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완전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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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푸아로 장편소설이자 애거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너무 유명하고 쉽게 언급되는 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21세기 독자는 스포일러 피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킹스 애벗은 '남 얘기하기'가 보편적인 취미 활동으로 통하는 시골 마을입니다. 특히 소문 전문가 캐롤라인이 작중 적지 않은 역할을 합니다. 애거서가 이를 아껴두었다가 훗날 마플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푸아로는 은퇴해서 호박을 키우는 꿈이 있었습니다. 은퇴한 푸아로가 시골에 와서 지내다 사건을 만난 것입니다. 세 번째 장편소설에서 은퇴라니 너무 이른 것 같지만, 알다시피 이후로도 푸아로 소설은 잔뜩 나옵니다. 이 작품은 1926년 작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가운데서도 초기작입니다. 애거서도 푸아로 소설을 그렇게 많이 쓰게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헤이스팅스가 떠난 시점에서 나온 첫 소설이기도 합니다. 푸아로가 헤이스팅스를 그리워하며 여러 번 언급합니다.

애거서의 1920년대 작품 중 가장 이름난 대표작입니다. 당시 이걸 쓴 애거서가 얼마나 즐거웠을까 싶습니다. 놀라운 결말을 조심조심 이끌어가는 작가 입장에서 즐겨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겐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제 곁을 떠난 적이 없었던 친구였지요. 때때로 어리석은 행동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긴 했지만 내겐 정말 소중한 친구였죠.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은 그 친구의 바보 같은 행동까지 그립다니까요. 그의 순진함, 솔직한 표정, 내 재능으로 그를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해 주면서 얻은 기쁨, 이런 모든 것들이 정말이지 그립습니다."

"우선 모든 일을 논리적으로 보아야 한다."
"딱한 친구 헤이스팅스가 하던 말과 똑같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한 번도 논리적으로 본 적이 없었지."

"이따금 친구 헤이스팅스가 몹시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말씀드렸던, 지금 아르헨티나에 산다는 친구 말입니다. 내가 큰 사건을 맡을 때면 그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지요. 그리고 나를 도와주었지요. 그렇습니다, 그는 종종 나를 도와주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에게는 그러니까, 무심하게 진실과 맞닥뜨리는 재주가 있었거든요. 비에 낭탕튀(물론) 그 친구 자신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한번은 정말이지 바보 같은 얘기를 했는데, 바로 그 바보 같은 얘기 속에 담긴 무엇인가가 내게 진실을 밝혀 준 적도 있답니다! 그리고 또 그 친구는 흥미진진한 사건을 모두 기록해 두는 습관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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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모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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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첫 작품입니다. 미국 미스터리의 거장이자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조상과도 같은 작가입니다. 이 작품도 독자가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형식이 눈에 띕니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제목에 국명이 붙는 9권의 국명 시리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극장 이름이 로마 극장이고 모자가 중요한 단서이기에 제목이 "로마 모자 미스터리"입니다. 왜 로마를 갖다 붙였나 싶지만 국명 시리즈란 게 이런 식이라고 합니다.

리처드 퀸과 엘러리 퀸 부자가 극장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입니다. 퀸 부자는 피해자의 모자가 사라진 것에 주목합니다. 당시 남자 정장에는 실크 모자가 필수였습니다. 정장에는 실크 모자를 반드시 썼으며, 안 쓰면 이상하게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이 전제가 있어야 수색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범인이 모자를 가져가야 했던 이유와 과정을 추론하고 검토하는 철저함은 즐겁습니다. 그런데 퀸 경감의 추리 해설 중 사소한 오류가 보입니다. 엘러리가 그때 이렇게 말했는데….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장면에 그런 대사가 없습니다. 설명을 보고 앞부분을 찾아 읽는 독자에게 혼란을 주는 설명입니다. 엘러리의 대사가 아니라 이전 장의 서술 중에서 관련 근거를 찾을 수 있으니 서술에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모자 외의 단서 처리는 별로입니다. 몬테 필드의 악행과 숨겨진 서류 찾기는 모자 수색 못지 않게 다뤄집니다. 하지만 누구나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로 마무리하고, 범인 찾기로 돌입합니다. 실속없는 이야기로 좀 끄는 감이 있습니다. 동기는 범인을 잡은 뒤에 설명되지만 오늘날 독자에게는 와닿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전에 한 행동도 심리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독자를 방해하기 위해 주변을 위장하는 솜씨가 별로입니다.

서사적인 재미가 없고, 트릭도 별로라서 갈수록 처집니다. 마지막에 퀸 경감 혼자 설명만 늘어놓는 것도 질립니다. 작가와 독자의 승부를 추구하는 포부와 추리소설 형식은 마음에 들었지만, 요즘 읽기엔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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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니스의 비밀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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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의 초기작 중 하나로 배틀 총경이 나오는 첫 작품입니다. 유능한 경찰 캐릭터로 인상을 남기지만 주인공은 아닙니다. 배틀 총경은 이후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테이블 위의 카드", "살인은 쉽다", "0시를 향하여"에도 출연합니다.

작가의 다른 초기작처럼 추리가 가미된 모험소설입니다.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정도의 미스터리가 있고, 단서도 주어집니다. 푸아로나 마플같은 추론이 아니라 젊은 주인공의 행동력으로 전개되는 스타일입니다. 이 소설도 앤터니 케이드라는 주인공이 모험 속으로 뛰어듭니다. 주인공 또한 비밀이 있고, 이상하게 유능하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마지막엔 탐정 역할까지 하며 국제적인 범죄자를 잡고, 언제나처럼 로맨스가 따라옵니다.

제목의 침니스는 저택 이름입니다. 저택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니 고전적인 추리소설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요소가 섞여들어옵니다. 권력자가 남긴 비밀스러운 회고록, 정체불명의 편지 다발, 가상의 왕국과 왕정복고를 둘러싼 갈등, 숨겨진 다이아몬드와 보석 도둑이 얽혀듭니다. 흥미를 일으키지 못하는 소재들이 괜히 많기만 합니다. 회고록 원고와 편지는 앤터니를 모험에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지만 그 경로도 우연성이 짙고 설득력이 없습니다. 중요한 물건인 것처럼 굴지만 독자가 볼 때는 실체 없는 문서에 인물들이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입니다. 편지의 경우 나중에 그 의미가 밝혀지긴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중요시될 이유가 없습니다. 작중인물 입장에서는 그냥 버려도 상관없는 걸 억지로 사건으로 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가 조금 더 튀긴 하지만 애거서의 다른 초기작과 비슷합니다. 긴장감 없이 진행되다 주인공이 행동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요즘 독자 입장에서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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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짜 아이들
조 월튼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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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짜 아이들은 어느 쪽인가, 피렌체와 비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한 선택이 만든 평행우주와 두 인생을 기억하는 패트리샤의 이야기. 다른 역사에는 다른 고난이 있지만, 행복을 찾는 두 인생에 두 번 감동합니다. 요양원에서 이를 돌아보는 늙은 패트리샤 또한 인간과 삶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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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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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결사" 같은 모험소설입니다.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히 비밀조직에 맞서는 모험과 로맨스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에 나온 레이스 대령은 이후 "테이블 위의 카드", "나일 강의 죽음", "빛나는 청산가리"에도 출연합니다.

주인공 앤은 지하철에서 사람이 죽는 걸 목격하고 여기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챕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일에서 멀어지고 싶겠지만, 앤은 전력으로 위험 속으로 뛰어듭니다. 홀로 사건을 조사하고는 우연히 얻은 단서가 남아프리카행 배를 가리킨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망설임 없이 이건 운명이라며 전 재산을 털어 남아프리카로 가는 배에 오릅니다. 앞날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폭풍 같은 행보로 독자를 앞질러버리는 주인공입니다.

배에 탄 앤은 다이아몬드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다이아몬드를 찾기까지 합니다. 사건의 배후에 조직이 있고,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되지만 굴하지 않고 모험과 로맨스를 다 거머쥡니다.

주인공의 거침없는 지르기가 인상적이지만 사건 전개가 우연의 연속입니다. 무모해 보이는 주인공, 남자들의 청혼 공세, 한눈에 반한 로맨스 같은 것도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낭만적인 소설인 것 같습니다. 앤이 배에 오른 뒤의 긴 여정은 지루했습니다. 초반엔 앤이 사건에 뛰어들고 내스비 경과 담판을 짓거나 하지만 이후 여행에서 만난 등장인물 및 정보 서술에서는 크게 개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면을 마음껏 드러내는 소설이나 긴장감이 없어서 그리 재미있게 읽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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