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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꽁지 작가, 공지영이 지리산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다가 그들의 에세이를 대신해 준 책을 펴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가 그것이다. 지리산을 등에 지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지영 작가 자신이 지리산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 생활이 역겨워 지리산자락 아래로 스며든 그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고 정감있게 읊는다. 소단락 읽기를 끝낼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는 나를 어쩔 수 없었다. 그 어떤 미사어구도 필요없다. " 기분 좋아 죽겠다."라는 말이 제격인 듯 싶다. 처음엔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나, 이런 식의 진행이라면 이 책엔 공지영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로 가득한 에세이가 되겠구나 하면서 겸연쩍은 실소를 내비치곤 했는데,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가 있는 책이다.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의 이야기로 초반을 달리는 이 책은 한동안 버들치 시인의 얼굴이 궁금해 책에 실린 사진만 모조리 훑게 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얼마나 잘 생긴 외모이길래, 혼자사는 시인을 못살게 구는 수십의 여성이 등장하는가..... 나도 버들치 시인 뒷집에 이사가고 싶다. 낙장불입의 아내 고알피엠 여사가 한 말인데, 그녀의 말 끝에 '나도.....'라고 동조해버렸다.수많은 여자들이 버들치시인에게 갖다주는 음식으로 굶어 죽을 일 없겠다 싶었다. 버들치 시인은 정말 여린 사람이다. 그리고 상당히 느리다. 냇가의 버들치들을 밥알과 쌀뜨물로 키웠지만, 전깃대를 들고 온 덩치 큰 남자들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잡혀가는 모습을 본 후에 낙담하며 슬픔에 잠기는 그의 이야기를 보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황당하기까지 했다. 정주는게 무서워 짐승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그. 행복을 느끼는 건 시인에겐 죄악이라 생각하는 그. 외롭고, 슬퍼야만 시인이 될 수 있는건가? 얼마전 읽은 <길 위의 시대>라는 중국소설을 통해 시인의 고충을 알고있긴 하지만, 정말 버들치 시인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다. 

 

최도사가 말하는 '내비도'의 철학은 상당히 일리가 있음을 느끼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냥~ 내비도~~~' 라는 그 말이 뭐 그리 도사같은 말인가 싶어도 괴짜같은 최도사가 좋다. 아마 꽁지작가(공지영작가)도 그 내비도의 매력에 빠져 최도사를 마주하는 것은 아닐까? 돈 50만원으로 1년을 버텨낸 낙장불입 시인의 사연을 보니, 순간! 나도 지리산자락으로 스며들어보고 싶다. 그곳의 인심과 그들이 있다는 그 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다른 세상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한켠인데, 어쩜 이리 나의 생활과 다른 것인지...... 이 '마음'이라는 것은 도데체가 어떻게 다루어 줘야 하는 것인지 또다시 갈피를 못 잡겠다. 그 정답은 늘, 책에서 마주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는 증거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사는 이들이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보면 분명 '마음'을 제대로 놓는 법은 실천가능한 일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지만, 나는 여전히 이 도시에서 아옹다옹하면서 살고 있다.  

 

 굳이 그들이 누군지 알려고하지 않으시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도시의 삶이 역겨워질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공지영- 

 

지리산으로, 혹은 시골속으로 들어가 사는 것이 인생의 진도가 아니다. 최소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있다면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지리산 행복학교의 사람들 이야기로 훈훈한 마음 채워넣고, 어떻게 사는 인생이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가늠했다. 나는 행복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젖어들지만 결국엔 시골생활로 복잡하고 넌더리 나는 도시생활을 뒤로한 채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걸 예감한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나처럼 행복학교로 등교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시작이 어렵지, 막상 닥치고 보면 못하는 것이 없을 종족이 '인간'이란다. 디지털의 편리함보다 아날로그의 추억이 더 소중하다는 우리 아빠처럼, 손바닥만한 땅에 푸성귀를 심어 밥상을 차리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지는 태양에 감사해 하며 지내는 소박한 삶이 진정 인간의 행복에 가까이 닿는 것은 아닐까하고 착각아닌 착각에 이르게 되는 글인 것 같다. 자연에서 태어난 우리들이 안식을 찾을 곳은 결국 자연이 아닌가 싶다. 엄마처럼 나를 품어주는 지리산과 내가 먹고 자랄 젖줄기와 같은 섬진강. 그 속에서 그들은 분명 자연에게서 모성애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만큼 또! 부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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