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 나노로봇공학자, 우리와 우리 몸속의 우주를 연결하다
김민준.정이숙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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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몸 속을 돌아다니면서 치료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가장 먼저 도라에몽이 생각난다. 서서히 고장나는 도라에몽을 구하기 위해 축소 손전등으로 작아진 진구가 도라에몽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에피소드 탓이다. 그 에피소드에서 진구는 잠수함 비슷한 걸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고장난 곳을 발견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노로봇이 치료에 도입되어 상용화되는 모습과 유사하다.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에서 주로 등장하는 기술이 바로 이 나노로봇이다. 박테리아에서 일종의 감명을 받아 탄생시킨 로봇이라니, 듣도 보도 못 한 이야기다.

김민준의 이야기는 난독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강생에게일종의 해결 방법을 알려 주고, 그 수강생이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시작한다. 그 역시 난독증을 앓았던 청소년기, 30cm 자를 쥐여 주었던 은사 덕분에 터득한 방법이었다. 난독증을 극복한 뒤 발명한 개체와 그 과정의 우여곡절을 적는 틈틈이 군 생활, 도움이 되어 주었던 스승에 관한 마음을 채워 넣었다. 후반부에는 중간에 포기하고 나간 제자 혹은 힘이 되어 주었던 제자 등 기억에 남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을 읽으며 어쩐지 최첨단 기술처럼 느껴지는 나노로봇이 실은 꽤 오래 전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가장 의외라고 느껴졌다. 사실 발명 내용을 설명한 부분은... 나름대로 쉽게 풀어 놓았지만 다루는 내용 자체가 그냥 전문적인 수준을 넘어 아주아주 전문적이다 보니 <앤트맨과 와스프>를 볼 때처럼 점점 정신이 멀어져 가는 기분이었다. 이산화규소... 비뉴턴... 랩온어칩... 네.... 하지만 그때도 양자 영역이 어쩌고... 이론 설명은 중간부터 그냥 포기했지만 결국에는 ‘아, 뭔가 잘못 조절해서 더 작은 세계로 들어가 버렸구나.’ 하고 어찌저찌 이해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역시 정신줄을 잡고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무리 없이 감탄하며 읽을 정도는 된다.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는 김민준의 성공 기록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노력의 기록이다.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감이나 참신함이 필요하다. 천부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디자인 같은 분야에서의 감각은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키워 왔던 것이면 몰라도, 지금 새롭게 키워나가기에는 어려운 것이니까. 그러나 그 생각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이 든든한 토대가 되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구상과 실현이라는 구조로 연속 서술되어 있는 이 책은 끊임없이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고 공부한 내용을 담은 기록이다. 과학을 향한 “덕질”이 마냥 놀라웠다.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차갑기만 할 줄 알았던 책 속에, 주변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속속들이 숨겨져 있어 막힘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난독증을 극복한 뒤 꿈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이음새 있게, 조금 더 상세히 기술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노로봇이라는 기술을 배우려는 목적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꿈을 찾는 중이거나 자신이 하고 있는 노력에 의구심이 드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학생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고 익히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지 모르나, 관련 분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지침서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성인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고.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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