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를 찾았나요?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프랑스 생 장 피드포르에서 시작되는 야보고 길이라고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의길. 총 800키로에 달하는 그 길은 아름다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이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야 순례가 끝이 난다.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걸었고 걸으려고 준비를 한다.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도 프랑스 생장 피드포르에서 시작되는 800키로의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일을 했고 결국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죽음의 길에 도달하고 나니 그의 남은 인생이 무의미 해졌다. 뭘 해도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 그가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책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온 여행자의 책이었고 그의 부름을 받아 그는 그와 똑같이 순례길에 올랐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른 사람들의 책을 4권정도 읽었다. 책 한권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를 순례길을 걸으면서 극복하고 싶어 했고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힘든 과정의 길에 자신을 놓고 극복을 하고 싶어 했다. 때로는 이 지독히도 힘든 길을 걷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후회도 하고 그런 마음을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이 책의 그들과 다르다.

 

 

 

보통은 순례길을 걸으며 순례자 숙소라고 하는 알베르게와 레퓨지오에서 잠을 자는 것이 보통인데 저자는 몇 번 레퓨지오에 머물고는 그 지독한 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11키로나 되는 배낭을 메고 하루 30키로 이상을 걷고 온 휴식처가 50여명이 땀 냄새가 가득한 곳은 그에게 지옥과 같았다. 발바닥에 잡힌 물집 때문에 그가 그토록 세상에서 제일 좋은 캐나다 산 등산화를 신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고 피레네 산맥을 걸을지라도 냄새나고 사람 많아, 잠들수도 없는 그곳을 피하고만 싶었다. 그는 그의 순례길에 타협을 했고, 42일의 순례길의 대부분을 호텔이나 급이 낮은 여관에서 머물렀다. 하루 동안 정해진 일정량의 거기를 걷고 순례자 숙소에 머물며 순례자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산티아고 순례길이지만, 그는 여관이나 호텔에서 머물렀고, 지옥 같다는 순례자 식사를 하지 않을 때도 많았고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 다음날 순례길에 오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그의 순례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 그는 순례자 숙박소에서 끈끈한 인간적인 만남을 기대했지만 호텔과 여관에서 머물러 그런 유대관계를 갖지 못했다. 혼자 걷는 것이 싫지 않았지만 그는 외로워졌다. 하루 30여키로씩 걸어야 하는 길에 오로지 혼자가 되는 것이 싫어졌고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졌었다.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독일을 여행하는 동안 나도 혼자였었다. 하루 종일 누군가와 말 할 수 있었던 기회는 식당에서 “얼마예요?”가 다였던 적도 있었다. 요즘은 구글맵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 보는 일도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지 않으니 오로지 혼자 길을 걷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숙소에 가서 잠을 자면 정말로 하루 종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10키로가 넘는 기차역까지 걷는 것은 힘들지 않았는데, 그 누군가와 이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얘기 할 사람이 없는 어느 한 순간이 너무 외로웠다. 그 외로움을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눈물로 쏟아져 내렸다.

 

 

“어느 때부터인가 누구나 길에서 울기 시작합니다. 길이 사람을 그 어느 때에 이르게 하죠. 그러면 그냥 거기 서서 울부짖게 돼요. 당신도 보게 될 거에요!” 97쪽

 

 

그런 그의 애잔함을 알 것 같아 그의 외로운 순례길이 많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 길은 결국 혼자 걸어야 했고, 그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스스로의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이 길이 여자에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앤을 보면서 느꼈다. 어떻게든 잠자리 한번 가져 보기 위해 치근대는 남자들에게 지친 그녀는 저자 한스에게도 차갑게 대했다. 그가 너에게 전혀 사심 없는 게이라고 얘기를 하자 마음을 놓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여자 혼자 쉽지 않은 길이다.

 

 

그는 길에서 이렇게 남자들에게 진절머리가 나는 앤을 만나기도 하고 유방암에 걸려 순례길을 걷다가 쓰러져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부터 그의 순례길도 많은 의미들을 담기 시작했다. 사실 그 부분부터 미소를 띠며 그의 순례길을 응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그 길이 순조롭게 끝이 나길.

 

 

그는 길을 걸으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집중했고, 그 물음의 답을 얻길 원했다. 그런 물음을 가지며 매년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순계길에 오르지만 오로지 15퍼센트만이 모든 순례를 마친 산티아고 스탬프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그 15퍼센트에 들었고 순례길을 완주 했다. 그가 길을 걸으며 물었던 ‘나는 누구인가’에 답을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례길을 통해 매일 행군하듯 걸었던 길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순간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그의 42일은 소중할지 모르겠다.

 

 

그의 이 얘기가 책과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재미있게 보았다. 그의 책이나 영화가 좋았던 부분은 그의 불평과 투덜거림이 너무나 현실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곳에 가보지 않고 가졌던 환상에 대해 알베르게나 레퓨지오로대한 정보는 현실감을 갖게 되었다. 환상에 이끌려 마주하게 된 그 현실을 떠나기 전에 미리 예견 할 수 있었다고 할까. 그의 투정이 불편했지만 이후 그의 그 불편함에 어쩌면 순례길에 오를 나의 모습을 미리 가져다 놓은 것 같아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그 지독히 외로웠던, 처음은 무조건 혼자 떠나야 한다는 그 원칙을 가지며 그가 홀로 걸었던 그 길이 부러워졌다. 11키로나 되는 배낭을 가볍게 만들어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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