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 나이들수록 아름다운 프랑스 여자들의 비밀
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박미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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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늙는다'는 건 어떤 걸까. 언젠가부터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적인 모습만이 아닌 내면적으로도 당당하게. 늙으면서 외로움을 많이 타거나 오히려 아이가 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모든 부분에서 괴롭지 않고 자립적인 노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고 막연한 꿈을 꾸게 되었다. 프랑스란 곳은 나에겐 꽤나 생소한 곳이라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 이국적인 프랑스 어느 동네의 화려하지 않지만 멋스럽게 나이든 중년의 여자를 상상하며 읽기 시작했다. 아마 누구나 잡지나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 그런 분위기일 것이다.



 에세이류의 책일 것이라 생각한 이 책은 사실 실용서에 가까운 것 같다. 저자가 알려주고 싶은 프랑스 여자의 모든 생활방식이 다 나열되어 있다. 마음가짐, 패션, 운동, 요리, 피부관리 등 챕터별로 나눠져있어 학습하는 느낌이 강한 책이었다. 


 한국에도 치열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여자들이 많다. 아마 이 책에서 말하는 프랑스 여자와 한국의 그런 여자들과의 차이는 성형의 유무에서 많이 갈리지 않나 생각한다. 저자는 아시아 사람들이 성형을 많이하고, 미국도 보톡스를 맞는 사람들이 많지만 프랑스의 여자들은 성형이나 보톡스를 맞는 사람들은 현저히 적다고 말한다. 주름을 펴고 어딘가를 인위적으로 고치는 것보다 기본적인 피부관리나 식이요법, 운동에 더 집중하여 건강과 자기관리를 하고 내면적인 당당함으로 나이가 들수록 성숙미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자외선차단제나 아르간오일 등 우리나라 여자들도 신경을 많이 쓰는 스킨케어법부터 헤어관리나 프랑스 여자들의 힐링푸드 레시피 등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상세히 나와있어 필요할 때 꺼내어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패션에 관해서는 조금 어려웠다. 첫인상에 있어 헤어와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기억에 남았으나, 명품이나 브랜드 등을 중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난해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이가 들어 좋은 옷 좋은 신발을 신고 멋있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나이가 들수록 브랜드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원하는 대로 입고, 장식하며 자신을 연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여자들은 바게트를 살 때도 단장을 하고 나가고, 40대가 넘어 자신을 놔버린 듯 살이 찌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여성성을 포기한 것처럼 살아가는 것을 비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면과 내면을 다 챙길 수 없는 상황의 여성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여자들은 외면에 신경쓰거나 힘을 쏟지 않더라도 내면만은 아름답고 건강하게 지켰으면 한다는 거다. 



 책에서 나온 프랑스여자들의 수많은 젊음의 비결들을 생각하니 역시 중년 이후의 우아함이나 젊음은 꾸준한 자기관리에서만 나오는 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꾸준함,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하게 운동하고, 피부를 관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생각을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취미를 즐기고, 일을 하며, 많이 웃는 것. 아주 기본적인 것처럼 쉽게 들리지만 사실 가장 힘든 것들. 이런 것들이 충분히 삶에 투여되어야만 끝까지 젊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늘 자신감과 동심을 잃지 않는 것. 아주 많은 실용적인 팁이 들어있는 책이었지만 나는 가장 중요한 '부지런함만이 젊은 노년을 만든다'라는 핵심만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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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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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생각보다 파격적인 장면으로 처음을 시작한다. 짝사랑으로 자살을 시도한 여동생. 연인과의 이별도, 짝사랑한 사람에게 당한 거절 때문도 아닌 상대는 전혀 모르는 일방적이고 광적인 짝사랑. 그 짝사랑의 상대는 마치 유명 연예인 같은 모두가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환상속의 왕자님인 재벌가의 아들. 시작은 파격적이었으니 재벌가 상속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이라는 한국에서는 다소 흔한 스토리로 이어질 것 같아서 초반엔 김이 살짝 샜었다. 자살시도를 한 동생을 돌보려 그 상속자를 여러 번 만나다 결국 인연의 끊이 엉뚱하게 이어져버린 언니와 재벌남. 바람난 남편 때문에 이혼한 언니인 여주인공과 재벌가에서 생존을 위해 일에만 빠져 살고 있는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한 재벌남. 그 여주인공 곁에 그림자처럼 늘 붙어 웃음을 주는 한 남자. 되돌아오고 싶어하는 전 남편. 그리고 광적인 짝사랑이 사그라드는 듯이 보였으나 속으로 점점 더 깊게 끓고 있었던 여동생. 이 모든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엉켜있는 스토리들은 한국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와 막장스토리의 총집합인 것처럼 보여졌다. 이게 뭐야! 막장이네! 싶지만 계속 눈이 가는 이야기. 그런 중독적인 끌림 때문에 한 번에 제법 두꺼운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중국소설이지만 한국드라마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한국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구나."라거나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초반에 "너무 한국 드라마 같잖아."라고 혼잣말을 한 것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녀,

 이 책이 진부한 한국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여자 주인공이 제법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독립적이고 강하고 자존심 센 여자주인공을 보여주다가도 결국 가난한 현실에 무너지거나 약한 모습을 보여줘서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자주인공의 직업인 변호사를 이용해 재벌가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능력있고 유능한 모습을 한껏 보여준다. 내면적으로 강한 여자인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단지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에게 기댈 수 있는 마음적인 여유가 적어 보였다. 그건 전 남편과의 이혼절차를 밟을 때도 드러난다. 절대 남편 앞에서는 울지 않았던 그녀는 이혼절차가 끝난 후 혼자 탄 비행기에서 장작 두 시간을 목놓아 울었다. 아무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성격. 누군가 놀리거나 짓밟으려 하면 더 강해지는 성격. 언제나 혼자 해결하고 혼자 일어서려고 하는 어쩌면 습관적인 그런 모습에서 내 모습이 생각나 그녀가 측은해지기도 했다. 


그,

 이 책을 읽으면서 시크릿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많은 한국 드라마가 생각났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남자의 성격에서 500일의 썸머의 수동적인 남자 주인공이 떠올랐다. 완벽한 것 같지만 무엇 하나 잃고 싶지도 않고 겁도 많은 이 재벌가 남자는 내 눈에는 그저 어린아이 같아 보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흔들려 찔러보긴 했지만 결국 둘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도 용기를 낸 그녀 때문이었고, 그녀가 그를 향하면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는 동안 그는 가진 것을 꼭 붙든 채 방관했다. 가끔 어줍잖은 질투만 했을 뿐. 오른손에 쥔 재벌가상속자 자리도, 왼손에 진 홍콩 상속녀와의 결혼도 놓지 못하고 꼭 붙잡고는 그게 마치 당연한 것인냥 기다려달라는 뻔한 말로 그녀만 희생시켰다. 그게 진심이라 해도 정혼자와 연인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고, 거짓이라해도 같은 것인데 마치 숙제가 많은 어린아이가 이것만 다 하고 가지고 놀아야지 하고 아무도 못 가지고 놀게 숨겨둔 장난감인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 그 사이에서 정혼자는 모든 걸 다 가진 자의 여유로 지켜보고 있었겠지. 나는 이 못난 재벌가 남자주인공의 찌질함이 너무 싫었다. 욕심을 버리지도 못하고 마음을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울고만 있는 꼬맹이 같은 남자. 그 스트레스를 자해로 푸는 것까지 아주 찌질함의 끝을 보여주는 듯했다. 돈이 환경은 만들겠지만 돈이 사람을 만들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사람,

 어느 드라마처럼 이 여주인공도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여자다. 독립적이고 능력있고 까칠한 매력까지 있어 이 책에서 누구 하나 그녀를 싫어하지 못한다. 상속녀와의 혼사를 망칠까 우려하는 재벌가 회장 빼고는. 그녀는 일에서 늘 칭찬을 듣고 능력을 인정받는 유망한 변호사이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그녀도 어쩔 수 없는 흔한 여자였다는 것에서 조금 힘이 빠졌다. 그게 현실이고 사실적인 것이지만 책 속에서만은 조금 더 멋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녀의 곁에서 늘 있는 듯 없는 듯 맴돌며 도음을 주고 웃음을 주는 동료와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바람났던 전남편, 친구가 된 재벌남의 수행비서까지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그녀의 주위에는 그녀를 아끼고 도와주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물론 지나치게 독립적인 그녀는 속으로만 앓기도 하고 외로워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사랑이었든 아니든 그 돈 많은 찌질이가 인생에서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충분히 멋있고 행복하게 살 거라 나는 생각했다. 




비극, 새로운 시작 

 엔딩의 비극은 예상과 닮았고,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처음과 끝이 묘하게 이어져 중간의 모든 이야기들이 그저 판타지동화의 한 장면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드라마와 달리 둘은 각자의 현실을 살게 된다. 미련은 그저 미련으로 남긴 채. 둘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생각해보면 더 비극적인 현실을 맞이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주인공이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는 그래도 마음이 가는 대로 표현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책을 다 읽고 중국에서 영화화된 작품의 예고편을 찾아보았다. 송승헌과 유역비가 연인이 되게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예고편에서의 여자는 내가 책 속에서 본 여자와 많이 달랐다.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 아주 드라마티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마음을 다할 줄 모르는 남자, 돈만 쓸 줄 아는 남자와 마음을 담아둘 줄 아는 여자, 자존심 강하고 독립적이지만 딱 그정도의 스스로에 대한 용기만 가진 여자. 둘 다 사랑에 있어선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겁쟁이고 현실에 맞춰사는 사람들이라 현실적이라고 말하긴 힘든 재벌가 러브스토리이지만 뻔한 한국드라마들 보다는 재법 현실성을 많이 부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가끔 격하게 표현된 사랑장면이 오글거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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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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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에 책읽기에 관한 책이 몇 권 있지만 그 중 제일 몰입도가 있었던 책인 것 같다. 어떤 특정한 책을 권하거나 어떤 분야의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독서법에 관한 책이지만 독서 자체를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이다. 분명 전문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많은 독서가와 작가, 비평가의 글을 인용하지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나도 아주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책을 꼭 읽어야 한다, 라거나 책 편식에 대한 호통이 아닌 각자에 맞는 책을 고르는 법, 책을 읽는 법, 읽히지 않는 책을 붙잡고 있는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법, 더 나가 책과 천천히 가까워질 수 있는 법 등을 가볍게 설명해준다. 책 표지에 적힌 것처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글귀처럼 책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느낌이다.

 나도 집중력은 떨어지지만 책 욕심은 심한 편이라 포기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읽어내며 괴로워했던 책들도 많고, 아직 책장 한구석에 꽂아두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책들도 많은데 다 알면서도 책에서 전문가가 직접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주자 겁먹고 있던 어린아이가 용서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책의 내용처럼 독서와 교육은 다른 것이다. 독서는 독서 그 자체로 즐길 때 가장 크게 책이 주는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이 이 책으로 인해 꺾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여유를 얻은 것 같다. 누구나 다 읽은 것 같은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가지 않아도 마치 읽지 않으면 혼자만 무지한 느낌이 들어 숙제처럼 머릿속에 박혀있는 수많은 책들을 지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리스트를 만들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책을 먹어나가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면 언젠가 마음이 동해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책이란 것도 다른 문화적인 것처럼 취향을 타는 것이라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책이 나에게는 수면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읽고 싶은 책을 즐겁게 읽고 도저히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은 마음 편히 내려놓고 다음을 기약하는 쿨한 습관도 들여야겠다. 그리고 책에서 말한 읽었던 문장을 뒤늦게야 이해를 잘못한 것 같아 다시 되돌아가 되새김질하는 반추 독서법은 이미 습관 중 하나지만, 앞으로도 다른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얕은 욕심에 휘둘리지 말고 한 권을 읽더라도 즐겁고 똑똑하게 읽어 재미와 의미를 두루 얻을 수 있는 독서를 해야겠다. 






밑줄

p.50 재미없다면 언제든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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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이미 할 말은 다 했다. '마음 가는 대로 읽어라.'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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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경우든 우리는 채을 끝까지 읽을지 중단할지 결정해야 하고, 나 역시 이 결정을 보류한 채 오랫동안 끌어왔다. 실제로 내가 책을 처음으로 중간에 포기한 것이 스무 살 때다. (....)  비록 당시에는 비참하지만, 극적으로 내게 자유를 준 독서 중단 사건을 겪기 전까지 그토록 많은 책 사이를 누비면서 억지로 행군하도록 강요한 의무감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오늘 어떤 책을 한쪽으로 치워둔다고 해서 그 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고, 필연적인 결과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때도 있다.  


p.99 너무 빠른 속도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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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다른 지성과 만나는 과정이지 내가 얼마나 빨리 읽었는지 알고서 격려받는 과정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훨씬 더 끔찍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을 생각해보자. 마음 가는 대로 읽을 권리에 대한 침해는 일단 한쪽으로 제쳐놓고, 이 책이 독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명백한 사실에만 집중하자.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은 독서 자체는 싫지만 책 읽은 티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지침서다.


p.132 반추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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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점령당하면서 이를 토대로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독서가로서 막 발을 디뎠다면, 명작이 아닌 작품을 읽는다고, 또는 한 번에 겨우 몇 쪽을 읽을 정도밖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은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를 먼저 읽고, 차츰 더 긴 집중력이 필요한 장편으로 옮겨 가면 된다. 
-
이러한 토대 위에서 휴는 책 읽는 법을 배우는 학생이 겸손의 미덕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가는 겸손을 통해 특히 중요한 세 가지 교훈을 배운다. 
첫째는, 어떤 지식이나 글에 대해세도 경멸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상대가 누구든 배움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셋째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더라도 다른 사람을 얕잡아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겸손으로 무장하면 독서가는 독서를 통해서 안전하게 지혜를 추구할 수 있다. 즉 진정한 학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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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구절을 읽었는데 나중이 되어서야 그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햇을 수도 잇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당 구절을 다시 찾아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반추 독서가다. 하지만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강력한 문화적 정신적인 유혹이 우리가 가졋을지도 모를 반추 본능을 억누른다. 우리가 쉽게 산만해지거나 성급해진다면, 또는 단지 독서 목록에서 다 읽은 책 제목을 지우고 그 밑에 있는 책으로 넘어가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앞서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더라도 되새김질을 통해 더 깊이 생각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p.188 편협하게 시작해서 보편적으로 넓혀가는 독서 
-
오든은 책에 대한 독자의 평가를 다섯 가지로 나눴다. 
  • '이 책은 훌륭한 책이고, 이 책을 좋아한다. 
  •  이 책이 훌륭한 책인 것은 알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  이 책이 훌륭한 책으로, 지금 당장 좋아하지 않지만 인내심을 발휘해서 읽다 보면 좋아하게 될 것이다. 
  •  이 책이 쓰레기임에도, 좋아한다. 
  •  이 책은 쓰레기이며,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오든이 객관적인 평가 행위를 개인적 선호도에 의한 평과와 구분하고 있음을 주목하자. 아울러 여기에서 오든은 특히 '이 책이 쓰레기임에도 좋아한다'는 식의 평가를 비난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오든은 우리가 '쓰레기 같은 책'을 경멸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을 더 많이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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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써라 - 이 광활하고도 지루한 세상에서 최고의 글쟁이가 되는 법
정제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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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약간의 정신산만함과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표현력과 글쓰기에 대한 욕심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동공이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담백하고 간결하며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한 동경심과 경외감이 어쩌면 시도하지 않은, 연습하지 않는 내 섣부른 겁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라는 조금은 우스운 희망까지 생기게 했으니까. 

 이 책의 챕터 중에 제일 정독한 부분은 '도입단락'을 쓰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일기든 리뷰든 편지든 어떤 글을 쓸 때 제일 어려운 것이 첫 줄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쓰기 시작하면 여러 번 수정을 하고 줄여쓰기를 하더라도 일단 내용을 이어나갈 수는 있지만, 첫 문장이 제대로 써지지 않으면 내용이 제 갈 길을 못 찾고 두서 없이 흩어지다 결국은 전체 삭제를 하게 되고 만다. 그런 반복되는 어려움을 덜어 보고자 이 책의 도입단락 쓰기 파트를 밑줄을 치며 여러 번 읽었다. 사실 대부분 머릿속으로는 알면서 행해지지 않는 것들이었으나, 이렇게 쓰고, 이렇게 읽고, 이렇게 활용하라는 저자의 단호한 문장에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학습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글을 쓰려면 일단 펜을 잡는 것이 먼저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처음을 쓰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나누어 진다. 

1. 단순하게 써라 
2. 남의 글을 훔쳐라
3. 객관적으로 써라
4. 개인적 경험을 써라
5. 스토리를 만들어라 
6. 솔직하게 써라
7. 호기심을 자극하라
8. 역사를 돌아보라
9. 신중하게 주장하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도입을 잘 쓰는 방법은 많이 경험하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 후 솔직한 내 생각과 내가 얻은 경험에 대한 글을 최대한 간결하고 객관적으로 쓰는 것이다. 물론 이건 도입부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도입 부분을 잘 쓴다는 것은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어 자연스럽게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에 첫 문단에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든 다른 글을 인용을 하든 그것이 본 글의 100퍼센트가 다 담겨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힌트를 주는 것, 팩트를 던지되 그것이 다가 아니라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게 글을 쓰는 것,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에 관심을 갖거나 끄덕이게 만드는 것. 그게 도입부분을 잘 쓰는 게 아닐까.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첫 줄의 공포를 줄여 주거나 실력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 다만 누구나 글을 잘 써야하는 것은 아니며, 잘 써야 한다면 반드시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정독가지 다독가는 아니다. 하지만 글을 잘 쓰려면 분명 다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에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글을 쓸 때 과학책보다는 철학서나 인문학 책을 읽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생각이 편견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요즘 마치 유행처럼 필독서라고 권하고 있는 인문고전 같은 특정 장르에 매이지 말고 책에서 말하는 과학고전이나 그 외에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장르도 편식하지 않고 두루 접하고 읽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표현하게 된다. 읽은 만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많아지고, 많이 쓰고, 고치고, 간결하게 줄여갈수록 잘 쓰는 글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한동안 글쓰기에 무료함을 느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다시 재미를 붙이게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가 글쓰기를 공부할 때 읽은 많은 참고 서적들도 찾아가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글쓰기 초보지만 글쓰기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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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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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이 책은 사실 그렇게 잘 읽히지 않았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 또한 상당했던 지라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라는 표지의 문구가 심하게 매혹적이었으나 읽어가면서 느낀 건 많은 작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그리 멀리서 발견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책이 나랑 조금은 인연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 이유는 지금처럼 이 책의 후기를 여러 번 적었지만 컴퓨터의 오류로 여러 번 날리게 되어서 결국에는 멘탈에 오류가 생겨 몇 번이나 책을 치워버렸다가 몇 번이나 책을 다시 펴게 되었기 때문이다. 몇 번째 다시 적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후기는 그리 썩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따르면 조지프 헬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나를 찾아온다. 내가 일부러 짜내는 게 아니다. 하늘이 정한 몽상의 길을 따라 저절로 나에게 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명한 많은 작가들의 스토리를 접해보니 보통의 많은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스토리의 모티브를 얻었다. 개를 산책시키다, 쇼파에서 잠깐 졸다가, 혹은 잠들기 전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그렇게 이야기의 영감을 우연히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머리를 짜내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도 많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우연한 영감에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줄이 트이면 그 뒤의 이야기는 후다닥 짧은 시간에 쓰이기도 하고, 엄청난 스피드로 엄청난 분량의 글을 써나갔지만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 교정에만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삶 또한 복불복이구나 싶어 괜히 먹먹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 말려 라는 제목으로 미취학 아동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았던 A A밀른의 위니 더 푸우의 스토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푸우의 베스트프렌드 크리스토퍼 로빈이 작가 A A 밀른의 아들일 줄이야! 아들이 잠들기 전 들려주던 동화를 글로 썼다는 따뜻한 이야기에도 감동을 받았지만, 주인공이 곧 작가의 아들이고 그 아들이 커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주인공인 동화를 들려주고,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뭔가 판타지 같았다. 작가의 아들 빌리가 좋아하던 곰인형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라고 하는 위니 더 푸우에 대해 실제 크리스토퍼 로빈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위니 더 푸우와 친구들이 나무 속이나 위에서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고요? 왜냐면요, 실제로 제가 그랬거든요. 나무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고요.

논픽션보다 픽션을 좋아하는 나라서 그런지 이 부분에선 뭔지 모를 찌릿함을 느꼈다. 푸우의 친구들 중 한 명이 내가 될 수도 당신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뭔가 설레지 않는가! 창작의 고통도 창작의 순간, 창작의 놀람,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창작의 가벼움도 느낄 수 있는 여러 색깔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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