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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폭발
이유소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입구이자 출구인 '구멍' 속 세계로의 도피
"그날, 내 세계에 구멍이 생겼다.
아주, 아주, 아주 시커먼 구멍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이유소는 어느 날 구멍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
저자 이유소는 2021년 계간 미스터리 <졸린 여자의 쇼크>로 등단 한 환상문학 작가이다. 환상문학 작가라는 타이틀 처럼, '호흡과 폭발'이라는 책 제목처럼 환상이 폭발하는 모습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 또한 이유소다.
<목차>
프롤로그와 1~3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과 해설. 깔끔한 구성이다. 하지만 프롤로그 부터 환상의 계가 펼쳐진다. 책을 읽다가 절대 잠들어서는 안된다는 당부와 함께 말이다.
<줄거리 및 감상>
뇌혈관 질환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유소는 그리 친하지 않던 동창 고유상의 연락을 받고 그의 집에 찾아가서 '구멍'을 발견한다. 고유상은 집안의 모든 물건을 구멍안으로 던져버린 후 였고, 구멍을 가져가라고 한다. "저 세계에서 진짜 내 존재가 뭔지 확인해 보고 싶어. 너도 꼭 자신을 되찾길 바라."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말이다. 그리고 구멍안으로 사라진다.
돌아오는 길 '그것은 입구이자 출구이다' 문자를 받고, 소유도 구멍안으로 뛰어든다. 구멍안의 세계는 자신이 살던 세계와 똑같은 현실이었지만 곧 기이한 상황에 휩싸인다.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대판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구멍속 세계는 소유가 사는 세상과 같은 모습이지만 환상속에서나 일어날 일이 벌어진다. 가령, 살인현장에 시체주변에 그려놓은 하얀 선 인간을 만나고, 꿈속 세상인 '천장의 세계'에서 잠든 자신을 찾아 수십년을 헤메고,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신랄한 평가를 몇날 며칠을 받는다던지, 뒤로 걷는 소년을 만나는 등 여러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미처 생각할 틈이 없이 몰아친다. 마치 빠른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말도 안되는 장애물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느낌이라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구멍속 세계는 '도피처'다. 유소와 고유상 모두 남들이 보기엔 현실 부적응자로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죽음' 대신 선택한 것이 바로 '구멍'이었다. 그리고 '도망친 곳엔 낙원이 없다'는 말처럼 그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물론, 주인공 유소는 수혜와 릴 과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을 통해 수십년을 헤멘 끝에 구멍을 찾는다. 그리고 현실세계로 나온다.
구멍속 세계는 유소의 내면세계와 결합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흰 선 사람과 수혜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흰 선 사람은 먼저 간 동창의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남아 있어서. 그리고 친구인 수혜와의 관계는 조금 독특하다.
"늘 그렇듯 우린 만날 때마다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 무관심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과 침묵을 인정해 주는 사이였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이 남다른 우정을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59p."
수혜와의 관계는 서로의 가정사나 서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구멍 속 수혜는 구멍을 다시 찾아 나가려는 유소에게 그냥 여기 있으라는 말을 한다.
"진짜 현실이 정상 범주에 속했다면 네가 뛰어 들었을까? 넌 현실이 불편해서 구멍에 들어온 거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야. 그 불안은 어디서 똑같다고. 네가 변하지 않는 한"
나는 이 수혜의 말이, 유소 자신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만나도 각자 생각에 빠져 있는 친구. 기이한 구멍속 세상에 남으라는 친구. 아마 구멍 속 수혜는 유소의 또 다른 내면의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유소의 현실세계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알바를 하는 소외된 삶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있어야 할 세계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내가 서 있다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하고 텅 비어 버린 허구의 세계에서 군림 하던 내가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끝내는 운다. 울고 만다. 161~162p."
유소는 그럼에도 고민한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뒤로 가는 소년을 만난 후 구멍을 찾기위해 전세계로 떠난다. 그리고 수년을 헤멘 끝에 구멍을 발견하고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그리고 깨닫는다. 구멍은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것을.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누구나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지만 도망칠 도피처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도피처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다시 힘을 내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구멍'을 보게 된다면, 과연 주저없이 뛰어들 수 있을까?
당신만의 '구멍'이 있나요?
너무 오래 구멍 속에 있지 말아요. 우리
밑줄
🔖"뭔가 착각하네. 넌 지금 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꿈과 현실 세계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거야. 어느 쪽으로든 움직이지 않으면 영원히 지금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정말 그러길 바라?" 95p.
🔖 "내 눈엔 사람으로 보이는데?"
"사회에 속해 있지 않잖아." 193p.
🔖처음에는 뒤로 걷는 게 소년의 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틀림없는 소년의 의지였다. 죽음에 다다른 노인이 생의 마지막을 가졌던 의지. 나는 살면서 그런 절실한 의지를 가져 본적이 없었다. 197p.
🔖나는 계속해서 나의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호흡했고, 그 사이 내 속에서 창조 되는 희망과 염원이 크고 작은 별처럼 촉촉하고 폭발했다. 216p.
✔️ 추천
미스터리 환상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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