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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하얀 아오자이 옷을 입고 파파야 나무를 들고 서있는 여자 아이가 그려진 표지그림이 눈길을 끈다.

고학년도서란걸 알았지만 책을 보고나서야 그림책이 아닌 문고판 도서란걸 알았고 상당한 두께에 놀랐다.

표지그림이 주는 아련한 느낌과 이끌림에 지레 그림책이란 착각을 했던 것인데 잠깐 동안에도 책의 페이지는 빨리 넘어갔다.

글이 운문형식의 소설이기도 했지만 글 자체가 부드럽고 편하게 읽혀지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2012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뉴베리상은 매년 뛰어난 미국 아동 문학 작품에 주는 상으로 아동도서계에 노벨상이라 불린단다.

 

소설 속의 주인공 하처럼 실제 베트남 전쟁을 겪은 저자, 탕하 라이는 하를 통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가던 1975년, 고향 사이공을 떠나 미국 앨라배마로 이주, 정착하기까지 약 1년간의 시간이 일기형식으로 쓰여졌는데 1975년 2월 11일, 베트남의 설인 뗏부터 1976년 1월 31일 뗏까지 1년여의 시간동안 이 가족이 있는 공간도 상황도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40여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젯일처럼, 아니 현재의 일같이 생생한 것은 작가의 기억에서 재생되어졌기 때문인 듯 하다.

 

전쟁은 의도하지 않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데 하의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9년 전 해군에 징용되어간 아빠는 생사도 모른다.

가까이 폭탄이 터지는 상황에 이르러 가족은 결국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미국으로 향하는 해군함에 올라탄다.

피난중 바다위에서 고향집 병아리와 파파야나무를 지킬거라던 아이들의 꿈은 사라졌고 그들의 조국 남베트남도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루 주먹밥 한 개와 물 한 컵으로 버티던 이들은 다행히 구조선을 만나게 되고 괌에서 하우보이 후견인을 만나 미국의 앨라배마에 정착하게 된다.

미국은 베트남과 달리 평화로왔지만 이들 가족의 삶은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되고 외로웠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들은 이방인이었고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은 하의 머리와 팔뚝 털을 잡아당기고 '팬케이크'라 놀리기도 한다. 

아직 서툰 영어와 놀림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화장실에 숨어 지내던 하는 자신의 나라를 전쟁중의 처참한 사진들로 소개하는 선생님을 보며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제 고작 열 살인 아이가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괴리감이 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사귄 펨과 시티반 그리고 이웃인 워싱턴 부인을 만나면서 하는 이전의 똑똑하고 씩씩한 하로 돌아오게 된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 그리고 '제일 마음이 놓인 날'로 기억되는 사람들..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싶게.. 내가 하가 된 양, 아이같은 감정이 일었다. 

하의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것을 슬퍼하기보다 이제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알게 되었음을 또 아버지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됨을 다행이라 여기기로 한다. 그리고 각자가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1976년 용의 해 뗏에 하는 날아차기를 꼭 배우고 싶다 말한다. 사람을 걷어차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중을 날아보고 싶어서 라고 말하는 하.

절망의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꿈과 희망을 꿈꾸는 하의 자신감과 각오가 글을 통해 다부지게 느껴졌다.  

 

이 작품에서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참상은 글에 없지만 전쟁의 상황과 시국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중에 겪는 어려움과 궁핍함, 생존에 대한 두려움, 고향을 떠나는 순간부터 낯선 나라에 새로 정착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이주민의 버거운 삶도 담담하게 그려졌다.

간결한 듯 하지만 하와 하 가족의 일상과 고민이 솔직하게 쓰여져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쟁이란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있게 살아가는 가족애와 그들의 이야기는 절로 감동을 준다.

 

'전쟁'이란 위기의 상황이 아이를 더 강하고 성숙하게 만든 것일까?

우리 큰아이도 하와 같은 열 살, 같은 나이라지만 생각이나 표현은 하와 비교하기 어렵게 어리기만 한거 같다.

생존을 위협하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요즘의 현실은 아이에게 전쟁에 처한 절망 비슷한 감정으로 내몰지도 모르겠다.

혹여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하처럼 슬기롭게 그것을 딛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책장을 덮으며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을 우리 아이도 함께 느끼기를 바래보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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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