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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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가 건강하게 살아 계셨을 때 나는 농담처럼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완벽한 아들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하곤 했다. 내가 볼 때 어머니가 나에게 기대한 부분과 아들들에게 기대한 부분이 판이했다. 나는 또 웃으면서 아들이 엄마 집의 지붕을 고쳐주어야 하는 사람이면 딸인 나는 엄마 마음을 고쳐주어야 하는 사람이냐고 묻곤 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불가능한 조합을 요구했다. 둘도 없는 친구이면서 비밀을털어놓을 사람이고 돌보는 사람이자 언제든 무엇이든 버릴수 있는 쓰레기통이며 앞일 걱정 없이 화내고 소리 지를 수있는 대상이었다. 반항도 못하고 떠나지도 못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 그러니까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사람이었다. 어머니 역시 그런 사람이 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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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정도 지났을 때 완벽하게 화장한 얼굴 위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침내 그녀가 목이 멜 정도로 흐느끼며 말했다. "매번 잘해드렸던 이유는 이번에는 어머니가 저를 사랑해주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알맞은 조합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항상 다음을 기약했어요. 딱 하루만이라도 아침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가 ‘안녕, 괴물아‘ 라고 하지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방법을찾을 수 있을지 몰라."
"이 세상에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 아이는 없어요."
그녀는 울며 좌절감에 고함을 질렀다. "멍텅구리들도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는데! 조이는 자기 어머니를 위해 뭐 하나 한 적 없었어요.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그이를 보면 항상 환하게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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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대게를 발라먹는 우리를 흐뭇하게 보던 엄마는 말한다. "송아도 게를 좋아하네?" 엄마……… 그말 작년에도 했어. 재작년에도 했고, 3년 전에도………… 매년 했어! 매번 나‘도‘ 게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그 사실은 어쩐지 엄마에게 입력되지 않았다. 방수코팅된 소파 위에 떨어진물방울처럼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싹 말라버렸다. 그리고 매번 게를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은 새롭게 발견되었다. 다행히 10년쯤 이 일이 반복되자 간신히 그 사실을 인지한 것 같다. 하지만 타임 루프에 빠진 듯 아이템만 바뀔 뿐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도르마무, 차녀도 그 음식을 좋아해. 도르마무, 차녀는 그 음식을 싫어해.

실제로 오빠 있는 차녀의 사연은 눈물 없이 못 듣는다. 그들의 애환을 랩 가사로 표현해보자. "내가숨만 쉬어도 오빠 기죽인다 난리, 그런데 왜나에게 요구해 자식의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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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웠다. 책의 작가들은 아이라면 누구나 이런식의 가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그럼 우리 가족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 왜 알록달록한 그림책들이 죄다 가족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도 오직엄마 아빠로 이루어진 얘기만 주야장천 하려 들었다. 세상에 이야깃거리가 그뿐인 것처럼. 이모들로 구성된 우리집은 쏙 빼놓은 채로 말이다. 나는 화가 났다. 순간 언니들이 왜 바깥에서 무심코 부모가 있는 척 거짓말을 하고,
이모들 얘기를 삼가는지 깨달았다. 선우원 친구들도 인형놀이를 하면 꼭 남녀 한 쌍을 결혼시키고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마치 그게 정답인 것처럼. - P61

모든 부모는 끔찍하다. 아이들이 제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성애, 부성애가 얼마나 아름답고 강한지는 알지만 아이들이 얼마나어른들을 사랑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유 없이 사랑을 바치는 대상만큼 강력한 건 없다. 사랑은 상대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휘두르도록 만든다.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사랑할 사람을 곧바로 알아본다. 아이들은 금방 사랑에빠지기에 어른들보다 취약하며 그리하여 제정신으로 살아간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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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끔찍하다. 아이들이 제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성애, 부성애가 얼마나 아름답고 강한지는 알지만 아이들이 얼마나어른들을 사랑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유 없이 사랑을 바치는 대상만큼 강력한 건 없다. 사랑은 상대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휘두르도록 만든다.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사랑할 사람을 곧바로 알아본다. 아이들은 금방 사랑에빠지기에 어른들보다 취약하며 그리하여 제정신으로 살아간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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