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티비에 나오는 한 연사의 민주주의에 관한 온라인 연설을 보게 되었는데 이 연설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였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연설의 내용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밥먹는 것을 잠시 멈추고 넋을 놓고 티비화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연설 말미에 고립의 시대라는 자신의 책에 자기가 연설에서 말한 내용들이 잘 녹아 있다는 번역 자막을 보고 아 저 책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책을 보통 구입해서 보는 편인데 요근래에 여기저기 지출이 많아서 어쩌지 하는 찰나에 가까운 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대출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알라딘한테는 좀 미안하게 되었다. 그래도 평소에 책 많이 구매했으니 이해해주시길..) 아무튼 첫장부터 읽어 나가는데 아주 몰입이 잘되어 쑥쑥 읽어 나갔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안 좋은 건지에 대해 각종 사례들을 통해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고 실제로 외로움을 종종 느껴왔던 본인에게도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 다가오는 내용들이 많아서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했던거 같다. 각 챕터별로 저자의 생각과 각종 문제에 대한 대안들이 제시되었는데 그중에서 아 이거 정말 괜찮겠다 싶은 대안도 있었고 어떤 대안은 본인생각엔 약간은 비현실적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들도 있었다. 저자는 정부의 개입과 더불어 각 개개인과 마을 공동체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했는데 물론 저자의 말대로 이루어 지면 가장 좋겠지만 본인의 소견으로는 현실에서 참 이게 쉽지 않다고 느껴져서 의구심이 들었던거 같다. 외로움이라는 안좋은 감정을 떨쳐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나 저자가 제시한 대안은 각각의 이해관계자들 (개인 기업 정부 등) 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내가 설사 저자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노력한다고 한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선한마인드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할 경우 나만 손해를 보고 남좋은 일만 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가 갈 수록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처음에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하고자 했더라도 사회에서 실컷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경우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최선은 물론 공동체가 함께 잘되는 것이지만 차선책으로 각 개인들이 각자도생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게 최선도 아니고 그닥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는 저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온정이 넘치는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속해있더라도 언젠가는 나와야되고 은퇴를 하게 되는데 회사가 우리 개개인의 삶을 죽을때까지 보장해주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각 개인들은 각자도생하는 방법을 찾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돈이 남아도는 소수의 사람들은 이런 걱정은 하지도 않겠지만 일반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직에서 나왔을때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저자가 제시한 대안들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에는 정부의 역할증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써놓았는데 이럴 경우 어차피 실컷 이익을 내더라도 국가가 큰 몫을 떼어가버리니 각 기업들의 이윤추구 동기가 떨어져서 전체 파이가 작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이런 것에 대한 고려는 별로 없는 느낌을 받아서 좀 아쉬웠다. 저자는 사회취약계층의 이해관계는 잘 대변하는지 몰라도 취약계층이 아닌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그냥 당연히 희생해야되는 존재들로 생각하는듯 한데 그렇게 따지면 과연 누가 힘들게 일을 하려고 할 지 의문이 든다. 그냥 일 안해도 사회의 복지 시스템에 내 한 몸 맡기면 먹고사는데 아무지장없을테니까.. 힘들게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놓으면 국가에서 지금도 소득의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떼어가는 시대인데 이런 상황속에서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것은 기존 근로자들의 일할 동기를 꺾어버린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건지 궁금하다. 저자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실제 현실에서는 당연한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위에서 저자의 대안제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적어보긴 했지만 고립의 시대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개개인들이 가급적 느끼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리스펙한다. 다만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하는데 (그 비용이 사회적 비용이든 객관적으로 수치화된 비용이든 뭐가 되었든간에)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참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문제인듯 하다. 그래서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뒤로 미룬채 자본주의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외롭게 고립되어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을 적어보았고 읽는 사람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각자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책을 읽었어도 느낀점은 다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고립의 시대를 나름대로 날카롭게 바라보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자하는 저자의 시각과 생각에 박수를 보내며 리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