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 재미유산상속변호사가 전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12가지 키워드
박영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p.147 "성경을 한 줄씩 손으로 쓰고 계시다고요..." 

한편으로 이 말은 내게 가슴속 깊이 안도감을 주었다. 성경을 한 줄씩 옮겨 적으면서 마음을 다시리려는 행동은 감정을 승화하는 아주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로움을 술이나 약과 같은 파괴적인 것으로 잊으려는 것보다 얼마나 긍정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인가? 사모님은 성경을 한 줄 한 줄 쓰면서, 그 안에서 자신을 붙들어주고 의지하게 해줄 대상을 필사적으로 찾고 계신 것이었다.

 

p.160 나는 성경을 한 자 한 자 옮겨 쓰면서 큰 아픔을 이겨낸 사모님이 자랑스러웠다. 비록 한때 격렬한 분노에 휩쓸렸을지라도 이를 악물고 자신의 자리에서 생을 지속해가는 사모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남편과 함께 하려 했던 봉사의 꿈을 다시금 서서히 시작한 것이 기쁘고 반가웠다. 이것도 상속의 좋은 예가 아닌가? 김 집사님이 남기고 간 곳에서 다시 일어나 시작하는 삶 말이다. 김 집사님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 꿈이 이제 사모님에게 상속되어 그녀의 삶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p.167 뷰잉은 죽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인사를 나누기 위해 행해온 미국의 오랜 장례 전통이다. 뷰잉은 죽음을 적극적으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미국 사람들은 뷰잉을 할 때 죽은 사람의 얼굴에 가벼운 키스를 한다거나 혹은 누워있는 사람의 손을 만지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나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곡처럼 꾸민 듯한 소리로 죽음을 애도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슬픔이라기보다 무엇인가 절제된 즐거움이 장례식장을 감싼다.
 

 

p.187 인생은 그런 것이다. 나그네로 왔다 나그네로 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는 떠돌이로 살다가 떠날 것이다. 그래서 천년만년 살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삶이 문득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은 내 삶의 우선순위를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는 갑진 기회를 제공해 준다. 진지하게 이런 생각에 잠기고 나면 내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지면 좋을지에 대한 선명한 그림을 그리게 되고 삶의 가지치기를 통해 보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군더더기가 없어지면 뿌리에서 빨아들인 영양분이 꼭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되고 꼭 있어야 할 곳에 탐스러운 열매와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

 
 

p.191 만약 우리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마지막으로 주어진다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겠는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의연한 태도로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가진 것을 나누려 하고 그것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 애쓸 것이다. 진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느낀다면 우리는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두고 가기 위해, 더 나누기 위해 노력할 것이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삶에 치여 살다 보면 어느새 망각해버리게 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꼬집어서 기억을 되살려주는 책이었다. 특히 미국의 개인주의 스타일의 상속과 우리나라의 가족(집단)주의 상속의 다른 점과 죽음을 생각하고 대면하는 관점의 차이가 흥미를 끌었다. 양쪽 다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주로 같았지만, 종교적인 관점의 차이가 이렇게 많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는 종교가 없어 불교와 기독교 양쪽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것에 문외한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종교 서적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의 장례 뷰잉엔 절제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장례식을 떠올리면 형식적인 곡소리와 조문객들의 통곡소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미드나 영화 어디에서도 그렇게 통곡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어쩜 저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조금 차가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왕같이 살다가 거지같이 죽겠다는 한 변호사의 말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carpe diem, seize the day를 과용해 너무 오늘 하루만을 생각하고 흥청망청 사는 것도 문제지만 있을지 모를 막연한 미래를 위해 긴 '하루'들을 스스로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 작가는 '지금 이 순간'을, '오늘'을, 미래라는 전당포에 맡겨놓지는 말라고 했다.

죽음과 소유, 나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흘러 더 성숙해 졌을 때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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