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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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언젠가 우리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왜 자신이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하느냐고. 보스트룀 교수는 기계가 언젠가 질문할 수 있는 이 위험한 질문에 우리가 먼저 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계는 무엇을 원할까? 왜 기계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가? 왜 인간은 존재해야 하는가? 이 거대한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많은 책을 읽지만 막상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김교수의 <빅 퀘스천>을 관심 깊게 읽었고, 최근에 언론 매채 등을 통해서 저자의 인터뷰를 접하곤 했습니다. 저자가 싱크탱크에서 주관하는 '건명원'이라는 학습 기관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가르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저자는 인공지능(AI)과 뇌과학 분야의 빼어난 전문가이자 카이스트에서 교편을 잡으며 격의 없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통해 10대 시절부터 시작한 독서의 궤적을 보여줍니다.  책은 궁극적으로 질문의 힘을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공학 기술력과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왜 우리는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가 하는 질문도 곁들여 질 수 있겠네요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는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다른 이들의 답에서 허우적거리기 보다는 질문 자체의 중요성과 본질을 추구합니다. 남들이 제시한 답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질문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그것이 더 큰 차원으로 자신을 이끌기 때문입니다. 본질을 꿰뚫는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보다 깊게 생각해 보고 반대로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는 비단 과학자들만 사고하는 방식은 아닐 것입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갈 때 우리는 본질을 꿰뚫는 시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모든 진정한 과학과 철학과 종교의 기원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그 누구보다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 공자보다 더 유교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주의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세계는 책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창고와 같습니다. 문학과 시, 역사학, 당대의 한계에 맞선 진리를 추구하는 자들. 김대식 교수가 평소에 추구하는 고학과 인문학의 통섭적 능력이 쉽게 길러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더 깊게 알게 되었습니다. 


"단 몇 분 만이라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스마트폰, 불과 십 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다. 칠십 년 전 일제 강점에서 해방되었을 당시엔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없었고, 일반인이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어디 그뿐이랴. 300년 전엔 마취약도 항생제도 없이 염증 하나 때문에 임금이 죽고 왕자의 팔다리를 맨 정신에 절단해야 했다. 1만 년 전엔 도시도 길도 국가도 없었고, 10만 년 전 인류는 옷도 신발도 없이 매일 단지 그날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존재했을 뿐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책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책은 또 하나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의 뇌가 몰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제가 이 책을 읽은 것도 뇌의 끌림인 덕일 것일까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는 데 길잡이로 나아갈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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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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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다니엘 튜더가 한국과 사랑에 빠진 건 2002년 6월의 일이다. 아무도 손님을 맞을 생각을 하지 않는 울산의 한 호텔 로비에서 그는 다소 인성적인 경험을 한다.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안정환의 결승골에 환호하며, 길거리를 놔뒹군다. 이 상황을 바라보던 관광객은 그날 이후 대한민국을 뒤덮은 붉은 마법에 쓸려가, 한국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지난해 먼저 나온 영어판 《한국, 불가능한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의 번역본이다. 왜 ‘불가능한 나라’일까. 저자는 한국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단언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지금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준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같은 기준에 못 미치면 ‘루저(패배자)’가 되는 지독한 경쟁에 혀를 내두른다. 다니엘 튜터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출신이고, 그 또한 고난한 입시과정을 겪었지만, 한국의 과열된 입시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책 전체에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지긋이 묻어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뚝뚝 흘러나오는 것은 한류 열풍과 영화·음악 산업을 다룬 3장이다. 영화배우 최민식은 그가 만난 인물들 중 유일하게 5쪽에 걸친 인터뷰에 등장한다. 저자가 최민식이 주연으로 나온 올드보이를 감명깊게 봤고, 외국인들도 그의 산낙지신을 흥미롭게 봤을테니 괜찮은 섡택이다. 저자가 본 최고의 홍대 밴드들과 힙합 그룹들을 하나하나 언급할 때는, 내가 저자보다 인디음악씬을 더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특히 신중현이 케이팝 그룹들보다 "백만 배는 더 훌륭하다라는 극찬을 퍼붇는다. 하긴 신중현은 콜택에서 헌정 기타도 받은 최고의 기타리스트 아닌가.

 

저자가 <기적을 이룬나라, 끼븜을 잊은나라>를 쓴이유는 영미권 독자들이 한국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 책은 한국인인 독자에게 신선한 자기객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인인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는 그의 시야와 통찰은 놀랍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따끔한 일침을 보여줬다면, 타지에서 온 애정스런 시선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한국이란 나라를 직접 경험하며 저자는 기적을 이룬 덕분에 기쁨이 사라진 곳이 한국이라 말한다. 기적의 신화를 타파하거나, 행복의 기적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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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 표민수 감독의 드라마 제작론
표민수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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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푸른 안개>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 <꽃미남 라면가게>까지 그가 참여한 작품은 거의 다 봤다. <꽃미남 라면가게> 같은 경우는 10에서 20대 여성을 위한 트렌디 드라마라, 걱정이 앞섰지만 역시 표민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빼어난 연출력과 영상미를 보여줬다.

 

저자는 드라마를 만들때, 생각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주 사소한 발상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가 만든 드라마는 모두 작은 생각에서 시작됐다는 말이다. 드라마를 자세히 관찰하면, 기획, 대본, 연출, 연기, 편집 등 드라마 제작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감독 혹은 PD의 세계관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표민수 감독은 이 <드라마 어떻게 만들것인가>에서 자신의 방법론을 속질하게 풀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마의 전반적인 제작과정과 구성에 대해서 충실히 담고 있다. 기획, 제작, 투자, 작가, 연출, 연기, 음악, 영향, 종합편집(믹싱) 등 드라마가 제작되는 과정에 대해 쳅터별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20년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채특한 노하우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과감없이 펼쳐보인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드라마 주인공은 드라마 제작 PD다 하루 4시간도 자지 못하며, 촬영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며 드라마 감독은 멘탈뿐만 아니라 체력도 좋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수록 표감독의 깊은 세계관이 드러나 그에 대한 신뢰감이 커져갔다.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표민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애청자 혹은 독자라면 좋아할만한 이야기 거리도 가득하다. 이를테면, 표감독과 땔 수 없는 관계인 노희경 작가와의 일화도 흥미롭다. 노희경 작가는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목적지 같은 주제를 찾고, 철학자처럼 의미를 탐구하고,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우위인 그(표민수)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작가나 감독을 꿈꾸는, 수많은 후배들이 그의 선한 기록에 감동받길 기대하면서, 그의 고단한 기록에 고개 숙여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드라마 감독이 되는 길은 쉽지 않다. 방송사 공채는 수백대 일이 넘아가고,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한국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열악하다. 외국에서는 흔한 일인 사전제작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드문 방식이다. 때문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애청자이건, 드라마 감독을 지망생이건,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독특한 방법론을 내포하고 있다. 표민수 감독의 다음 작품을 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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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럴까 - 남자의 내면을 이해하는 최고의 바이블
런디 밴크로프트 지음, 정미우 옮김 / 소울메이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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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남녀관계에서 상습적으로 가해지는 학대를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이유는 학대하는 남자 대부분이 정말 학대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특히 만남의 초기 단계일 때 훌륭한 성품을 많이 보여준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며, 마약이나 음주 문제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남자에게서 잔인하고 위협적인 성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여자는 자기연 인이 학대하는 남자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여자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학대 징후’는 이렇다. 남자가 여자를 무시하는 일이 잦아진다. 만남 초기에 보여줬던 관대함이 점차 이기심으로 변해간다. 짜증이 나거나 자기주장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거친 언어가 폭발한다. 불만의 화살이 여자 쪽으로 쏠려 모든 것이 여자의 잘못인 것 같다. 점차 두려움과 위협감이 증가한다. 그러나 여자는 때때로 남자가 배려심이 많고 애정이 깊은 사람이었던 것을 상기한다. 그래서 남자가 왜 화를 내는지 알고 싶어 하고, 그럼으로써 그가 심한 감정 기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대하는 남자는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학대하는 남자의 심리를 안내한다. 1부에서는 학대하는 남자에 대한 잘못된 믿음들을 바로잡은 후 학대하는 남자의 심리 및 학대의 유형을 꼽아본다. 2부에서는 다정다감하던 남자가 어떻게 학대를 시작하는지, 학대하는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은 어떤지, 중독과 학대하는 남자의 상관관계 및 학대하는 남자와 헤어지는 방법을 알아본다. 3부에서는 학대하는 남자를 둘러싼 친구, 친척, 가족과 오늘날 사법제도가 학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실상을 들여다본다. 4부에서는 학대하는 남자가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제안하고, 남자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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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결정적 반론
제리 포더 지음, 김한영 옮김, 선우환 감수 / 알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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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인공지능분야에서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용량은 커지고, 속도는 빨라졌지만,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내는 것은 아직도 한참 먼 것처럼 느껴진다.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논쟁적인 논쟁적으로 현대 인지과학의 성과를 검토한다. 가장 비판의 중심에 있는 것은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인가. 국내에도 핑커의 저작이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인지과학과 심리철학의 이야기가 꽃을 피었다. 1960년대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라는 것을 고안했다. 튜링 테스트는 인공지능이 실제 인간처럼 행동하는지 평가한다. 튜링은 곧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이라 말했지만, 아직 테스트를 완벽히 통과한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메달을 받은 프로그램이 존재하긴 한다)

핑커 교수는 마음을 연산의 축으로 가정했다.  마음을 추상적인 과정이 아닌 과학적 연산형태의 과정으로 판단했다. 핑커의 이론은 매우 강력해서, 세세한 자료를 논박할 뿐이지, 이론 자체에 대한 반론은 하기 어려웠다. 핑커의 이론은 계산주의 마음이론이라 불린다. 핑커의 이론을 따라 과학자들은 인지과학을 마음의 작동 방식을 정보처리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컴퓨터처럼 인간의 마음도 입력장치,  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 출력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가정한다. 과학자들은 어떤 뇌구조와 행동이 어떤 장치를 맡고 있는지 밝혀 내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는 이에 강력한 반론을 제시한다. 핑커의 종합설은 저명한 언어학자 촘스키가 내새운 합리주의적 인식론과 언어학적 구조와 비슷하다는 요지다. 이는 언어의 통사론적 구조를 일괄적으로 마음구조에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핑커의 주장이 적응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한다. 튜링의 제안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 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실패를 고전적 계산주의 마음 이론의 실패로 인정하지 않는 인지과학계의 태도는 그 이론에 비추어 볼때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핑커와 같은 다윈주의적 인지학자들이 진화론에 집착하여, 적응물로 마음의 구조를 역추적 하는 것도 이론에 갇혀있는 꼴이라 비판한다.

 

저자의 주장은 논쟁적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적 태도가 아니다. 인지과학의 진보를 위해서 길을 다듬고 가자는 주장이다. 심리철학계에서 거대한 반론이 나온이후, 핑커를 비롯한 계산주의 마음이론 진영의 반론을 과학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접했다. 흥미로웠다. 국내에는 심리철학에 관한 책을 접하기 어려운데, 저자의 다른 책도 곧 만나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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