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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소외와 고독의 처절한 절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자본주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노동을 하면서 이 말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 묵직한 문장을 말한 필경사 바틀비는 <모비 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허먼 멜빌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하먼 멜빌의 소설은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의 부조리를 잘 꼬집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책의 타이틀롤인 '필경사 바틀비'는 물론, '빈자의 푸딩, 부자의 빵 부스러기' '행복한 실패'는 단편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 필경사 바틀비
필경사는 법률사무소에서 법률 문서를 필사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고용주이자 화자인 베테랑 변호사는 월스트리트 건물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그는 3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필경사를 한 명 더 채용한다. 그가 바로 바틀비다 비틀비는 사무실 구석에 배치되었고, 처음엔 묵묵히 일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모든 것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바틀비는 이 문장을 말하며 모든 것을 거부한다.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나도 마음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며 노동을 하면서 이 문장을 입 밖으로 꺼냈다는 것이 바틀비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 단편소설은 고독과 소외를 잘 나타내고 있다. 화자인 변호사는 자신을 자랑하려 유명인과 자신을 슬쩍 끼워 넣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터키(칠면조), 니퍼스(집게발), 진저 너트(생강과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바틀비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지다가 돈을 주며 좋게 떠나라는 것도 자신의 지위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바틀비는 자신의 신념을 선택했다. 바틀비는 사실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에서 일하다 갑자기 해고되었다. 죽은 편지들을 태우다가 말이다. 편지는 아마 산업화된 자본주의 시대의 '동정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죽어버린 동정과 연민을 태우다가 해고당한 바틀비의 선택은 바로 하지 않는 것!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바틀비를 생각해 보며 나는 지금 어느 편에서 바틀비를 바라봤는가를 생각했다. 나 또한 바틀비와 다르지 않는데 말이다.
✨️ 빈자의 푸딩, 부자의 빵 부스러기
빈자가 아닌 시인은 눈을 빈자의 거름, 빈자의 안약이라며 빈자를 말한다. 그리고 부자가 아닌 하급 공무원은 영국의 자선행사에 초대한다. 그리고 전날 황제나 국왕, 공작이 먹고 남은 음식들을 걸인들이 먹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스레 훌륭한 자선행사라고 말한다.
빈자가 아닌 자가 말하는 빈자의 음식. 부자가 아닌 자가 말하는 부자의 빵 부스러기. 나는 이 부분을 보며 가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탁상공론
으로 끝나는 정책들만 쏟아내는 정치인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나도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 누군가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봤다. 나는 가난한 콜터씨의 부인이었고, 빵 부스러기를 당연하게 누군가에게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하급 공무원이기도 했다. 이제 어떤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사람이 될 것인가?
✨️ 행복한 실패
거의 10년간 발명해 온 유압 기계가 실패라는 걸 알았을 때 삼촌은 행복한 실패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결과로 말하는 사회다.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과정에서의 노력은 폄하되기 쉽다. 하지만 소설 속 삼촌의 '행복한 실패'라고 말한다.
🔖남들은 잘 모르지, 그 세월이 어땠는지. 아무튼 이제 다 끝났어. 지나 간 일이야. 얘야, 내 노력이 실패로 끝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 이 드는구나. 내 말은, 내가 실패하는 바람에 착한 늙은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처음엔 끔찍했지만 이젠 기쁘다, 실패한 것이. 하느님 감사합니다, 실패를 주셔서! 191p.
난 이 '행복한 실패'가 어쩐지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실패를 받아들이기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포장하는 단어로 보였다. 유압기 발명으로 부와 명예를 누리려고 한 삼촌은 아마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
허먼 멜빌이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단편소설을 쓴 지 17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도 그 이야기가 유효하다. 아직도 부조리는 계속되고 있고 사람들은 아직도 바틀비가 될지, 빈자가 아니면서 빈자를 말하는 사람이 될지, 부자가 아니면서 부자의 빵 부스러기를 말하는 사람이 될지, 실패를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될지 여기저기를 서성이기 바쁘다. 오늘의 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묵직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고전!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필경사 바틀비>
🔖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27p.
🔖절망 속에 죽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 아무런 희망도 품지 못한 채 죽은 사람에게 희 망을 가지라고 격려하는 편지, 피할 수 없는 재난 속에서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죽은 사람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편지. 생명을 구하라는 임무를 떤 심부름꾼이었던 이 편지들, 이 편지들이 빠르게 죽음으로 치달았으니. 아, 바틀비! 아, 인간이여! 87p.
< 행복한 실패>
🔖 살아 있다면 이후로는 절망뿐이지 189P.
🔖 이 늙은 삼촌의 충고를 새겨듣거라. 절대로 그 어떤 것도 발명하려 들지 말거라 - 행복 말고는 그 어떤 것도. 190p.
✨️ 추천✨️
✔️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 소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 분량 부담 없이 고전 문학을 읽고 싶은 사람
✔️ 허먼 멜빌의 또 다른 명작을 만나고 싶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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