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우주에는 신이 없다>의 저자 데이비드 밀스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71페이지에 언급되어 있어 그리 낯선 인물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무신론자로서 과학과 종교에 대한 논쟁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종교 역사의 허구성과 날조를 역설했던 인물인데, 이 책은 무신론자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하다. 도킨스처럼 어렵게 말하지 않았으며 다혈질적인 공격성은 보이지 않는다. 밀스, 이 양반 성격이 이지한 것인지 아니면 집필 하는 동안 자신의 다혈성이나 전투성을 많이 누그러뜨리고 글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조근조근 차분하게 왜 성서를 기반으로 하는 지적설계나 창조론이 허구인지를 유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신>을 먼저 읽기 전에 <우주에는 신이 없다>를 읽기를 권한다. 일단 진화와 지질학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쉽게 되어 있어 과학 초보자도 접근이 용이하다.
만약 하느님이 세상을 한날 한시에 지구의 만물을 창조했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인종에서 출발했을 것이며 같은 신을 섬겼을 것이다. 사실 인종 자체가 진화의 대표적인 산물이다.하지만 지구는 둥그렇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동식물은 진화했으며 자연의 재해가 무서워 원시 신앙을 섬기면서 각각의 신화를 가지게 되었다. 기독교가 현재 대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중세유럽 그러니깐 절대 종교시절에 쏟아져 나온 글 이외의 그림과 음악 컨텐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날 기독교인들은 거의 매주 교회서 기독교인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며 '신의 가호'를 기원하고 잔잔한 찬송가과 부드러운 설교를 듣고, '하느님의 평화'를 가슴 가득 안은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현재의 기독교 교회가 비교적 교양 있는 태도로 처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종교가 언제나 선한 것을 지향하며 온화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듯한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녀를 근절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냥은 제쳐놓더라도 기독교 교회는 역사적으로 과학의 발달을 방해하기 위해 엄청난 투쟁을 벌여왔으며, 오늘 날에도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들을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을 개량해 사용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사형을 받을 뻔 했습니다. 더 나아가, 교회는 성령이 깃든 신전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수세기 동안 인체 해부를 금지 했습니다. 그로 인해 거의 천년 동안 의학 연구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역사학자들이 암흑시대라고 부르는 그 시기에 기독교가 가장 오랫동안 승승장구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닙니다. - 중략-
과학에 대한 종교의 박해와 억압이 없었다면 인류는 A.D 650년에 이미 달에 착륙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암은 A.D.800년에 이미 영원히 박멸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오늘 날의 심장질환 같은 질병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그리스와 이집트 사람들이 이루어 낸 과학적 성과들을 깊은 동면에 빠뜨렸습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새로운 과학적 진보에 맞서 악의에 찬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일단 새로운 과학적 성과들을 비난한 후 원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면 쉽게 태도를 바뀌 새로운 발견들을 하느님이 인류에게 준 선물로 받아들입니다. 가톨릭 성자들은 인쇄 기계의 발명조차 반대했습니다. 대량 생산된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못 해석하거나 비판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p61~63)
기독교는 모든 과학적 성과를 무시했으며 지금도 모든 과학적 기술, 예를 들어 유전 공학과 싸우고 있다. 만약에 기독교가 유럽에서 권력을 잡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는 어떤 미래를 살고 있을까.
어쩜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빨리 접했을 지도 모르며 미치오 카쿠가 말하는 물리적인 이론들이 실현되었을지도 모른다. 투명망토, 순간 이동과 같은. 공상과학같은 이야기라고 비웃지 말라. 도킨스가 <무지개를 풀며>에서 지적했듯이, 19세기 아니 20세기 초반 사람들이 지금 현재 시대를 둘러본다면, 그 시대 사람들이 마술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에 입을 다물지 못할 테니깐. 핸드폰(아니 더 나아가 스마트폰이라고 해야하나), 노트북, 아이패드같은 기술적 성과들에 그들은 분명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생활의 편리성에 너무 빠져 있어 일세기도 안되는 과거의 테크놀로지를 망각할 때가 있다. 그들은 자동차가 없어 말을 이용하거나 걸어다녔으며 전화가 없어 우편을 이용했으며 복사기가 없어 일일히 사람이 필사해야했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미치오 가쿠가 말하는 세계는 데이빗 밀스가 꿈꾸는 무신의 세계에서는 더 일찍 왔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