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 씨가 방에 들어섰을 때 처음 본 것은 오기였다. 그는 한창매트리스를 찢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난폭한 소년으로서의 변태과정을 겪고 있던 중이었다. - P31

나는 그것이 위험한 말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오기와 내 조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누구 하나 상황을 진정시키거나 멈춰 세우는 법이없었다. 우리는 달릴 줄만 아는 수레바퀴였고, 그 질주는 꼭 바퀴가 망가지거나 수레가 똥더미에 처박혀야 끝이 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태져 똥더미를 향해가는 그런 사이. 하지만 마음만은 기가막히게 잘 맞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기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범인을 내 손으로 잡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상황을 바라만 봐야 하는 건 엿 같았다.
- P98

잔잔한 바다를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파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 - P100

평소 내가 차에 태우는 사람들은, 좀 더 경계심이 없고 막돼먹은얼간이들이었다. 이를테면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는 분별없는 어린 애들이나, 잘못을 저지르고 달아나는 도망자들, 편도체와 전전두엽이 망가져서 겁을 상실한 미친 놈들, 즉흥적으로 길을 나선 술꾼들 말이다. 마을 밖으로 나갈 생각이면서 버스 한 대 없는 밤에손을 들어 지나가는 차를 세우는 자들이야 뻔한 법이니까. 조금 웃긴 것은 정작 내가 차를 세우면 그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훑어본다는 사실이었다. 차를 세우래서 세웠더니 이놈이 대체 왜 이러지? 뭘 잘못 처먹은 놈인가 하고 도리어 나를 의심하는 식이었다. 그런 자들의 허들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목적지가 어디요? 거기까지 가는 건 곤란한데.‘
‘밤이 너무 늦었는데 마을로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겠소?" 장모님 댁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중이라서 그건 좀…‘
하고 몸을 사리면 그들은 도리어 안심하며 내가 지녔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시한 채 덥석 내 손을 잡았다. 그러면 나는 그들을 차에 태웠고, 그들에게 약이든 음료를 권했다.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은 오기가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낙천성과 유순함을 잃었다. 언젠가부터, 모텔 방과 집기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러면그의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망가진 방과 집기들을 수리해냈다. 그때 오기의 마음은 더 부서져나갔던 것 같다. 오기는 닥치는 대로 부수고 파괴했다.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가 걷잡을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건 좀 이상한 말이다. 멀쩡한 얼굴로 잠을자고 식사를 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어야지만 잘 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기와 그의 어머니를 놓고 볼 때,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나를 놓고 볼 때 가장 잘 살고 있었던 건 어쩌면 오기였는지도 모른다.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르반도니 가에 머무는 동안 콩도르세는 그의 대표작인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를 저술했다. 
이것은 그의정신과 의지의 놀라운 성과물이었다. 절망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서 아무런 참고 서적도 없이 자신의 경이로운 기억력에만 의지하여 인류의 지성사와 사회사를 구성해 낸 것이다.  - P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역사가에게도 때때로 발생하는 재앙에 가까운 전염병 창궐은
일상을 급작스럽게, 예측불허로 침범하는 것이었으며
본질적으로 역사적인 설명이 가능한 범주의 바깥에 있다.

윌리엄 맥닐,
시카고대학 역사학과 교수이자 《전염병의 세계사》 저자 - P5

"역사상 전례 없는 인류의 자연 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공장식 축산과 인구 밀집, 지구 온난화,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 이를 반성하 고 고치는 것이 생태백신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지금까지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행동백신이다. 생태백신과 행동백신 없이는 어떤 방역체계와 화학백신도 바이러스 팬데믹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최재천 - P8

"현 사태는 주객이 전도된 경제체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 무한 이윤 추구와 성장이라는 수단이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목표, 즉 공공 · 복지 · 생명을 앞질러서는안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것이 두 가지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분류되면서도 국민의료보험이 없는 비효율적 의료복지시스템의 미국, 보수 정권과 극우파 등장에 따른 복지 축소와 재정 긴축으로 의료서비스가 부실화된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19 재앙이 그러한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ㅡ장하준
- P8

새삼 깨닫는다. 지식과 정보는 나날이 새롭지만 지혜는 변함이 없다. 몰라서 못 한 것이 아니라 아는데 안 한 것이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불청객 탓에 인류가 신음한다? 아니다
이런 사태가 오리란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막지않았다. 오히려 재촉했고, 그래서 더 아프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 왜일까? 어리석은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이, 인간과 인간이서로 도우며 공존하는 것을 싫어하는 자들, 혼자서만, 자기들끼리만 더 많은 것을 탐하는자들, 지구의 아픔, 타인의 고통위에 권력과 부의 철옹성을 쌓은 자들, 한 줌도 안 되는 어리석은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제대로 살겠다고 다짐하자, 다짐한 사람끼리 손잡자, 어깨 걸고 뚜벅뚜벅 걸어가자, 평화, 민주, 복지, 생태, 공감의 절대 가치를 내걸고 인류적실천에 나서자, 어리석은 이들이 더 이상 모두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맞서 싸우자. 우리는 코로나 사피엔스다
ㅡ정관용 - P11

화학백신보다 더 좋은 백신이 있습니다.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로 행동백신의 일종입니다.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바이러스는 아무힘이 없거든요. 그리고 숲속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 못하게하는 게 생태백신입니다. 우리가 행동만 확실하게 하면 옮아가지 않습니다. 그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죠.

바이러스가 번번이 나타날 때마다 백신 개발한다고 1년이나 3년을 허덕이다가 대충 넘어가게 되거든요. 바이러스의 창궐 시기가 점점 짧아져 3~5년마다 한 번씩 인류를 덮친다면우리는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려면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어야 하는데, 수십만 명이 죽어나가고 세계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무렵이면바이러스는 저절로 한풀 꺾이기 마련입니다. 사스와 메르스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요.
- P33

실제로 1, 2, 3차 산업혁명 때마다 우려했던 부분이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예측이었는데요. 역사적으로 일자리는 계속늘었고 소위 질 좋은 일자리 또한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 정확한 사실입니다. 동시에 노동 시간도 줄었습니다. 주 5일 근무에서 앞으로는 재택근무에 주 3~4일 근무가 표준이 될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준비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겁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애써 만들지 않으면 없어지기만 할 뿐 저절로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 아주중요한 시기입니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썩 꺼져, 이 불한당 같은 놈, 내가 네놈이랑 어울릴 줄 알고,바보 녀석!‘ 그의 혀끝에서 이런 소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지만 정작 혀끝에서 튀어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어서, 그는 어마어마하게 놀랐다.
"그래, 아버지는 주무시나,아니면 깨어나셨나?" - P5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