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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산티아고 가는 길」은 1992년에 네덜란드에서 간행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8년전에 쓰여진 책이지만, 스페인에 대한 여행서는 거의 접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 책이 옛스럽다거나, 아니면 표현에서 뒤쳐진다고 느낀 부분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엮은이 역시 낡았다는 느낌을 받은 부분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 세스 노터봄은 스페인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리하여 네덜란드 태생이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을 스페인에서 보내었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미 많은 책으로도 엮어 소개되고(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여행프로그램에서도 가끔 접했던 곳이라서,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낯설지는 않았다.

 

 이 책은 이미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어 여행기를 예술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역작이라는 소갯글 덕분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책을 펼쳐본 나는 조금은 놀랐다. 상당히 많은 글밥과 500여페이지의 글에 눌려 속도가 나지 않으면 책읽는 기쁨이 조금은 감량되겠구나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일다보면 저자 노터봄이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감성적이지만, 예술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보이는 것을 알 수있다. 책 중간중간 (흑백이긴 하지만) 실려있는 작품들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노터봄의 지식에 감탄하게도 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교회 : 스페인 갈라시아 지방에 있는 대성당. 예수의 제자였던 산티아고(성 야고보)가 순교한 뒤 하늘에 별빛이 아타나 산티아고의 무덤을 가리켜 주었다고 해서 '별의 들판'이란 뜻으로 '캄푸스 스텔라'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나중에 산티아고의 무덤 위에 대성당을 지었다.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유럽의 3대 순례 성지가 되었다.





 이 책의 종점은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교회이다. 사실 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교회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몰랐다. 종교가 같은 것도 아니였고, 산티아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한것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역자의 배려로 그에 대해 알게 되어 기뻤다.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종교적으로 편이 갈리기도 하지만, 종교를 떠나서 스페인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명소와 숨은 곳곳을 보여주는, 스페인을 잘 묘사해 놓은 책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스페인 여행 백서라는 말이 안 어울리는 이유는 최근에 나오는 여행서적들과 비교하면 잠잘 곳이라던가, 먹거리등을 소개하는 글은 없기 때문이다. 그가 들려주는 스페인의 이야기는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는 그런 모습이다.

 

 

 

 

스페인은 중세 아랍과 유대인, 기독교의 과거에 단단히 붙박여 있으며 스페인으 고집스러운 도시들은 마치 대륙처럼 광활하고 텅 빈 자연 속에 드문드문 박혀 있다. 스페인은 유럽에 매달려 있지만 유럽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녔던 길로만 가서는 스페인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미로처럼 복잡한 스페인의 역사를 거닐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스페인을 돌아다녀도 보고 느끼는 것이 없다.

스페인은 평생을 바쳐서 사랑해야 할 땅이다. 스페인이 주는 경이로움은 끝을 모른다. (page. 10)

 

 

 초반에 그가 설명하는 스페인은 매우 미질서하고 잔인한 도시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말을 뒤따라가면 스페인은 그에게 무척이나 의미있고, 사랑스러운 곳이라는 결론이다. 그의 여정 중 라 만차로 가는길( 돈 키호테의 발치)의 단락(8장)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얼마전 읽은 소설에서 등장한 『돈 키호테』고전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돈 키호테』가 꽤 흥행을 했고, 주인공의 고향이 라 만차로라고 명했기에 그곳의 명성이 더 커진 것이다. 그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서 이 책이 좀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스페인의 다양한 수도원을 들리고, 그곳에서 뻗어나올 수 있는 역사적인 것은 물론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정말이지, 저자 노터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모든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흐름이라는 기분도 든다.

 

.....그곳에는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멤링이그린[성모와 아기]그림이 걸려 있다. 내 평생 그렇게 빨간 그림은 본 적이 없다. 성모는 꺼지지 않는 불길 같은 옷을 입었다. 그런데 성모의 옆쪽과 뒤쪽으로는 스페인에서는 보기 드문 빛깔이 보인다. 그것은 플랑드르의 푸른 들판이다. 녹음이 우거진 풍경과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을 사로잡고 또 스페인이 다시 하느님을 사로잡으려고 했던 그 황금 보물의 불모성이 비교되면서 나도 모르게 잠시 향수에 젖는다. 스페인이 무너진 것은 황금에 눈이 멀어, 자기가 살아야 하는 땅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다.(page. 99)

 

부르고스 대성당안에서 본 [성모와 아기]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서 스페인의 역사와 환경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림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이럴땐 오히려 삽화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할지 몰라도, 삽화가 바로 글옆에 제시되지 않기때문에 혹은 실려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생각에 얹혀 그의 글에 흘러가는 마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서서 내려다본다. 그러나 보는 눈은 내 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눈이다. 그것은 그들의 시선이고, 눈앞의 장관은 목숨을 걸고 걸으면서 믿음을 잃지 ㅇ낳았던 사람들이 온당히 받아야 할 보상이다. (page. 526)

 

스페인에서 그가 서 있는, 그가 바라보고 있는 그곳에서 이야기하는 스페인의 역사 더 나아가 유럽의 역사, 그나라의 미술, 문학, 건축, 정치등 모든 분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 책이 내 머릿속에서 과부하를 일으키긴 하지만,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한 큰줄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기회였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면 스페인의 지도를 펴 놓고, 그의 이야기를 되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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