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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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비닐봉지를 들고 나가는 그 순간, 그는 스스로 꿈꾸는 어떤 세계, 취향에 따라 샴푸를 고를 수 있는 백인 소녀의 세계, 혹은 혁명을 꿈꾸는 일개미의 세계,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아니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 일순 몸을 드러내는 어떤 다른 세계의 가능성이 아주 닫혀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건 없고, 그러니까 K에게 그런 세계는 허용되지 않고, 허용된 것은 집으로 실어날라야 하는 채소나 과일 같은 것, 지불 없이 무상으로 얻은 그 몇푼 하지도 않으면서 그를 수백 배의 무게로 짓누르는 수치심과 죄책감 같았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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