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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장한길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1월
평점 :
선천적인 관절 굽음증을 가지고 있는 작가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학의 렌즈를 통해 동물 문제를 바라본다.
테일러는 인간이 완벽한 착취가 가능한 이유가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동물들을 말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며 고통조차 느끼지 않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비장애중심주의다. 장애가 있는 몸에 대해 갖는 전제와 선입견의 뿌리가 깊은 나머지 인간은 비인간 동물에게까지 투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물 살처분, 장애가 있는 동물을 인간의 관점에서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안락사시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윤 창출을 위해서 동물에게 장애를 입히고 있다. 인간의 이용 목적을 위해 매년 수백억 마리가 살해되고, 장애를 입히고, 기계처럼 고기와 우유, 계란을 생산하도록 만들어지며 서커스, 모피, 동물실험에 동원된다.
비장애중심주의로 인해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이 의심의 여지없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동작, 사고, 존재 방식이 동물들보다 정교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동물보다 더 가치 있게 만든다는 생각에 불을 지핀다.
테일러는 이런 근거들을 나열하며 우리는 장애를 갖지 않은 개체군이 장애에 대해 보이는 반응을 비판적 검토를 해야 하며, 인간의 비장애 중심주의적 경향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차별주의란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신념으로, 우리 인간이 동물보다 우위를 점한다며 인간의 동물 이용 및 지배를 용인한다. 약이나 가정용품 실험에 동물을 사용할 때,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을 바라볼 때, 우리의 이익을 위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할 때, 동물을 도살장에 보내거나 상품화할 때 드러낸다.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 혹은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들에 대해 한마디의 개념으로 정의해 주었다. 결국,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착오를 일으키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물도 감정과 사고를 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인간과 동일선상에 있는 존재라고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로 생각한다.
이 책에서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하고 있다. 과연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테일러는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동물이지만 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일으킨 최악의 행위를 '동물적 본성 때문'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 정도로 동물이다. 어떻게 우리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동물이 아닐 수 있는가?
"장애에 대한 무지 속에서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완벽하게 논리적이고 나무랄 데 없이 합리적인 이론들을 뒤흔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게, 왜 나는 혹은 우리는 동물, 장애해방에 대해 무지한 삶을 살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불편한 감정을 자처하며 사유를 할까. 자문을 하지만 선뜻 답을 내리기에는 심오한 질문이다.
이 책은 옳은 것, 협력하는 것, 평등한 것, 정의로운 것, 저항하는 것, 해방적인 것 등 인간이 독점해버린 아름다운 가치들을 동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짐'과 '짐승'이 서로를 끌고 해방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동물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건 그들의 의존과 상호의존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자연스러움을 존중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와 함께 이 행성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서 갖는 자연스러움 말이다.
어느 날, 출근을 하는데 갑자기 돼지를 실은 트럭이 앞에 지나갔다. 어디를 가는지 지켜보니까 도살장이었다.
내가 출근할 때마다 지나치는 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도살장이라니. 외곽이 아닌 도심 속 한적한 동네에 도살장이 있으며, 실려 가는 돼지들을 직접적으로 본 것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무언가 잘못된 것을, 불편함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우스운 소리이겠지만 그 돼지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도살장에 끌려간 돼지들을 위해 기도를 하다니 지금 와서 생각하니 자조적이다.
그때 강하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고기를 좋아했으며 아무런 감정 없이 먹고 있었구나.
그 이후로 동물권에 대한 책이 궁금했으며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이 책이 너무나도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는 동안 불편함과 많은 사유를 하게 만들었다. '왜일까'라는 궁금증에 간단명료하게 개념들을 정리해 주었으며,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