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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ㅣ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몇 글자로 요약해야 한다면 '읽을수록 속도감이 더해지는 책!' 그러면서 '어떤 시원한 통쾌함을 던지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청소년 소설이라 엇비슷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헷갈려하며 봐야하는 어려움에 더디 넘겨지던 책장이 어느 순간 빠르게 넘어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비슷비슷한 그들의 이름은 신기하게도 책장이 넘어갈수록 별 대수롭지 않아졌습니다.
이 책은 27년 전에 쓰여져 일본 청소년은 물론 어른 독자들에게까지 꾸준히 관심받은 밀리언셀러라는데 27년 전이 아닌 2011년 오늘의 이야기라 해도 좋을 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현실감이 있고 또 그만큼 어른과 아이,, 양자의 입장으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 앞으로 또 한 세대가 지난 후에도 그 때 그대로 해방구를 만드는 혹은 꿈꾸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그 당시에도 이 소설 속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4년 도쿄의 한 중학교 여름방학 종업식날, 1학년 2반 스물한 명의 남학생들이 한꺼번에 모두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도시의 한복판에서 마치 증발한 듯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아이들..
유괴를 생각하며 부모들이 당황하는 순간, 아이들은 '불꽃의 파이터'란 노래와 함께 라디오 방송을 시작으로 그들의 전쟁을 선포하지요.
그리고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거침없는 외침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제 스스로들 빈 공장 안에 자기들만의 해방구로 정하고 어른들이 만든 일방적인 제도와 규칙, 통제와 간섭, 공부에 대한 부담감 등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자유를 찾겠다 합니다.
해방구는 1968년 5월에 니혼 대학 학생들의 대학투쟁을 시작으로 전국학생운동으로까지 확산되었던 '전공투운동'의 상징체였고 아이들의 부모는 바로 전공투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부모들이 느끼고 행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해방구를 만들어 아이들은 그들만의 자유를 꿈꿉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해방구를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은 해방구를 없애기 위해 회유와 협박을 해오고 아이들은 이에 맞서 해방구 밖의 여학생들의 도움으로 미로를 설계하거나 학교에서 가장 학생들을 괴롭혔던 선생님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유괴된 친구를 구하고 또 시장 선거 지지 현장을 라디오로 중계해 버리면서 과연 누가 그르고 누가 옳은 것인지 막힘없이 보여줍니다.
결국 공권력까지 투입된 상황,, 아이들은 그들의 화려했던 전쟁을 폭죽으로 장식하며 처음에 사라졌듯 해방구 안에서도 사라집니다.
해방구 안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그리고 우열없이 생활하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합니다.
그리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친구들의 재능과 진면목을 알게 되고 서로 인정하게 되지요.
이 책의 진정성이랄까요? 반항감으로 호기로 시작된 해방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이 이 책의 진가를 이어가게 하는 듯 합니다.
막연한 반항심이나 얼버무림이 아니라 철저한 이들의 생각과 거침없는 표현이 통쾌함을 주는 것이지요.
몰래 도청을 하고 납치된 친구를 구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고 협동하는 아이들,, 그러면서 약한 어른에게는 선의를 베푸는 이들의 행동은 그들의 해방구가 어긋남 없는 정당함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이제 열 세살, 열 네살.. 이 아이들의 적은 어른입니다.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보고 어른들이 만든 틀에 가두려 하는 것들이 아이들에겐 어른은 들어갈 수 없는 성을 쌓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 아이들은 전쟁이란 표현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쓰고 있습니다.
청소년 소설을 읽다보면 어떤것이든 그렇지만 내가 지나온 그 시간을 돌아보게 되고 또 때론 지금의 아이들 모습을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 아이들은 제가 산 것과 다르게 아주 당돌하리 만치 똑똑하게 어른들과 사회의 부조리를 들춰 어른들의 비열한 일부를 주저하지 않고 꼬집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힘을 합치면 어른들과 얼마든지 싸울 수 있고 싸움이라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 안에 재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해방구란 바로 변화를 바라는 아이들의 공통된 마음이고, 아이들의 의지로 굳어져가는 아이들의 성입니다.
전쟁을 선포하고 이들이 해방구에서 보낸 7일간의 시간..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는 시간까지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들은 어른들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했던 아이들의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내 아이를 어른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하던 참,, 아이 입장으로 보여지는 내 부조리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과연 어떤 부모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처럼.. 이 책을 보는 우리들 모두 각자각자가 느끼는 것들이 많을거 같습니다.
나이 삼십줄의 어른이지만 이 아이들의 해방구 사수작전이 즐거웠고 마음은 내내 이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십 년이 더 지나 우리 아이가 해방구의 주인공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도 해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