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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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별 저자는 친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친구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보듬어주는 장례지도사의 모습에 감명받아 장례지도 일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현장에 뛰어들어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혀야 했다. 처음에는 시신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떨렸지만 점차 직업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을 서평단 책과 함께 선물로 받은 것 같은데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은 후 저자가 출연한 아침마당을 다시보기를 시청하였다.

 

유품정리를 하면서 고인은 서울대 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예비 치과 의사였는데 ?’라는 질문이 가시지 않았다. 이유 없는 죽음은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죽음보다 삶을 더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거의 보지 못했지만 부모는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는다.

 

어떤 고인은 장례비용으로 남겨 놓았을 돈을 사진 액자 안에 넣어두는데 자식들은 돈과 집문서만 챙기고 사진을 버리라고 하면서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았다.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려면 가족이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일을 묵묵히 해주는 저자와 그의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결코 기분 나쁘거나 불쾌할 이유가 없는 일. 그러나 누구한테도 환영받지 못하고 몰래 숨어서 해야 하는 일. 이것이 바로 이 직업의 모순이라고 하였다.

 

3짜리 아들의 사연은 뉴스에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많이 안타까운 소식이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며 성적이 뭐라고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었을까. 외로운 사람들이 참 많지만 슬픈 이야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인은 매일 시집을 가지고 다니며 읽고 시를 쓰기도 했다. 돈 벌어서 시집이나 사고 노숙자들을 불러서 밥을 해 먹였다고 동료는 말했다. 몸도 안 좋은 사람이 병원비는 아끼면서 노숙자들 밥이나 해 먹이고 있으니 답답했는데 친구라곤 없는 사람이었는데 장례식에 노숙자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

 

유품정리사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

1.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리를 습관화하세요.

2.직접 하기 힘든 말이 있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3.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4.가족들에게 병을 숨기지 마세요.

5.가진 것들은 충분히 사용하세요.

6.누구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

7.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세요.

 

고시텔에서 어린 학생의 죽음을 보고 저자는 젊은 날이 떠올랐다. 장례지도사가 된 계기를 다시 상기하였다. 부모의 시신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겠다던 아들은 전기장판 밑에 돈이 나오자 대야에 끌어 모아 그대로 사라졌다. 아들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돈뿐이었나 씁쓸하기만 했다.

 

저자는 힘들지만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올수 있었던 것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 덕분이라고 했다. 점심 한번 편하게 먹지 못해도 소금 세례를 당해도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는커녕 힘드니까 우리가 필요한 것 아니겠냐며 사장을 가르친다. 상조회사에 장례를 맡기는 일이 보편화되었듯, 이 일도 더 이상 생소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가족이 고독사나 자살이나 살해당했던 현장을 정리하기는 힘들다. 고인이 겪었을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맞는 죽음, 아무도 거두지 않는 죽음은 가슴 아프다. 언젠가 노숙인이나 홀몸 노인 등 무연고자 시신이 해부용으로 쓰인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본 적이 있다. 어떻게 고인으로부터 미리 받아놓은 동의도 없이 마음대로 해부할 수 있느냐부터 국가의 무서운 악행이라는 내용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암과 싸우다가 죽어간 고인을 만난 날은 마음이 힘들지만 절대로 술은 마시지 않는다.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이 빈 술병이어서 술로 인생을 허비하며 스스로를 파괴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난 외로운 죽음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이나 이웃과의 단절, 유품에서 나온 자녀들의 사진.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도움이나 위로보다는 그저 따듯한 안부 인사 한마디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죽은 후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을 해보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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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랑의 이유를 너에게서 찾지 마라
강석빈 지음 / 부크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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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전문 컨설팅 회사 '아주 작은 상담소' 대표. 유튜브 [석구리TV 다소 하찮은 이야기]를 운영 중이다 "내가 1순위, 연애는 2순위" 삶에 중심이 잡혀있는 사람에게는 가슴 아픈 연애조차 다소 하찮은 이야기라고 믿는 컨설턴트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사랑에 아파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처방을 제시해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아파하는 순간이 있다. 믿었던 사람이 기대를 저버리거나, 영영 돌아오지 않고 이별을 말할 때, 주저앉고 만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는 틀에 박힌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픔으로부터 나의 사랑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넘어져 본 사람만이 다시 일어설 방법을 알 수 있듯, 다쳐본 사람만이 덜 다치는 방법도 알게 된다. 과거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강한 사람이 되어 있으니 사랑 앞에 너무 작아질 필요가 없다. 연애할 시기는 정해져 있다. 시기와 나이는 무관한 이야기고 진짜 연애할 시기를 결정짓는 것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느냐.’이다.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한 가지는 만남이 자연스럽다고 해서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사랑은 없다. 진심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사랑이 하고 싶다면 적어도 가만히 앉아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반하게 되는 과정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무엇일까? 외적인 모습이야 지금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어떻게 그 사람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는 게 가능할까? 힌트는 언어에 있다. 평소 다른 이들에게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지에 집중해 보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꾼다면, 말이 고운 사람을 찾아라.

 

그에게 항상 1순위가 될 필요는 없다.

1순위가 되지 못해 안달을 낼 필요도 없다.

중간중간 불안해지는 감정이야 들 수 있겠지만 크게 연연하지 마라. 냉정하게 말해, 내가 조금 힘을 푼다고 끝나게 될 사랑이었다면 어차피 오래 못 가 막을 내리게 될 얕은 관계였을 뿐이다.p89

 

가스라이팅이라 하면 그저 상대를 괴롭히는 것,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어서, 본인이 가스라이팅을 가하거나 당하고 있어도 그게 가스라이팅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여사친, 남사친이 뭐길래 신경이 쓰이는 걸까? 이러한 부분에 있어 쿨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이건 상대방의 잘못이다. 애인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이성 친구를 끊어내야 할 의무는 없다. 단 그 친구 관계로 인해 상대방이 곤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바로잡고 가야 하는 부분이 맞다.

 

이별한 사람에게 마음이 어떠냐는 물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처음으로 이별을 경험했던 그해 겨울, 무작정 길을 걸었다. 과거의 이별의 슬픔에서 꺼내 준 건 술도, 여행도, 새로운 사람도 아니었고 그저 어느 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 애인에게 받은 상처를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에 멋지게 복수가 하고 싶다면 상대의 불행을 빌기보다는 차라리 나의 행복을 위해 움직여라.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는 마음은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슬럼프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대안은 위로를 받는 것이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만약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더욱 강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마라. 무언가를 말하지도 말고, 스마트폰에 눈길을 주지도 말고, 내 안에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멍하니 있어 보아라. 직면할 용기가 없을 뿐,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이 이해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열정을 쏟은 만큼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기대치를 올려놓았고, 기대에 조금만 미치지 못해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다가 자괴감마저 밀려오기 시작했다. 피곤하고 지루하고 끝없이 우울한 날들이 한동안 반복되었을 때 아버지의 말씀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너무 너를 괴롭히지 마라뜻으로 생각한다. [아픈 사랑의 이유를 너에게서 찾지 마라]는 지금껏 겪어 왔던, 앞으로 겪어 가야 할 수많은 사랑의 시행착오를 미리 막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을 다듬을 수 있도록 행복한 연애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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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특서 청소년문학 26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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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는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김영리 작가의 신작이며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로봇과 로봇이 되고 싶은 소년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다.

 

아인 시리즈 로봇이 출시되고, 아인을 성공 시킨 사전 테스트 모델 로봇-5089는 인간의 모습을 가진 마지막 로봇이다. 로봇은 18년이 되었고 로봇계에서나 인간계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스스로 팬이라는 이름을 지어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한다. 아인사 회장은 자발적 리셋을 하지 않으면 파기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로봇은 리셋을 거부하고 있었다. 한편, 열 살 지동운은 자신이 로봇이라고 주장한다. ‘워리라는 이름을 지었고 현실이 고통스러운 아이가 원하는 것은 리셋이었다. 로봇 심리학자 수젼을 만나 리셋만을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아인사 측에서 컬링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아인14를 최종 파기를 결정하였고, 아인12의 몽유병 문제를 고치는 동안 꼴통 로봇을 처리하는데 3개월의 시간을 주었다. 로봇 개발자 고정준은 아들 같은 로봇-5089의 파기를 막을 수 있을까.

 

워리는 착한 모범생이었고 착하다는 게 어느 순간 약점이 되어 은밀히 휘몰아치는 따돌림 속에서 누구도 미워할 수 없다면 결국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 같았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워리는 로봇이 되었다. 수젼은 시청공원 앞에서 버스킹 하던 로봇을 보게 되었고 그녀는 로봇과 함께 자발적 리셋을 설득하는 조건을 내세운다.

 

워리는 이 녀석만 바꾸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팬이는 리셋은 칩을 초기화 시키는 것인데 18년 지내오면서 입력한 모든 것이 기억이라고 하지만 로봇은 영혼이라고 부른다. 그게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워리와 팬이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처럼 세트가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행위예술가 위술을 만난다. 워리는 나이가 들면 어떤 일에도 긴장하지 않고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말은 틀렸다. 위술이 힘들어보여 정확한 리셋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이는 위술의 모습을 보며 예술은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로봇은 고통을 느낄 수 없다. 워리와 함께 성공을 위한 예술가들에게 고통을 주는 고통과로 활동하게 된다. 고통과 인기는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아 사그라 들었지만 위술과 재회한다. 팬이는 아티스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뮤즈가 되기로 했다. 위술은 고통을 주기로 해놓고 사사건건 도와주는 로봇이 싫었다. 팬이는 워리를 1인 관객 삼아 준비한 노래를 보여주었다. 모든 노래를 완곡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마음이 급해서 각 노래 중 가장 자신 있는 부분만 한 소절씩 연이어 불렀다.

 

위술은 모든 예술가가 관객에게 사랑받지는 않아. 자신처럼 무명 예술가를 괴짜라고 하였다. 팬이는 불량 로봇이 노래를 계속하면 사람들이 안 좋아한다고 말하며 괴짜와 불량은 친구가 되었다. 로봇 엔지니어가 노래를 만드는 딥러닝 코드를 입력했다. 작곡가로 만들려고 화성과 악보, 세상에 발표된 모든 노래를 입력하자마자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로봇이 돈 때문에 음지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고, 예술 금지 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로봇-5089는 아인14가 파기된 후 결심했다. 하고 싶은 걸 숨어서 하지 않고 진짜로 살기로 말이다.

 

워리는 침묵의 세계로 들어갔다. 엄마는 그런 동운에게 말을 한다. 엄마도 아빠처럼 학교 때 예술을 공부했었다. 무대미술을 전공한 건 아빠였고, 엄마는 배우였다. 아빠도 배우로 전향했고 엄마는 동운을 임신하고 육아에만 전념했다. 행복은 사람들의 악의 가득한 장난으로 깨지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도울지 매 순간 고민했다. 아빠의 배역은 어린아이를 노리는 성범죄자였다. 대본을 연습하는데, 동운이가 알게 되었지만 동운은 나쁜 아저씨가 몰래 숨어 살지 못하게 아빠가 꼭 보여주라며 응원해주었다. 아빠는 쓰레기 같은 역을 맡아서 부메랑처럼 워리에게 간 것은 아닌지 자책했다. 그러나 워리는 팬이와 위술과 지내는 동안 이름 없는 전사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팬이는 자신이 원하는 진짜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워리는 고통을 잊기 위한 리셋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팬이]에서 수잔과 수젼의 반전은 매력이 있다. 팬이는 로봇이지만 팬이처럼 꿈과 현실에 부딪혀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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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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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세 번째 이야기, 한국사편이 나왔다. 역사산책자가 한국 역사를 걷는다. 걸으면 역사가 되는 골목길을 걷는다. 한국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는 것은 한국 역사다. 한국 사람이 아니다. 경북 경주에서 신라 역사를 걸어서 세계문화인을 찾았다. 전남 화순에서 고려 역사를 걸어서 하늘 사람 신선을 찾았다. 강원도 강릉에서 조선 역사를 걸어서 양반을 찾았다. 서울 남촌에서 대한민국 역사를 걸어서 독립투사와 민주투사를 찾았다. 책을 읽다 보면 해설을 들으며 함께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촌 대학민국길 산책> 남촌은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제국주의 도시체제로 변화한다. 서울은 제 모습을 빼앗기고 경성이 된다. 통감부를 짓고 조선신궁을 짓는다. 남촌은 식민통치의 수도가 된다. 남촌 집과 땅을 모두 팔고 서간도로 간다. 한인촌을 만들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운다. 1946년 광복을 되찾고도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서울이 된다. 우남시로 하자는 사람들의 압력을 겨우 물리치고 서울시로 했다. 우남은 이승만의 호다. 4.19혁명은 5.16쿠데타에 가린다. 이회영의 여섯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전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하여 항일 독립운동을 하였다.






<운주사 고려길 산책> 운주사 하늘에 별은 빛나고 그 아래 땅은 아름답다. 누구든 운주사에 들어가면 고려 신선이 된다. 고려 하늘을 날아 빛나는 별과 아름다운 땅을 내려다보며 노닌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 운주사가 있다. 천년 된 불교사찰이 있는 동네 이름이 도암이다. 운주사 이야기는 도선으로부터 시작한다. 신라 사람 최씨가 정원에 열린 오이를 따 먹고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자 최씨의 부모는 대숲에 버린다. 두 주일 만에 딸이 가서 보니 비둘기와 수리가 날개로 덮고 있었다. 데려다 길렀는데 이 아이가 도선이다. 비둘기가 대숲에서 아이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바로 도선국사다.

 

산 정상에 엄청난 크기의 석상이 있다 보니 이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생겨난다. 몇 해 전 KBS에서 방송한 <추노>라는 드라마를 운주사 와불에서 촬영했다. 와불 이미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다. 황석영의 <장길산>은 운주산 와불을 미륵사상과 연결시키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강릉 조선길 산책> 조선은 중쇄기에 접어든다. 사화가 기승을 부린다. 마치 어둠을 밝히듯 율곡이 태어난다. 기묘명현 신명화의 둘째 딸 신사임당과 음직으로 수운판관이 된 이원수 사이에 난 셋째 아들이다. 21세 된 율곡은 한성시에 급제한다. 퇴계는 사람됨과 똑똑함에 놀란다. “노력하고 공부하여 날로 새로워지자고 당부한다. 58세 대학자가 23세 청년에게 이런 말을 했다.

 

초당마을은 강릉읍 북면에 있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초당마을 사람들은 많은 고초와 희생을 겪는다. 많은 사람이 월북을 선택하고 전쟁을 멈춘다. 생계가 막막하여 순두부를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소금 살 돈도 없었을까? 바닷물을 간수로 쓴다. 덕분에 몽글몽글한 초당두부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깊고 고소한 맛을 낸다.

 

<경주 신라길 산책> 신라 사람들은 하얀 자작나무 껍질을 좋아했다. 타이가 하우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린 말다래, 자작나무로 만든 관모, 모두 천마총에서 발굴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 시각으로 보면 신라는 하얀 나무나라다. 껍질이 하얀 자작나무를 좋아하니 백목이라 불렀다.





고구려가 북위에 집중하는 사이 왜는 신라를 마음껏 유린한다. 그 과정에서 신라는 왜를 자력으로 막아내야만 했다. 신라는 잘해낸다. 433년 백제와 동맹을 맺는다. 고구려와 맞설 준비를 한 것이다. 고구려가 백제를 칠 때 신라는 백제를 지원한다. 신라에 주둔하고 있는 고구려 군대를 몰아낸다. 왜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스스로 고구려 속국이 되었다.

 

경주 최부자로 유명한 최준 선생은 백산 안희제 선생과 함께 자본금 100만 원을 출연해서 백산상회를 경영한다. 자본금 기준으로 당시 조선 10대 재벌이다. 광복을 맞자 전 재산을 털어 대구대학교를 설립한다. 최준은 아무런 대가 없이 대구대학교를 이병철에게 넘긴다.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삼성은 대구대학교를 박정희에게 헌납한다. 박정희 정권은 청구대학교와 대구대학교를 합쳐 영남대학교를 만든다. 최준 선생 모든 재산은 박정희에게 넘어갔다. 책을 덮고 전남 화순에 있는 운주사를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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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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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는 평을 받은 [벼랑 위의 집]2014년 람다 문학상 수상 이후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넓혀온 작가 TJ 클룬의 스토리텔러 일인자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위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마존 판타지 부문 1위에 올랐다.

 

DICOMY 관리부에서 마법아동 고아원을 조사하는 라이너스 베이커에게 어느 날 4급 기밀 업무가 주어진다. 마흔 살에 고혈압과 두둑한 뱃살, 배우자 없음. 자녀 없음. 출장이 길어도 그리워할 사람이 없는 존재감 제로였다. 마르시아스에 있는 고아원으로 파견을 나가는데 그곳은 특별한 곳이고 여섯 명의 아이들이 안전한지를 조사하고 또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한달 간의 여정으로 도착한 종착역, 마르시아스는 푸르디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르시아스 섬의 보호자라고 하는 조이는 마을 사람들은 우리 같은 부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섬의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두려워서, 그 애들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라이너스는 오랜 세월 이 일에 몸담았고 일을 잘했다. 분석적인 사고에 능하고, 다른 사람들은 놓치기 일쑤인 작은 단서들을 알아차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제를 맡게 된 것이리라.

 

마르시아스 고아원의 여섯 아이들은 모두 위험한 존재로 불렸다. 7개의 파일을 열어보았다. 원장 아서 파르나서스. 나이는 마흔다섯 살 깡마른 남자의 흐릿한 사진 한 장이 다였다. 종말을 불러오는 피를 가진 <루시>, 정원을 사랑하는 노움 <탈리아>,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숲 정령 <>, 겁에 질리면 강아지로 변하는 <>, 새의 형상을 하고 있는 <시어도어>, 종족을 알 수 없는 초록색 덩어리 <천시> 등 아이들은 여러 고아원을 전전하다 아서 원장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집이란 그 어디보다도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이지. 우리도 그렇지, 얘들아? 우리 집에선 우리들 자신이 되잖아.p163

 

DICOMY(마법아동관리부서)의 승인을 받은 고아원이라면 어디에나 걸려 있는, 똑같은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관리자의 지시를 따르면 행복해져요.’ ‘조용한 어린이가 건강한 어린이입니다.’ ‘상상력이 있는데 마법이 왜 필요해?’ 같은 문구들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누구도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악마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침대 밑에 숨어 있는 괴물이라는 이유였다. 천시는 호텔 직원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 피는 풀숲을 더 울창하게 만드는 법을 배웠고, 시어도어는 단추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배웠다. 루시는 난 죽음을 가져오는 자이고 죽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샐은 이곳이 열두 번째 고아원이고 한 곳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게 이곳이라고 했다. 아서는 아이들의 과거, 종족, 편견 대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보고 있었다.

 

<자기표현>은 아서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한 수업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다른 아이들 앞에 나서서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법을 연습하는 동시에 창의력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DICOMY는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마법적인 존재들을 격리했고, 등록이라는 제도로 그들을 통제하려 했다.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 놓은 것이다. 마법적 존재들은 두려운 존재라고, 그러니 무언가를 보면 말해야 한다고 그 말이 혐오를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탈리아는 무단침입자인 인간을 비료로 쓰면 어떨까 겁을 주기도 하고, 시어도어의 와이번이 발치에 날아들어 발목을 휘감기도 하여 공포로 떨기도 하지만 라이너스는 그런 아이들의 매혹에 사로잡힌다. 아서라는 근사한 남자가 자기 마음을 열어 보이자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한다. 라이너스는 진짜 집이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러블리 판타지라는 이름답게 책 표지가 환상적인 [벼랑 위의 집]은 판타지면서 퀴어 소설이지만 그들의 자연스러움이 거부감이 없었다. 아이들을 지키려는 아서와 마르시아스 집을 지켜준 라이너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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