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
권순훤 (Soonhwon Kwon)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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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
저자 권순훤은 피아니스트이다. 그리고 네오뮤지카 대표,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2014 년에 책을 썼다. 저자 약력을 보면, 2008 년 이후로 매년 직접 연주, 편곡, 해설을 도맡아 클래식 공연도 진행한다고. 수년째 매진 행렬이라고 한다. 연주자로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그리고 작가 역량을 겸비하였다. 이 책 역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마치 책으로 펼치는, 미술과 음악의 크로스오버 공연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은 크게 네 개의 파트(Part)로 구분된다. 각각 르네상스 미술, 바로크·로코코 미술, 근대 미술, 현대 미술에 해당한다. 그리고, 시대순으로 위대한 미술가 25 명의 간략한 일대기와 대표 작품을 위주로 소개한다. 이어서, 화가 또는 걸작과 관련된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에 관련되거나 연상되는 클래식 음악을 추천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화가와 음악가, 둘을 연결하는 키워드는 목차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간략하게 요약해본다.

르네상스 미술
•레오나르도 다 빈치 + 헨델 = 인류애
•미켈란젤로 + 모차르트 = 천재성
•보티첼리 + 베르디 = 욕망의 예술적 승화
•라파엘로 + 부르크뷜러 = 어머니

바로크·로코코 미술
•루벤스 + 차이콥스키 = 지독한 근면
•렘브란트 + 바흐 = 자기성찰
•카라바조 + 사티 = 평범한 일상

근대 미술
•고야 + 엘가 = 인간의 이중성
•들라크루아 + 쇼팽 =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
•밀레 + 구노 = 서정성
•쿠르베 + 마스카니 = 고단한 삶
•마네 + 라호마니노프 = 차도남
•드가 + 스트라빈스키 =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된 시대의 초상
•세잔 +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사과의 기적
•모네 +슈베르트 = 역동적이고 직관적으로
•르누아르 + 슈만 = 행복 추구
•고갱 + 가르델 = 탱고
•고흐 + 드뷔시 = 고통스러운 삶, 달빛
•클림트+베토벤 = 오직 하나뿐인 사랑
•뭉크 + 비탈리 = 불행 속 위대한 예술혼

현대 미술
•칸딘스기 + 쇤베르크 = 추상화와 무조음악
•마티스 + 리스트 = 스케일 그리고 디테일
•몬드리안 + 바르록 = 극도의 단순함
•모딜리아니 +드보르자크 = 절제된 감정
•잭슨 폴록 + 존 케이지 = 무질서와 우연성


책 제목에 있는 화가와 음악가를 먼저 살펴보자. 클림트가 베토벤에게 헌정한 작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설명이 없더라도, 둘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짐작할 만하다. 책에서 밑줄긋기 해둔 내용을 바로 인용한다.

앞서 나온 작품 <온 세계에 보내는 입맞춤>은 1902 년에 클림트가 천재 음악가인 베토벤에게 헌정한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의 일부입니다. 클림트의 어머니는 오페라 가수였는데 아마도 어머니에게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베토벤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276)

또한, 밀레와 구노를 연결하는 키워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서정성이지만, 이런 내용도 있다.

어쨌든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아베 마리아〉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1 권의 1 번 전주곡을 반주로 삼아 아름다운 멜로디를 붙여서 만든 곡입니다. 종교음악을 해오던 구노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신부였던 마리 다블뤼(Marie Antoine Nicolas Daveluy)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하여 작곡한 곡입니다.
다블뤼는 조선에 가톨릭교회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입국했지만, 당시 집권자였던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종교박해로 말미암아 순교하고 맙니다. 구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절친한 친구가 외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무참히 살해당한 것이었지요. 구노는 너무나 슬픈 마음으로 이 〈아베 마리아〉를 작곡했고 이 곡을 조선의 순교자들에게 바칩니다.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이러한 역사적인 사연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171)


전반적으로, 미술가와 음악가, 그리고 그림과 음악의 연결이 대부분 주관적이라서 조금 관점을 달리 하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예를 들면, 다 빈치와 헨델이 짝을 이루는 키워드는 열정이다. 저자의 설명에 대체로 공감하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 열정적인 삶을 살아내지 않은 예술가는 없다. 헨델이 아닌 다른 음악가가 열정으로 다 빈치의 짝이 된다고 해도 내용을 크게 해치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애와 작품이 바뀌는 정도일 것이다. 저자는 다 빈치의 열정적인 삶 덕분에 인류의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인류애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곡가로 베토벤을 들고 〈합창〉 교향곡을 곁들여 설명한다. 다른 예를 더 들면, 미켈란젤로와 모차르트는 괴짜인데 천재성을 발휘하여 연결되었다. 내가 알기로, 베토벤이 더 괴짜였고 고집불통이었다. 그 점만 본다면, 오히려 베토벤이 미켈란젤로와 한통속이다. 그러나 책 제목에서부터 베토벤한테는 클림트가 점지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정작 베토벤보다는, 클라라 슈만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품어 평생 독신이었던 브람스와 함께 그의 작품에 더 치중하였다. 그래서 나는 클림트를 보면 브람스가 들릴 판이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는 미술에 우선 입문한 마니아한테 작곡가와 클래식 음악을,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초심자한테 화가와 그림을 알리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독자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해서 저자 자신의 연주 경험을 들려주는 것까지는 수긍하지만, 책 군데군데 자신이 기획한 음반을 홍보하는 듯한 내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기 책에서 자기 자랑하는 것을 탓해봤자 무엇 하겠는가.

저자가 명성을 얻은 클래식 공연처럼 이 책도 믹싱과 프로듀싱의 결과로 보여진다. 미술과 음악이 한 책에 담겨 있다. 중국집 메뉴에서 짬짜면 같은 책이다. 두 가지 맛을 동시에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지만, 짜장면 꼽배기 아니면 짬뽕 꼽배기를 즐기는 사람한테는 맞지 않는 메뉴다. 마찬가지로, 미술 마니아 또는 클래식 마니아한테는 이 책이 맞지 않을 것이다. 동시대성으로 미술과 음악의 맥락을 짚고, 역사와 연계된 정보를 제공하였다면 어땠을까 한편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미술 작품을 보고 음악을 연상하는 아이디어가 남다른 점은 인정하지만, 흥미를 위해 인위적으로 그 둘을 연결하는 방식은 다소 아쉽다.

물론, 나의 선입견이 작용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저자가 음악전공자라서 미술보다는 음악에 관한 내용이 위주가 될 것이라 추측하여 책을 골랐지만, 책을 읽는 내내 명화를 보는 즐거움으로 색다른 경험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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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10-25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입견 아니신 것 같아요... 끼워 맞추기 스멜~ 부자연스럽게 보이거든요

오거서 2016-10-25 09:10   좋아요 2 | URL
책을 읽고난 후일담이라면 책 속 명화 감상의 즐거움을 맛본 터라 저한테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

雨香 2016-10-26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의미있는 작업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저도 드뷔시 등을 들을 때 인상주의와 어떻게 엮어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음악과 미술을 같이 연상한다는 건 힘든 일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