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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언어는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우리에겐 적어도 같은 색의 피가 흐르고 있다. (P. 227) 

  

눈이 펑펑 내리는 나라에 사는 개들은 털이 북실거리고 덩치도 크다. 따뜻한 곳에 사는 어떤 개들은 덩치도 작고, 아기자기 귀엽다. 털이 짤막한 녀석도 있고 코가 짧은 녀석도 있고 가지각색. 그래도 애견가들에겐 다 같이 이쁜 강아지들이다. 그냥, 나고 자란 곳이 달라 생긴 것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만 다 같은 개일 뿐.  다리 짧아서 귀엽고, 날렵한 몸매라서 멋지다. 어떤 개가 황실 개고 서민 개인가. 아니다. 다 같은 개 이고, 인간의 반려동물 중 최고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더운 지역 사람들은 멜라닌 발달로 검고, 더운 공기때문에 낮은 콧대를 가지며, 키도 작다. 추운 지역 사람들은 흰 피부에 높다란 코가 필요하다. 멜라닌의 정도가 다르기에 눈동자 색도 다르고 키 또한 크다. 그래서 흑인에서 백인에 이르기까지 피부색이 다른 인간이 있는 것이다. 누가 우월한 것은 없다. 백인에게서 흑인이 파생되어 나온 것이 아니다. 그냥, 백인은 백인이고 흑인은 흑인일 뿐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 사람들이 전하는 희망찬 이야기 <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앞서 만나 보았던 <희망로드>라는 책과 비슷한 분위기다. 그래서 충격을 덜 받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어느 순간 난 울고 있다...... 소개되어 나오는 검은 아이도 울고, 저자도 울고 나도 운다. 저자가 수없이 외치던 ' 미안하다'라는 활자는 내 눈을 통해 입으로 터져나온다.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라는 글귀를 따라 읽으며 훌쩍거렸다. 무엇이 미안하냐고, 되려 찾아와 줘서 고맙고, 넋두리 들어줘서 고맙다는 현지인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 미안하다. 그러나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줄 순 없었다. 그 돈으로 인해 이웃들이 상처를 받고, 분란의 여지가 되기 쉽상이기 때문이란다. 그저 구호품을 전달 하는 방법밖에 없던 순간들이 저자 최민석을 더 힘들게 했다. 

 

 

포토에세이의 매력은 글로 전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는 사진이 채워 준다는 것이다. 저자의 글을 더욱 이해할 수 있고, 그곳의 실상을 파악하기 좋다. 그리고 그 안타까운 아이들의 눈빛은 글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유별남 작가의 사진은 다큐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가난한 그 곳은 아이러니 하게도 미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지녔다. 어찌 보면 신은 공평하기도 하고 불공평하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졌으나 살기 힘들다. 그들은 차라리 쓰레기 더미에 살더라도 먹고 살고 싶어 한다. 당장 내일이 걱정인 그들. 잠들기 전 내일 눈을 뜰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그들. 살기 위해 하루 8시간씩 물을 길러 나서야 한다. 하루의 8간 이상을 물 얻는데 써 버린 터에 농사일도 못한다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콸 쏟아지는 물이 그들에겐 생계를 흔드는 중심이었다.

 

 

 


그때 그 꼬마친구야. 아직도 나는 고민하고, 아직도 나는 흔들리고 있단다. 어느 시인은 말했어. 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내가 만났던 너희들처럼. 나도 흔들리고 있어. 그러니 우리 조금 더 힘을 내볼까.

우리 조금 더 버텨볼까. 여기엔 말이야. 보이지 않겠지만 아직 흔들리는 너희를 위해 바람을 막아줄 사람들이 아주 많단다.

너희를 위해 비를 막아줄 사람들이 잔뜩 있단 말이야.

그러니 조금 더 힘을 내보자. 꼬마친구야. 그리고 그때, 정말 미안했어.

정말, 정말.......

 

(P. 170)

 


 

연기자 정애리씨는 오래전부터 구호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십 수 년 전부터 어르신 목욕봉사며, 자모원 아이들이며, 해외아동까지 돌보고 있다는데 후원하는 해외아동 수만 206명이라고 한다. 고정적 수입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싶어서 멍해졌다. 가만보자......나는 올 한해 누구를 위해 얼마만큼의 주머니돈을 털어보았는가. 정애리씨만큼 후원할 수는 없다. 나도 내 형편이 있으니까. 하지만 꾸준히 어떤 아이를 위해 후원금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과연 그런사람이 얼마만큼이나 있을라고......싶었는데 이번달에 읽었던 해외구호활동 관련 책들을 종합해 보면 수십만, 아니 수백만일 수 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었다. 자꾸만 자꾸만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 소심한 몇몇의(불규칙적 후원) 후원만으로 ' 괜찮아. 나는 후원했잖아?'라며 자만(?)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머쓱해졌다.

 

 

 

 


 

 

 

수없이 반복되는 저자의 말 ' 미안하다.'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한다. 이 아이들 앞에 서서 펜을 들고 있는 저자와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기보다 먼저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하는 사진작가는 그들 앞에 서 있는 자체가 미안한 것이라고 한다. 존재 자체가 미안한 상황. 더 건강하고, 잘 살고 있고, 맘놓고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이유가 미안한 것이란다. 그들의 눈물을 담아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눈물을 이해하니까, 그래서 그들의 사연을 들어야 하고 그들의 눈물을 담아야 했다.

 

에티오피아는 ' 녹색기근'이란 닉네임이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푸르른 풍경. 그러나 부족한 식량으로 아이들이 죽어간다. 에티오피아의 에이즈 아이들. 그 중 압둘이란 아이의 말이 가슴을 콱! 하고 누른다. 월드비전 사람들이 질문을 해도 말이 없던 그 아이. 뭔가 죄를 지은 듯 땅만 보던 아이가 월드비전 식구들이 떠나려 할때 달려와 저자의 소매끝을 붙잡고 영어로 또렷하게 말했다.

" Pray for me(날 위해 기도해주세요)."

배고프다, 날 좀 데러가달라, 돈을 좀 달라. 물을 달라. 학교에 가고 싶다는 등등의 수많은 말을 뒤로하고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자는 그 아이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희망찬 노래를 부르자고 말하지 못한다. 희망만을 부르짖기엔 현실이 참담하다. 희망이 당장 주린 배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망마저 없다면 살 가치 조차 없을 거다. 그래서 희망없이 살 수는 더더욱 없다.

 

굶주린 자도 희망을 가져야 하고,  배부른 자도 희망과 꿈을 가진다. 희망이란 그 어떤 굴곡을 가지지도 않은 직선이고 그 어떤 그라데이션도 가지지 않은 색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평등이다. 그 양도 그 색도 간섭할 수 없는,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는 제2의 빛인 것 같다.

 - 세상은 너희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은 계속 너희를 모른 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게. 세상은 너희를 잊어도, 나는 너희를 잊지 않을게. (P. 300)

틀렸다. 저자의 말은 틀렸다. 세상은 이제 점차적으로 그들을 인식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이 책을 읽은 그 어떤 이들이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도움의 손길은 점점 커질 것이고, 작은 시작이지만 언젠간 큰 줄기를 이룰 것이다. 나도 약속할게. 너희를 절대 잊지 않아. 희망의 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널 위해 기도할거야........정말 약속할게.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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