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펭귄클래식 1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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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 부서장인 스테판 오블론스키는 아이들의 가정교사 롤랑과 바람을 피웠다. 스테판(스티바)의 아내 돌리가 남편이 롤랑에게 쓴 편지를 발견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둘 사이는 냉랭하게 얼어붙는다. 그대로 끝나는 줄만 알았던 둘의 관계를 스티바의 동생 안나 카레니나가 해결한다. 한편 안나는 스티바의 집을 찾던 날, 스티바의 친구 브론스키와 마주친다. 브론스키는 페테르부르크의 장교로, 외모뿐만 아니라 재력까지 완벽한 남자이다. 그는 스티바의 소꿉친구 레빈이 좋아하는 여자 키티와 연애 중이기도 하다. 키티와 키티의 어머니는 두 사람이 결혼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러나 레빈의 고백을 거절한 뒤 브론스키의 구애를 기다리는 키티를 뒤로하고 안나와 브론스키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안나의 남편 카레닌은 안나에게 외적으로라도 예의를 갖추라고 말하고, 안나는 자신이 브론스키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음을 고백한다.


이전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으면서 쌍방이 떳떳하게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상황에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는데, 실은 이번에 그런 인물들이 심지어 많이 등장해서 더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1편을 다 읽은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는 집안을 보고 결혼하는 시대였기에 이런 일이 잦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주연에게는 또 각자가 끌어안고 있는 제각기 다른 문제점이 있고, 게다가 서로 긴밀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감상을 적기에 앞서 줄거리를 짜임새 있게 요약하기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했으나, 덕분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속절없이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함께 있을 때 생동감을 느끼는 상대는 레빈이지만 미래를 생각해 브론스키를 택한 키티, 안정적이지만 예전과 같지 않은 감정에 염증을 느끼던 안나. 아마도 이 소설의 중점에 서 있을 두 인물의 심정이 모두 이해가 가면서도, 최근에 영화 <노트북>을 본 영향인지 키티의 어머니 입장을 여러 번 곱씹었다. 안나와 그녀를 둘러싼 정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 기대되어 가슴이 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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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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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입문하려는 친구들이 나에게 책 추천을 부탁하면 꺼내드는 책이 『홀』이다. 늪에 빠진 듯했던 당시의 기분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책을 단 한 권밖에 읽지 않았으면서, 그 순간부터 나는 책장에서 편혜영이라는 이름 석 자를 발견하면 자연스레 멈춰 서게 되는 사람이 되었다. 핀 서포터즈 활동의 마지막 도서로 『죽은 자로 하여금』을 고른 두 가지 이유 중 한 가지다. 나머지 한 가지는 이 책이 핀 시리즈의 제1권이라는 데에 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소설을 읽는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책을 받기 전에도, 받은 후에도, 그리고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마지막은 곧 새로운 시작이 아니겠는가’ 여러 번 되뇌었다.

무주와 이석은 이인시의 종합병원에서 일한다. 이석에게는 아픈 아이가 있다. 아이에게 가망이 없다는 원장의 이야기로 이석과 원장은 사이가 좋지 않다. 한편 무주는 권과 함께 위원회에 소속되면서 사무장으로부터 “혁신”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무주는 이를 테스트로 받아들이고 회계 감사를 진행한다. 장부를 살피던 중 그는 컴퓨터, 티슈는 물론이고 모든 약품의 구매 단가가 높이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착복을 저지른 사람이 다름 아니라 자신을 평소 잘 챙겨 주었던 이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무주는 갈등한다. 폭로 또는 은닉, 어느 쪽을 택하는 대신 그는 병원 게시판에 비밀 글로 이석의 비리를 적어 올린다. 며칠 뒤 무주는 글을 삭제하러 홈페이지에 접속하지만 글은 이미 삭제된 상태. 발각되어 봤자 이석 정도의 유능한 직원은 경고나 감봉에 그칠 줄 알았던 무주의 예상과 달리, 이석은 사직 처분을 당한다. 그리고 누군가 환자의 헤파린 용액 주머니에 인슐린을 주입해 약물 쇼크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편혜영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에는 소설이 주는 분위기와 공간이 조성하는 기류를 빼놓을 수가 없다. 『홀』을 읽을 때 어딘가 축축한 공간에 갇혀 있는 기분에 괜스레 피부를 만져댔다면, 이번에는 목구멍이 바싹 타 들어가는 기분에 몇 번이고 침을 삼켰다. 건조하고 바삭바삭했다. 『죽은 자로 하여금』은 말 그대로 무서운 소설이다. 무주의 아내가 무서워하는 이인시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소설. 이인시는 “사방 어디에서고 생활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임시 시설에 기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다. 이어 이야기의 주 무대를 병원으로 설정함으로써 냉랭한 공기를 형성하고, 분위기로 우선 압도한다. 이 소설 속 인물은 모두 손에 돌을 쥔 채 던질 수 있는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선뜩한 발상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기시감이 들어 불편했다.



부정적인 관행은 일상 곳곳에 숨어들어 있다. 작은 조직 하나에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규율은 있는 법이다. 모두가 그 규율을 지키면 좋으련만, 누구나 알고 있으나 엄두를 내지 않았던 방식을 누군가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시작하면서부터 “관행”은 만들어진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이런 부분에 엄청난 거부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내부 고발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아가며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큰 일이 아닌 것 같고, 혹여 그 관행을 거슬렀다가 나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기 보호적 본능이 앞서고. 제때 바로잡지 않은 관행은 점점 번지고 오히려 수를 늘려갔다. 더러운 부분이 없었던 시절이 있긴 할까.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겠지만, 설령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생각만큼은 모두 동의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본모습인 양 깊이 뿌리 박아 버리지 않았는가. 몸 담은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할 수 있는 일은 더 깊은 늪에서 헤엄치는 일뿐이다.

무주는 처음에 은밀한 지시를 받고 갈등하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이석의 비리를 고한 당시에는 정의로운 내부 고발자가 된다. 이석의 아이가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뒤에는 사소한 잘못 하나 감싸 주지 못했던 냉혈한으로,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당한다. 왜 그랬는지 모를 “조심해요” 한마디로는 언제든지 폭로를 통해 또 다시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잠정적 가해자 취급 당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제당한다. 이내 “격무에 시달리다가 관두”라는 목적으로 인사 이동을 당하며 조직 내부 비리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 독서를 끝낸 뒤 이번 도서 선택이 영민했다는 생각이 한 번 더 뿌듯함을 느꼈다. 처음과 마지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디에도 완연한 피해자나 완연한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수십 번 “그냥 말해” 외쳤다. 결국 절실히 요구되는 바는 대화와 청자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무주는 처음 따가운 눈초리가 자신을 향할 때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동료들은 들을 생각을 않는다. 이후 벌어진 일들에 관해서는 듣고 싶어 하는 아내가 있지만, 도리어 무주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만약 동료들이 무주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면 그의 내부 고발이 헛된 일이 되지 않고, 무주가 아내에게 이야기하려 했다면 또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을까. 이따금 나도 사람들도, 전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송은 “양수 씨.” 부르며 이유를 물어봐 주기를 기다렸으나, “제 이름은 무주입니다.” 대답하고 당사자가 아닌 이석에게 이유를 물었던 무주처럼. 무주의 마지막 결심과 같은 현상이 모두에게 빈번해지기를 빌었다. 『죽은 자로 하여금』은 과연 핀 시리즈의 첫 번째 선택답게 마음 한편을 정확히 후벼파는 소설이었다. 벌써 몇 번이나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서포터즈 활동의 마지막을 이 책과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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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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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유튜버를 비롯해 ‘돈 잘 버는 사람들’에 대한 내 생각은 비교적 심플하다. 예전에는 연예인 하면 누구는 예쁘고, 누구는 연기를 잘하고, 누구는 또 어떻고... 기타 등등 그 사람에 관해 가지고 있는 풍부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자 애썼다. 지금은... 나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뭘 하든 그냥 돈을 많이 벌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 뉴스에서 줄창 틀어 주는 노래 <다이너마이트>를 들을 때마다, 뉴스가 끝난 뒤 자동 재생되는 안마의자 광고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아, 나랑 나이도 비슷한데 방탄소년단은 돈 잘 벌어서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하다. 주변을 보면 우스갯소리로 악플 때문에 힘들어도 일단 돈을 억대로 벌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달게 받겠다는 사람이 많다. 얼굴과 사생활이 알려진 사람들의 직업적 고충과 각자의 위치로 오르기까지의 노력이 어땠는지에 관한 논의는 일단 접어 두기로 하고, 내가 나 자신에게 궁금한 건 이 부분이다. 부족함 없이 살면서 왜 자꾸 돈을 더 벌고 싶다고 말하는지.





『사물들』의 실비와 제롬은 소설이 쓰인 연도를 고려하면 나와는 꽤 세대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의 사람들이다. 근원적인 이유는 몰라도 일단 돈을 갈망하고 보고, 후천적 부를 향한 열망은 자질구레한 “사물들”의 소비로 이어져 사치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부의 갈망에는 끝이 없고, 무언가 스스로 확인하고 타인에게도 나타내려는 가장 편리한 수단인 사물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다. 그 소비로 만족감을 느낀다면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들은 오히려 무언가를 구매해서 방에 들이면 들수록 공허함을 느낀다. 끝내 채워질 수 없는 밑 빠진 독에 계속해서 물을 채우는 모양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돈과 학습된 취향이라는 현재의 주된 안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과연 정말로 그들의 취향인지 생각하곤 한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보고 또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예뻐 보이는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취향은 분명 천차만별일 텐데, 요즘에는 모두가 다 똑같은 것을 좋아하고 똑같은 것을 소비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지금은 심지어 공간이 부족해도, 돈이 부족해도 일단 원하는 것은 사고 보자는 풍조에 가깝지 않은가. 미의 기준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가 예쁘다고 하는 얼굴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기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세뇌당한 개념이다. SNS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커뮤니티 채널과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콘텐츠가 곧 소비자의 취향이 되고, 이는 아비투스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공허한 소비에 관해 적으려다가 이상한 방향으로 핀트가 나가 버린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스스럼없이 소비하고 또 소비한다. 그런 것들로는 당최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 역시 뭐든 주문해 두고 나서 택배를 받기 직전까지 효용과 기대치가 계속해서 증가하다가, 막상 택배를 받으면 그 시점부터 오히려 행복감이 대폭 하락한다. 어쩌면 진정한 행복, 작지만 일시적으로 폭발하고 며칠 뒤면 금세 사라져 버리는 소확행이 아니라 오래도록 계속해서 유지되는 행복을 얻기란 너무나 힘들어서 대부분 은연중에 포기해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보여 줄 수 있는 사물들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눈속임을 하거나 최면을 걸고 있는 건 아닐까. 설령 실상은 텅 비어 있더라도, 일순간만큼은 반짝하는 작은 자극과 행복을 일종의 모르핀처럼 주입해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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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의 아주 작은 성공 습관
딘 그라지오시 지음, 권은현 옮김 / 갤리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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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다음 선택의 밑거름이 될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대사인데, 실천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후회가 부질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내 생각에 이건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조절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본다. 아무튼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 나로서는 책을 읽기 전에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백만장자는 돈이 많아서 심심한가. 또 비결 알려 주는 책 썼네... 다 아는 이야기 하겠지.” 하면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을 펼쳤는데, 이럴 수가.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


『백만장자의 아주 작은 성공 습관』은 타인을 대할 때 바람직한 태도, 우울의 늪에 빠지게 되는 사고방식, 근원적 물음을 찾아가는 방법 등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건강한 습관’을 모아 소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에게만 중요한 가치를 주입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는 대신 딘 그라지오시는 많은 이가 놓치고 있는 사실을 완곡하게 지적한다. 자기계발서는 내용보다 설득력이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찾아 읽을 테지만, 워낙 유사한 주제가 많다 보니 아주 차별적이지 않으면 새로운 독자를 영입할 수 없어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딱이었다. 어느 정도 변화를 위한 자극을 제시하면서 방안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내면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버릇이 몇 가지 있다. 대부분 휘발되었지만 타인과의 대화에서 무언가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추측하기, 타인과 자신을 끝없이 비교하기 등등. 인터넷에도, 출판계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듯하다. 공부에는 정도가 없다고 하지만, 심신 단련에는 더욱 그렇다.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깨달았다면 변하기 위해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며 고쳐야 할 버릇을 직면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나에게 남은 건 실천과 개선뿐. 오늘부터 또 정진한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경영자의 촉 같은 게 아니라면 결국 백만장자의 비밀에는 그다지 거창한 부분이 없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인생의 주도권을 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 늘 애먹는 것이지만.... 이 책에 제시된 사항은 부자가 되는 것을 떠나 건강한 인격체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다. 여타 도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나, 이십 년 넘게 해당 주제로 강의를 해 온 저자의 이력 덕인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 차별점이다. 고집 센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까지 납득해 버렸으니 말 다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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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 나노로봇공학자, 우리와 우리 몸속의 우주를 연결하다
김민준.정이숙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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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몸 속을 돌아다니면서 치료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가장 먼저 도라에몽이 생각난다. 서서히 고장나는 도라에몽을 구하기 위해 축소 손전등으로 작아진 진구가 도라에몽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에피소드 탓이다. 그 에피소드에서 진구는 잠수함 비슷한 걸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고장난 곳을 발견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노로봇이 치료에 도입되어 상용화되는 모습과 유사하다.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에서 주로 등장하는 기술이 바로 이 나노로봇이다. 박테리아에서 일종의 감명을 받아 탄생시킨 로봇이라니, 듣도 보도 못 한 이야기다.

김민준의 이야기는 난독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강생에게일종의 해결 방법을 알려 주고, 그 수강생이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시작한다. 그 역시 난독증을 앓았던 청소년기, 30cm 자를 쥐여 주었던 은사 덕분에 터득한 방법이었다. 난독증을 극복한 뒤 발명한 개체와 그 과정의 우여곡절을 적는 틈틈이 군 생활, 도움이 되어 주었던 스승에 관한 마음을 채워 넣었다. 후반부에는 중간에 포기하고 나간 제자 혹은 힘이 되어 주었던 제자 등 기억에 남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을 읽으며 어쩐지 최첨단 기술처럼 느껴지는 나노로봇이 실은 꽤 오래 전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가장 의외라고 느껴졌다. 사실 발명 내용을 설명한 부분은... 나름대로 쉽게 풀어 놓았지만 다루는 내용 자체가 그냥 전문적인 수준을 넘어 아주아주 전문적이다 보니 <앤트맨과 와스프>를 볼 때처럼 점점 정신이 멀어져 가는 기분이었다. 이산화규소... 비뉴턴... 랩온어칩... 네.... 하지만 그때도 양자 영역이 어쩌고... 이론 설명은 중간부터 그냥 포기했지만 결국에는 ‘아, 뭔가 잘못 조절해서 더 작은 세계로 들어가 버렸구나.’ 하고 어찌저찌 이해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역시 정신줄을 잡고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무리 없이 감탄하며 읽을 정도는 된다.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는 김민준의 성공 기록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노력의 기록이다.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감이나 참신함이 필요하다. 천부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디자인 같은 분야에서의 감각은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키워 왔던 것이면 몰라도, 지금 새롭게 키워나가기에는 어려운 것이니까. 그러나 그 생각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이 든든한 토대가 되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구상과 실현이라는 구조로 연속 서술되어 있는 이 책은 끊임없이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고 공부한 내용을 담은 기록이다. 과학을 향한 “덕질”이 마냥 놀라웠다.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차갑기만 할 줄 알았던 책 속에, 주변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속속들이 숨겨져 있어 막힘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난독증을 극복한 뒤 꿈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이음새 있게, 조금 더 상세히 기술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노로봇이라는 기술을 배우려는 목적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꿈을 찾는 중이거나 자신이 하고 있는 노력에 의구심이 드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학생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고 익히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지 모르나, 관련 분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지침서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성인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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