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년 8 월 15 일에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평화‘ 콘서트가 열렸었다. 거기에 다니엘 바렌보임이 있었다. TV에서 녹화 방송을 시청하였던 기억이 난다. 한국 땅에서 바렌보임을 보다니 여간해서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던가. 우와! 바렌보임은 서동시집 관현악단을 지휘하여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였다. 전날까지 진행된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바렌보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탓에 바쁜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에 그가 내한하였다는 사실보다도 ‘평화‘ 콘서트에 참여한 것이 놀랍고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해도 여름밤 야외 공연이라서 자연의 소리들이 끼어들었던 탓에 음악의 감흥이 떨어졌던 기억도 함께 남았다. (얼마 전까지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때의 좋지 않았던 느낌 때문에 그 당시 장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몹쓸 기억 같으니.)

서동시집 관현악단. 관현악단 이름 치고는 고상하지 않은가. (영어로, West-Eastern Divan Orchestra. 발음대로 표기하면,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첫 인상이 무척 낯설었지만, 너무나 예술적인 이름이라 생각했다. 세상에 이런 이름이 있을 수도 있구나 싶었던 ‘18 세기 관현악단‘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의 번역시를 읽고 감명받아 <서동시집>을 집필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알라딘서점이 제공하는 서동시집 책소개로 대신한다.

1819년 자신의 칠순을 맞아 펴낸 <서동 시집>은 노년기 괴테 사상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괴테가 주창한 ‘세계문학‘, 즉 ‘어느 한 민족의 문학이 아닌 모든 인류의 문학‘을 온전히 실현한 대문호의 완숙미가 단연 돋보인다. 동서양 문화의 이상적인 조화를 제시하는 이 시집을, 헤겔은 괴테의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꼽았다. (중략)

서동시집 관현악단은 청소년 연주자들이 모인 관현악단이고그들을 이끄는 지휘자는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현재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음악 감독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로서도 그리고 지휘자로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바렌보임은 또한 평화주의자이기도 하다. 비록 그는 이스라엘 사람이지만, 이스라엘의 중동 정책에 쓴소리를 서슴치 않는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화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합심하여 팔레스타인 사람과 아랍 사람들의 화합을 이루고자 1999 년에 이스라엘과 아랍 제국의 재능 있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를 모아 새로운 관현악단을 구성하였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흠모했던 괴테의 ‘서동시집’에서 명칭을 따왔다. 이렇게 서동시집 관현악단이 생겨났다.

단원을 모집할 때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중동 지방의 젊은이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첼리스트 요요 마도 합류하였다. 창단 후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정부의 후원으로 2002년 스페인 세비야에 정착하였다. (로시니가 작곡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무대 배경이 되는 지명이다. 이 도시가 품고 있는 문화의 성숙함을 느끼게 된다.) 2004 년에 바렌보임-사이드 재단이 설립되었고, 악단 운영과 관현악 활동 강습회,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 교육 운동, 세비야 유소년 음악교육 계획 등의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스페인 왕실은 바렌보임에게 상을 주었고, 2008년에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명예 시민권을 선물하였다.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관현악단은 창단 취지에 따라 이스라엘 점령 지구에서 적극적으로 위문 연주회를 열었고, 지금도 음악을 통한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공헌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렌보임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을 거두고 나니 그 동안 가려졌던 진가를 새삼 알게 된다. 서동시집 관현악단의 연주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도 되찾았다. 서동시집 관현악단의 출현을 알리면서 연주하였다는 베토벤 교향곡 제 7 번이 어울리는 여름 밤이다. 교향곡의 흥겨움이 어둠으로도 짙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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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2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렌보임이 이스라엘인이면서 팔레스타인로 귀화했다고 들었습니다..기억이 잘 나지않지만 어떤 음악상을 받으면서 이스라엘 정부와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던 것으로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요.. 그런 면에서 외모와는 달리 참 따뜻한 지휘자인 것 같아요^^:

2017-06-03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3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7-06-03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렌보임은 세기의 첼리스트였던 아내 재클린 뒤 프레를 ‘너무 박대했던‘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듯합니다. ‘그 때 힘들더라도 좀 참고 견뎠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텐데 말이지요.

오거서 2017-06-03 12:00   좋아요 1 | URL
좋게 말해서 ‘너무 박대했다‘일 테죠. 성공을 위해 혹사시킨 아내가 병을 얻으니 돌보기는커녕 내버린 셈이죠. 한 마디로, 불륜의 아이콘이다시피 한데 휴머니스트라고 불리는 데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또한 유태인인데 바그너 전문 지휘자라니, 어느 진영에서도 그를 제대로 받아들여 주지 못하는 처지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최근 연로한 모습을 보면서 오래 전의 좋지 않은 기억을 애써 지우고 있습니다.

괴펜하우어 2017-07-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랐던 좋은 정보를 알게 되네요.
괴테의 작품에 푹 빠져 사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감동적인 일입니다.
서동시집 관현악단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