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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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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이렇게 많이 풀리기 전에는 바쁜 아침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었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 한결 같이 스마트폰으로 기사 검색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 혹은 카톡을 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집을 나갈 때면 항상 가방에는 책 한권을 넣어 갔었다. 오며 가며 한권을 다 읽거나 절반 정도 빠른 속독으로 읽을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나 또한 스마트폰 삼매경으로 책 한권을 가지고 나가서 몇 페이지 못 읽고 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라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책을 읽으며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있다.

 

 

 

[책인시공]의 책속에는 저자가 프랑스에서 십여 년을 살면서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에 대한 감상을 적어 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어디에서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책을 흥미롭게 읽고 느끼는지 사소하게 풀어 놓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부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느껴지는 대목들이 참 많다.

 

 

우리는 어디서 책을 읽을까? 책을 읽을 장소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세삼 그것이 궁금한 내용일까.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기차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벤치에서, 카페에서, 공원에서, 잠들 기전 침대에서, 거실에서, 서재에서, 혹은 잠시 쉬었다 가는 골목길 어귀에서도 느낌이 좋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런 나열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참, 시시콜콜한 노신사의 참견 같은 느낌이 들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책 읽는 시간보다 5배 많다는 통계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전체 연령을 놓고 보니까 고령화 사회가 되는 시점에서 연세 드신 분들이 책을 읽는 것보다 재미난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훨씬 많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은 텔레비전을 켜지 않고 살아가는 집도 많고, 대학교 갈 때까지 절대로 텔레비전을 사지 않겠다며 있던 텔레비전까지 파는 지인도 봤다. 그만큼 영상이 주는 이미지의 시간은 무모한 시간을 많이 주기도 한다.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 책은 그런 급박한 시간단위를 넘어서 현재를 기점으로 하여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긴 사고의 발걸음을 천천히 내딛게 한다.”P34

 

 

"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책을 찾아 읽었다. 많은 사람이 책 속에서 길을 물었고 책 속에서 길을 잃었고 책 속에서 길을 찾았다. 책의 신뢰성은 오늘날에도 책이 다른 매체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P 35

 

 

 

우리가 꼭 책을 통해 어떤 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에세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할 것이고,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며 지금의 삶의 모습을 다독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계발서를 통해 더욱더 단단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장석주의 [마흔의 서재]를 통해 마흔이 주는 나이가 책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이 책 또한 마흔은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여유 있는 중년과 풍요로운 노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40대의 독서를 위해 앞으로 닥칠 그 나이가 많이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50대는 어떤 나이일까. 50대가 되면 사회적 성공, 명예, 재산, 지위 등을 놓고 벌인 인생의 한판 게임에서 자기 자리가 거의 결정되고 자신의 성공 측정 점수가 거의 다 나오게 된다. 501대는 이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내면적 성숙을 이룩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P84)

 

 

 

물론 저자의 생각으로 정리된 부분이지만, 공감되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너무 많아서 앞으로 닥칠 나의 미래를 위해 나는 어떤 독서를 통해 나를 발전시켜야 할지 내심 걱정과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말았다.

 

장서가와 독서가의 차이에 대한 부분은 스스로 반성되는 페이지였다. 나는 독서가보다 장서가였을지 모른다. 장서가는 책으로 집과 자기 자신을 장식하고, 독서가는 책을 읽어 내면과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는데, 나는 책을 읽기보다 책을 서재에 진열해 놓고 흐뭇해한 생각에 부지런히 읽을 책 목록을 만들어 놓았다.

 

 

저자의 공동 도서관이 더 많아져 많은 이들이 책을 아무 곳에서나 읽을 수 있고, 더 많은 의식의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에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는 버릇 때문에 책을 빌려 읽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책을 소장하겠다는 욕심보다 좀더 편하게 읽고 싶어서 책을 많이 샀고, 많이 진열했다. 그렇지만 간혹 책을 빌려 읽고 싶다는 욕구도 생기는데 주변에 책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이 가깝지 않아 일부러 찾아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늘 그렇듯 책을 사고, 진열하게 되었다. 이런 나보다 어쩌면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 아이들,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책을 쉽게 읽고 빌릴 수 있는 공동 도서관이 더 많이 지어졌으면 좋겠다.

 

 

 

“ 나는 책 읽는 사람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을 상상해본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옆이나 앞에 앉은 사람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슬쩍 그 책의 제목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해본다. 그 순간 책 읽는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거는 풍경이 되고 풍경화와 초상화 사이의 거리가 없어진다.” P292

 

 

 

우리가 책을 읽는 모습이 모두 풍경화가 되어 담아 지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 본다. 어디서든 스마트폰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것처럼 멋진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상상만으로 흐뭇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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