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웠다. 책의 작가들은 아이라면 누구나 이런식의 가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그럼 우리 가족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 왜 알록달록한 그림책들이 죄다 가족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도 오직엄마 아빠로 이루어진 얘기만 주야장천 하려 들었다. 세상에 이야깃거리가 그뿐인 것처럼. 이모들로 구성된 우리집은 쏙 빼놓은 채로 말이다. 나는 화가 났다. 순간 언니들이 왜 바깥에서 무심코 부모가 있는 척 거짓말을 하고,
이모들 얘기를 삼가는지 깨달았다. 선우원 친구들도 인형놀이를 하면 꼭 남녀 한 쌍을 결혼시키고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마치 그게 정답인 것처럼. - P61

모든 부모는 끔찍하다. 아이들이 제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성애, 부성애가 얼마나 아름답고 강한지는 알지만 아이들이 얼마나어른들을 사랑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유 없이 사랑을 바치는 대상만큼 강력한 건 없다. 사랑은 상대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휘두르도록 만든다.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사랑할 사람을 곧바로 알아본다. 아이들은 금방 사랑에빠지기에 어른들보다 취약하며 그리하여 제정신으로 살아간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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