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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다시 나를 세워라 -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며 사는 법
존 B. 아이조 지음, 윤미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P. 19
내가 30여 년간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쁨에 넘치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은 모두 순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리석은 순수나 헛된 낙관주의가 아니라, 이 세상의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진실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순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하는 순수 말이다.
P. 34
내 할아버지는 삶의 여정을 즐길 줄 아는 분이셨다. 할아버지는 때때로 안락의자에 길게 몸을 누이면서 "정말 피곤하군. 완전히 지쳤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하지만 그런 말씀 뒤에는 대체로 미소와 함께 "하지만 이건 기분 좋은 피로야"라는 말이 뒤따랐다. 내 할아버지는 어떤 날들은 기분 좋은 피로를 느끼는 반면에 어떤 날들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피로를 맛본다는 걸 알고 계셨던 듯하다.
사소한 일들 중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에 더욱 기민해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이 '기분 좋게 피곤한' 날들에 주목하는 것이다. 무엇이 하루를 기분 좋게 피곤한 날로 만들까? 하루 중 여루분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여정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 것은 어떤 것들일까? 기분 나쁘게 피곤한 날들에 주목하고 우리를 소모시키는 것들을 인식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먼저 그것들을 종이에 적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자각하자. 그리고 그 자각이 여러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하자.
P. 45
위대한 연극배우 헬렌 헤이즈는 말년에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았느냐고 묻는 거라면, 나는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가졌다고 대답하겠어요.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건 마치 아름답게 짠 태피스트리 같아요.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온갖 색으로 염색된 날실과 씨실밖에 보이지 않죠. 하지만 그 전체를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곳에 올라가서 그걸 내려다본다면, 날실과 씨실들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고 있는 걸 알 수 있지요."
P. 65
인생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순간들을 맞이하고 즐기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 우리는 하나의 장엄한 일몰에서 다음의 장엄한 일몰로 건너가려고 애쓰면서 평생을 보냄으로써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삶의 수많은 중요한 부분들을 놓칠 수도 있다. 그 장엄한 일몰들은 분명히 놀랍도록 멋지다. 그러나 그것들은 케이크가 아니라 케이크의 장식물일 뿐이다.
P. 206
"당신의 나무를 심어라. 그리고 그 그늘에 앉을 수 있을지 걱정하지 말라."
계속해서 나무를 심자. 좋은 일을 하고, 친절과 연민을 베풀고, 부당함과 싸우고, 더 많은 선행을 베풀고, 여러분이 쓴 깡통들과 신문들을 재활용하고, 여러분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매주 한두 가지의 부당함에 도전하고, 친구를 돕고, 신문 독자투고란에 편지를 쓰자. 물론, 거기에는 약간의 순수와, 여러분이 결코 보지 못할 것들을 믿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항상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걸 포기한다면, 냉소주의, 체념, 희망의 상실을 택해야 한다.
쉽게 읽히지 않은 책이다. 사실 복잡한 심경 때문에 어떤 책을 읽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겠지만 이 책과 나는 아직 인연이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다시 나를 세우기엔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출발선에 서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아닌, 10여 년 후의 나에게, 그러니까 한 번쯤 큰 열정이 휘몰아친 후 담담해지고 잔잔해진 마음속이 사막처럼 황폐하게 느껴질 때 그 때 다시 읽고 힘을 냈으면 하는 책. 나는 아직 꿈이라는 것도 열정이라는 것도 가진 적이 없어서 삐뚤어진 마음에 이 책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문득 생각나는 친구. 꿈을 너무 빨리 이뤄버려서 더이상 새로운 것도 새로울 것도 목표도 뭐도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던 친구가 있다. 어릴 때 막연히 생각했던 학생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었던 친구의 꿈은 교사가 되고 난 이후 현실이라는 틀 안에서 퇴색되고 더 이상은 어린 날의 설렘이나 도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며 앞으로 몇십 년은 더 이 일을 해야 하는데 벌써 열정이 사라져버린 느낌에 씁쓸해하던 친구.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전해줘야겠다. 나보다 조금은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그 친구에겐 이 책이 또 다르게 와 닿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