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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지옥 - 녹차빙수 컬트 단편집
녹차빙수 지음 / 구픽 / 2025년 6월
평점 :
현실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소설보다도 더 극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와 이건 좀 너무 나갔는데 재미있다고 좋아하던 소설의 내용이 현실에서 나타날 때도 있죠. 요즘이 그랬습니다. 아니, 전 위정자가 살던 공간 뒤편에서 일본 창세신을 섬기는 신당이 발견되다뇨. 저와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나지 않는 사람은 어릴 때 읽었던 일본 만화가 떠오르기도 했을 것 같지만, 저는 최근에 읽은 녹차빙수 작가님의 ‘경성지옥’을 떠올렸습니다. 경성지옥에서 일제가 계획한 것으로 그려진 (그러나 실패한) 종교를 이용한 지배계획이 참 이 현실과 닮았던 거죠. 읽을 때는, 이렇게까지 상상할 수 있다니 놀랍다고 읽은 단편이었는데요.
녹차빙수 작가님의 전 작품집 ‘바깥세계’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님은 다양한 컬트문화에 한 발씩을 담그고 거기에 개성을 더해서 오싹하게 뒷덜미를 당기는 호러를 쓰십니다. 때로는 익숙한 일본 서브컬쳐의 영향을 받은 글인가 하고 읽어보다가 후반부에서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전통 무속문화를 바탕으로 오싹하게 한국사람에게 가장 두려울 이야기를 쓰기도 합니다.
AI와 예술이라는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현실과도 닿아있는 <나와 세그웨이 트윈테일과 동생>도 흥미롭지만, 계속 생각나는 작품은 <경성지옥>이나 <점례아기 본풀이>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무속이라는 소재는 참 매력적이고, 쓰기 어려운 소재지요.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이 두 작품은 각각 독립된 단편이면서도 계속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도서전에서 구입해서 다 읽고는 성급하게 지인에게 선물을 해 버려서, #구픽서평단 으로 도서지원을 받아 새로 읽었습니다. 두 번째 읽으면서 이 책은 여름마다 다시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