 모두 , 여자라서 , 엄마라서 포기해야만 했던 부분이 있음을 , 분명 모성애가 커버하지 못하는 날것의 영역도 있음을 이 사회에, 남자들에게 인정해달라고 말하는것 같다.

제목 Push 는 출생의 의미도 있겠지만 , 샘의 유모차를 밀어 아들이 죽음에 이르렀던 순간 즉 출생과 죽음의 두가지 양면의 의미가 있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그리고 서로를 밀어내는 (pushing) 블라이스와 바이올렛의 불안한 관계도 이 단어로 모두 설명되고 있으니 제목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지은것 아닌가 싶다.

블라이스는 자신의 남편 폭스코너가 자신의 말은 하나도 믿지 않자 이 모든 이야기를 써서 원고로 주는데 , 그 원고가 바로 이 책인것이다. 남편 폭스 코너는 이제는 블라이스 말이 사실이었음을 믿어줄까 ? 그도 나와 같은 심정인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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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공간을 찾아서 - 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안정희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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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사건을 똑같이 경험하고도 우리는 서로 다른 감상을 기억속에 저장한다.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이나 장소 위주로 서술할것이고, 또 누군가는 내 감정을 건드렸던 말 한마디가 유독 머릿속에서 맴맴 돌것이다. 한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기록을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20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인데 작가가 전해주는 '기억' 과 '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야무지고 단단하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 우리가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던 공간과 그리고 앞으로 꼭 지켜내야 할 기억이 무엇인지 여행끝엔 마주할수 있을것이다. '역사'는 승자나 권력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우리들의 기억공간이 그들손에 훼손되어지지 않길, 패자나 약자들의 역사 또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 . 그들이 그토록 목숨걸고 지켜내려 했던 그 공간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 어떤 빛깔로 어떤 울음을 뱉어낼지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우리는 왜 그토록 기록하고 기억하려 애쓰는 걸까 ? 현재의 나는 개별적이고 미약하지만 어쩌면 과거의 그 개별적이고 미약한 또 다른 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기있어 당신의 이야기를 듣노라고 그러니 너무 외로워 하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또한 동시에 사는것과 같다고 말해주고 싶은 걸까?

안정희 작가님과 떠나는 여행지 모두가 내게는 특별했다. 모두가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공간이었기에 호기심도 컸지만 , 기록을, 공간을 더 잘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어쩌지 못해 책장을 쉬 넘길수 없었던 곳도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쓸쓸히 죽어간 , 우리나라 최초로 위안부임을 밝힌 배봉기 할머니 이야기와 태평양 전쟁에서 집단 자결을 강요했던 일본군의 만행. 강화도 심도직물 노동운동 이야기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삶까지...어느것 하나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하나의 기억이라도 놓치않으려 부단히 기록하고 자기목숨처럼 지켜낸 사람들...그들의 치열한 노력덕분에 나는 오늘도 과거의 그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나눈다. 결국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서서히 잊혀질테지. 약자의 이야기가 잊혀질까봐 두렵다. 그런데 우리네 삶은 그 약자에 가장 가까웠지 않았을까 ?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것....물론 이것도 행복하지만 이제는 여행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은 바껴가고 있음을 안다. '이 목적없는 읽기가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며 삶에 만약을 허용한다 ' 는 작가님의 말처럼 나 또한 그들과 연대하며 나를 낯선 과거로 멀리 보낼 작정이다. 코로나 시국인지라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 독일로 일본으로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다시 또 살아갈 힘을 얻었다.

감사하다. 이렇게 꼼꼼히 기억해주고 찾아가줘서.

​이런책이 앞으로도 많이 많이 나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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