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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70대의 정연아 여사.
남편은 대기업에 다녔고, 자식은 넷을 두었다. 빠르게 승진하는 남편 덕에 일하지 않고 네 아이 모두 키웠다.
첫째 '서희'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 이었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화 공부를 한다며 미국 유학을 갔다. 지금은 원룸에 처박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둘째 '서현'은 공부는 못 했지만 패션을 좋아했고 지금은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셋째 '서준'이도 공부를 잘해서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방대 교수가 됐다. 넷째 늦둥이 '하이'는 어떤 사교육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게 두었다. 장학금을 받고 카이스트에 들어갔으나 자퇴하고 사업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실패하고 세 번째 사업 말이다.
10년 전 남편을 떠나보냈고, 변두리 신도시에 49평형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다. 자식들은 모두 독립했고 자식들 중 "아무도 생활비를 주지 않고 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했지만 이젠 자식에게 "생활비"를 달라고 말해야 하는 노인이 된 것이다.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승진도 잘했다. 남편의 퇴직금으로 작은 상가도 샀으며, 죽어서도 아내가 지낼 집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또 매달 자신의 용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아내 이름으로 사두었고, 비트코인도 5개나 사두었다.
남편은 마지막까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경제적 발판을 마련해뒀다. 자식들에게도 예약 메일을 보내서 아내를 챙기게 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자식들은 생활비를 달라던 엄마에게 '엄마 때문에'라고 원망하다가 <엄마 전공 프로젝트>를 하며 '엄마 덕분에'로 바뀌었다.
이쯤 되면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아빠'의 존재도 대단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자신의 이름이 아닌 'OO의 엄마' 혹은 '지역 이름'으로 불리며 살았고, 그저 자식들이 전부라고 생각한 엄마 자신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결국 자식들의 도움으로 늦게나마 자신을 전공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속의 음악이 계속해서 흐를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은 '나'와 '엄마', '전업주부'의 현실과 미래가 담긴 책이다. 하지만 당장 잘 곳이 없거나 먹고살게 없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빈곤'한 처지는 아니다. 그저 남편이 없는 중산층 노인과 꽤 괜찮은 자식들. 그리고 49평 아파트는 포기 하고 싶지 않은 70대 노인의 '자아찾기' 이야기 랄까?
나는 엄마에게 어떤 자식 이었을까?
'서희' 였다가 '서현'이 였다가 '서준'이었을까? 아니다. 자식들 중 '전업주부'가 된 자식은 없으니 다 아니다.
나는 주부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나는 내 이름이 없어져 버렸다.
내 아이는 아직 어리다.
나의 헌신은 얼마나 남아있을까?
하지만 아직 '40'도 되지 않았다. 나도 아무도 생활비를 주지 않는 노인이 되기 전에, 누군가에게 생활비를 기대하기 전에, 나를 전공해야 겠다.
덧,
오랜만에 읽는 소설책이라 그런지, 이 책이 흡입력이 있는지, 아님 둘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재밌다. 책을 펼치고 한번에 끝까지 읽었다. 정말 재밌다고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