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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 - 은밀한 개인주의자 ㅣ 현대 예술의 거장
앙투안 드 베크.노엘 에르프 지음, 임세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에릭 로메르_ 은밀한 개인주의자
누벨바그의 조용한 수호자
에릭 로메르의 시작과 끝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는 20세기를 전후한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국내외 거장 아티스트의 평전으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2018년부터 다시 출간되는 본 시리즈의 열세 번째 주인공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입니다. 읽고 수집하고 있는 독자로서 반가운 책입니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여름 이야기], [녹색 광선] 등 그의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사랑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로메르의 삶은 대중과 거리를 둔 채 비밀스러울 만큼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가, 평론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시네아스트, 교육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은밀하고도 모호한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았던 에릭 로메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영화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에릭 로메르의 삶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자본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연출 체계를 마침내 완성한 것이었고 누벨바그를 앞장서 이끌었던 장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이 장애물을 만난 순간, 조금 느리게 전진하던 에릭 로메르는 그 격랑에서 빠져나온 진정한 생존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혁명적인 역사의 동요에 어떤 정치적 결론도 내리지 않았던 관찰자 에릭 로메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작품뿐이었고 다른 어떤 예술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분명한 행복이 영화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사랑했던 로메르를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로메르는 이 일에 푹 빠졌다. 그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는 자료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내가 질문하기 전에 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항상, 그리고 끝까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의 감독으로 있었다.”
--- p.556
“로메르는 영화의 창조성이 작가의 주관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전사’하는 것에 있다 여겼다. 영화는 세계를 더 존중하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했습니다. 한 분야의 거장이 된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자기 만의 세계에 빠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하는 일에 자신감또한 있어야 하고 그 일을 무조건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거장 시리즈를 통해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