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공간을 찾아서 - 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안정희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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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사건을 똑같이 경험하고도 우리는 서로 다른 감상을 기억속에 저장한다.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이나 장소 위주로 서술할것이고, 또 누군가는 내 감정을 건드렸던 말 한마디가 유독 머릿속에서 맴맴 돌것이다. 한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기록을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20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인데 작가가 전해주는 '기억' 과 '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야무지고 단단하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 우리가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던 공간과 그리고 앞으로 꼭 지켜내야 할 기억이 무엇인지 여행끝엔 마주할수 있을것이다. '역사'는 승자나 권력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우리들의 기억공간이 그들손에 훼손되어지지 않길, 패자나 약자들의 역사 또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 . 그들이 그토록 목숨걸고 지켜내려 했던 그 공간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 어떤 빛깔로 어떤 울음을 뱉어낼지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우리는 왜 그토록 기록하고 기억하려 애쓰는 걸까 ? 현재의 나는 개별적이고 미약하지만 어쩌면 과거의 그 개별적이고 미약한 또 다른 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기있어 당신의 이야기를 듣노라고 그러니 너무 외로워 하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또한 동시에 사는것과 같다고 말해주고 싶은 걸까?

안정희 작가님과 떠나는 여행지 모두가 내게는 특별했다. 모두가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공간이었기에 호기심도 컸지만 , 기록을, 공간을 더 잘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어쩌지 못해 책장을 쉬 넘길수 없었던 곳도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쓸쓸히 죽어간 , 우리나라 최초로 위안부임을 밝힌 배봉기 할머니 이야기와 태평양 전쟁에서 집단 자결을 강요했던 일본군의 만행. 강화도 심도직물 노동운동 이야기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삶까지...어느것 하나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하나의 기억이라도 놓치않으려 부단히 기록하고 자기목숨처럼 지켜낸 사람들...그들의 치열한 노력덕분에 나는 오늘도 과거의 그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나눈다. 결국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서서히 잊혀질테지. 약자의 이야기가 잊혀질까봐 두렵다. 그런데 우리네 삶은 그 약자에 가장 가까웠지 않았을까 ?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것....물론 이것도 행복하지만 이제는 여행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은 바껴가고 있음을 안다. '이 목적없는 읽기가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며 삶에 만약을 허용한다 ' 는 작가님의 말처럼 나 또한 그들과 연대하며 나를 낯선 과거로 멀리 보낼 작정이다. 코로나 시국인지라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 독일로 일본으로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다시 또 살아갈 힘을 얻었다.

감사하다. 이렇게 꼼꼼히 기억해주고 찾아가줘서.

​이런책이 앞으로도 많이 많이 나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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