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이의 유랑투쟁기 - 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박성수 지음 / 한티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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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둥글이의 유랑 투쟁기_ 박성수

 

유랑이라는 단어로 책을 선택했다. 나는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여행을 원했던 적이 많아 늘 유랑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소개된 책이었다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고, 저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선택한 것은 오로지 유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세계 일주를 했던 블로거들의 여행 기록쯤으로 알고 선택한 책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웠다.

 

 

2006년 8월 31일을 시작으로 그는 이 책이 출판된 2014년 동안 계속 전국을 돌며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환경 운동가이다. 책에서는 종료 시점이 2017년 까지 였는데 그의 이런 저런 법적 투쟁으로 17년까지는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오랜 기간 동안 그는 온 나라를 누비며 떠돌아 다녔다. 비가와도 눈이 와도 더운 여름날에도 그는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고 그를 거부하지 않는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밥을 해 먹으며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었다. 그가 배낭을 꾸려 전국을 떠 돌때 많은 이들은 왜 꼭 유랑을 통해서 환경 운동을 해야 하는지 물었었다. 환경 단체를 꾸려 아이들을 찾아도 되는 일이고 인터넷 발달로 훨씬 많은 매체를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돌아다니는 일은 고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이 나에게 가하는 미묘한 강제를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유랑의 형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유랑을 하면서 그간 붕어빵 같은 삶에서 나를 경주마로 만들어왔던 우열감과 불안, 상실감과 공허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만큼 움츠려 있던 내 존재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P8

 

 

정착이 주는 안락함을 벗어버리고 척박한 현실인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공원에서 혹은 조금 넓은 공터에서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 하나로 잠을 자고 240여 개의 지자체를 돌며 초등학생들에게 기후변화방지 캠페인을 하고 있는 그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일을 한다고 누가 그에게 잘했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환경 관련 프린트는 모두 그의 사비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 놓은 환경 프린터는 정말 쉽게 그림도 그려져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지구 기후 변호로 인한 것들이기 때문에 지구를 보호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그려져 있다. 이것은 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이것을 받아든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간혹 그의 이런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욕을 먹거나 저지당했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터에 쳐진 그의 텐트로 날아든 돌덩이로 위험에 처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은 위험을 인지하고 그곳을 떠났겠지만 그는 돌덩이를 던진 사람을 찾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그의 팸플릿 솜씨로 100퍼센트 검거율을 자랑한다. 그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 아이들을 찾아 "돌을 던지겠다면 숨지 말고 정면으로 던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너희가 하는 행동들에는 늘 책임이 따르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줬다.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 친 텐트를 보며 학교 수위 아저씨가 찾아와 정중하게 나가 달라는 말에 그는 기분 좋게 예의 바른 모습으로 쫓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절대 기분 나빠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거절은 그저 감사하며 받아 들인가.

 

 

외롭고 고달픈 유랑 생활을 하며 친구도 못 만나고 가족과도 함께 있지 못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를 불안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가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진짜 진심은 무엇일까?

 

"내가 이리 돌아다니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낮은 자로 살아가며, 기본적인 생리 작용(의식주)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이제껏 잘못 살아 온 나 자신을 허물어뜨리고, 내 온전한 인간적 원형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 속에 어우러져서가 아니라, 한 발 떨어져서 봄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P284

 

 

길을 떠돌며 많은 이들에게 수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줘요? 하지만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의 유랑이 끝이 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를 맞아줄 집이 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의 마음이 모두 전달되어 그의 고단한 유랑이 끝이 나길 원한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끝이 나는 것 같지 않다. 그가 만들어 놓은 카페에 가보니 그는 환경문제에서 이제는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더 많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전 이재용 재판 결과에 분괴하여 법원을 찾아가 개사료를 뿌리고 왔다. 물론 그의 개사료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일로 그는 재판도 받아야 했고 교도소에 갔다 온 일도 있었다. 몇 년을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일을 한 그가 아니었던가, 단지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 어떤 자신의 사리사욕 없이 오로지 세상을 향한 순수한 그의 전달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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