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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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다니엘 튜더가 한국과 사랑에 빠진 건 2002년 6월의 일이다. 아무도 손님을 맞을 생각을 하지 않는 울산의 한 호텔 로비에서 그는 다소 인성적인 경험을 한다.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안정환의 결승골에 환호하며, 길거리를 놔뒹군다. 이 상황을 바라보던 관광객은 그날 이후 대한민국을 뒤덮은 붉은 마법에 쓸려가, 한국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지난해 먼저 나온 영어판 《한국, 불가능한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의 번역본이다. 왜 ‘불가능한 나라’일까. 저자는 한국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단언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지금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준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같은 기준에 못 미치면 ‘루저(패배자)’가 되는 지독한 경쟁에 혀를 내두른다. 다니엘 튜터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출신이고, 그 또한 고난한 입시과정을 겪었지만, 한국의 과열된 입시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책 전체에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지긋이 묻어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뚝뚝 흘러나오는 것은 한류 열풍과 영화·음악 산업을 다룬 3장이다. 영화배우 최민식은 그가 만난 인물들 중 유일하게 5쪽에 걸친 인터뷰에 등장한다. 저자가 최민식이 주연으로 나온 올드보이를 감명깊게 봤고, 외국인들도 그의 산낙지신을 흥미롭게 봤을테니 괜찮은 섡택이다. 저자가 본 최고의 홍대 밴드들과 힙합 그룹들을 하나하나 언급할 때는, 내가 저자보다 인디음악씬을 더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특히 신중현이 케이팝 그룹들보다 "백만 배는 더 훌륭하다라는 극찬을 퍼붇는다. 하긴 신중현은 콜택에서 헌정 기타도 받은 최고의 기타리스트 아닌가.

 

저자가 <기적을 이룬나라, 끼븜을 잊은나라>를 쓴이유는 영미권 독자들이 한국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 책은 한국인인 독자에게 신선한 자기객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인인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는 그의 시야와 통찰은 놀랍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따끔한 일침을 보여줬다면, 타지에서 온 애정스런 시선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한국이란 나라를 직접 경험하며 저자는 기적을 이룬 덕분에 기쁨이 사라진 곳이 한국이라 말한다. 기적의 신화를 타파하거나, 행복의 기적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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