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이 어떻게 취급당하는가를 통해 세상을 읽는 영역이 있다. 약점이 세상을정찰하기 위한 레이더가 되는 셈이다.
그들은 자주 위축되고 두려움과 자괴감에 빠지지만 그런태도를 되도록 감춰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약점이 있다는 걸 공유하면 편해지긴 하지만 무시당하는 걸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약점을 숨기고 방어하고 또 상처받았을 때 태연하게 보이는 법을 연구하면서 타인을 알아간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약점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나를 조종하고 휘두를 힘을 가진다. 우리는 장점의 도움으로 성취를 얻지만 약점의 만류로 인해 진정 원하던 것을 포기하거나 빼앗긴다. 어쩔 수 없이 약점은 삶의 결핍과 박탈을 관장한다.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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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멀리 떠나온 것 같지도 않았다. 여전히 나는 무력하고 방어적인 회색 지대에 갇혀 있었다. 나 자신이 실망스럽고 그러다 보니 의욕이 없어 방치하게 되고, 결국 해야할 것을 제대로 못 해 무력감에 빠지고, 무력감은 쫓김과 불안을 낳고 그래서 자신감을 잃은 끝에 제풀에 외로워지고,그 외로움 위에 생존 의지인 자존심이 더해지니 남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고, 그러자 곧바로 소외감이 찾아오고,그것이 또 부당하게 느껴지고, 이 모든 감정이 시간 낭비인것 같아 회의와 비관에 빠지는 것, 그 궤도를 통과하지 않을수는 없었다. 이른바 청춘의 방황만이 아니었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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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숙사에서 나와야만 혼자의 생활이 시작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혼자라는 건 어떤 공간을 혼자 차지하는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익명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뜻하는 거였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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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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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비닐봉지를 들고 나가는 그 순간, 그는 스스로 꿈꾸는 어떤 세계, 취향에 따라 샴푸를 고를 수 있는 백인 소녀의 세계, 혹은 혁명을 꿈꾸는 일개미의 세계,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아니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 일순 몸을 드러내는 어떤 다른 세계의 가능성이 아주 닫혀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건 없고, 그러니까 K에게 그런 세계는 허용되지 않고, 허용된 것은 집으로 실어날라야 하는 채소나 과일 같은 것, 지불 없이 무상으로 얻은 그 몇푼 하지도 않으면서 그를 수백 배의 무게로 짓누르는 수치심과 죄책감 같았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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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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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잃는 오늘이 앞으로 내게 남아 있는 날들 중 그나마 가장 행복한 날일 거야였던가" 라고 했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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